『러블리 본즈』의 저자, 앨리스 셰볼드와의 대화
Q : 독자들에게 이 책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러블리 본즈는 수지 새먼이라는 살해된 소녀가 자신과 지상에 남은 사람들에 대해 그녀만의 천국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열네 살 된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서 사랑과 상실, 그리고 희망이라는 거대한 우주적인 테마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Q : 표면적으로 이 책은 슬픈 이야기지만 또한 희망이 담겨 있기도 한데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요?
내 개인적인 목적은 내 손안에서 지옥과 희망을 공존시키려는 것이었는데, 『러블리 본즈』가 그것을 이루어 냈습니다. 나는 모두 선하거나 모두 악한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요. 나는 선함이 거대한 고통과 비극에서 나올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살인이나 죽음이 일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이상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심각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단순한 공식이란 없습니다. 그런 것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터지요. 나는 깊고 어두운 슬픔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에서 회복되는 데는 몇 년, 혹은 인생의 절반이 걸릴 수도 있어요. 정해진 시간 내에 반드시 슬픔이 치유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치유되는 과정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뒤에 남아 있는 동안 사람들은 빛을 찾고,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점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죠.
Q : 수지의 천국에는 흔히 상상하는 하프도, 천사의 날개도 없고 대신 개들과 이상한 악기들이 존재합니다. 어떻게 수지의 천국을 창조한 것인가요? 천국에 대한 영화나 책을 보고 착상했나요?
사실 천국에 대한 영화나 책들은 모두 피했습니다. 작품 속의 천국에 대해서는 정말 여러 가지 모습을 그려냈으며 생각이 많았어요. 나의 절친한 친구들은 처음에 내가 구상한 것에 대해 더 이상 말도 꺼내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전혀 색다른 천국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 당시에도 나는 그 생각들이 꽤나 그럴듯하다고 느꼈습니다만. 천국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높은 곳에서 계속해서 다이빙하는 것과 같습니다. 성공하겠다고 작정한 이상 배가 시퍼렇게 멍들어도 끝까지 해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시를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는 일반 소설과는 달리 규칙과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계속해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한 천국의 이미지였어요. 나는 붉은 제라늄 꽃에 대한 스테판 도빈스의 시를 읽고 수지가 아버지를 위해 지상에서 피우고자 했던 꽃에 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결국 수지는 그 꿈을 이룰 수 없었지만 천국에는 그 꽃이 수없이 많이 피었어요.
Q : 수지의 목소리가 아주 사실적인데요. 이렇게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러블리 본즈』를 쓰면서, 등장인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 나는 단지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매우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는 내가 그녀에 대해 거짓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수지의 눈으로”라고 책상 위에 써서 붙여 놓았으며, 글을 쓸 때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엇이든 엄격하게 잘라냈습니다.
Q : 『러블리 본즈』 안의 가족들은 매우 친근감이 들어서, 독자들이 그들을 깊게 알고 지낸 느낌을 줍니다. 실제의 당신 가족들을 바탕으로 쓴 건가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마당의 나무들이나 집 안의 가구들은 확실히 어렸을 때 교외에서 살던 시절에서 떠올린 것이지만 가족은 완전한 창작입니다. 내 여동생은 매우 활달한 편이고 남동생은 없어요. 엄마는 글쎄, 만약 소설 속의 엄마가 그녀를 바탕으로 한 거라고 생각하면 끔찍해하실 걸요. 내가 겪은 바로는 창조해 낸 인물들이 실제 생활에 아주 근접하게 묘사한 인물들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감정이입과 동정은 나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내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이 진짜로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인간이란 어려운 존재이므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지요. 나는 인생에서나 글을 쓸 때나 “아하!” 하는 순간을 믿지 않습니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명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법이니까요. 내가 신입생에게 작문을 가르칠 때, 학생들 스스로의 경험이 내가 그들을 올바로 가르치도록 만들 듯이 나의 등장인물들도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쓰도록 이끌어 줍니다. 나는 각양각색의 환경에서 온, 나이도 다양한 학생들의 삶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이죠.
Q : 수지를 죽인 옆집 하비 씨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일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모습은 어디서 떠올린 것인가요?
하비 씨도 수지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오랜 시간 구상했습니다. 살인자 역시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나의 신념에서 비롯된 인물이죠. 살인자들이 더욱더 두려운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하비 씨는 나의 주인공을 죽이긴 했지만 사실 나는 그를 매우 동정하고 있어요. 아무리 증오 받아 마땅한 등장인물이라 하더라도 진심으로 그들을 동정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접근한다면 그들의 내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살인은 끔찍한 영역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인간을 죽이는 사이에 자기 아내에게 키스도 하지 않고 잔디도 가꾸지 않는 괴물이라고 착각하고 있지요.
Q : 아버지는 별다른 증거도 없이 하비 씨가 딸을 죽였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같은데요.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때때로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되거나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폭력의 희생자들은 종종 육감을 가집니다. 이것은 위험하기도 한 점인데, 작품 속에서 경찰들이 잭 새먼을 대하는 것처럼 그것이 오해라면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육감을 ‘사후 충격 스트레스 장애’라 부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잭 새먼은 딸을 살해한 범인과 어떤 부분에서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가족들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