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 우리를 극진히 맞아 주시는 인자한 집주인 하나님이 계십니다. 고달프고 험난한 인생의 여정이지만, 우리에게는 영혼의 소생함을 얻고 의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가는 푸른 풀밭, 잔잔한 물가가 있습니다. 나그네로서 여정이 매우 힘들고 외로울 때,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쬘 때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 우리의 외모나 배경을 상관하지 않고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는 집주인이 계십니다.
--- p.25, 「1부」 중에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에 의해 용서받고, 화해를 이루고, 하나님과 사귐이 있고, 그분과 함께하는 여정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삽니다. 그는 현재의 삶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현재며, 자신의 미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미래임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그분의 이름을 거룩하게 드러내며, 그분의 나라가 오게 하며,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위해 기도하도록 초청받고 명령받고 부르심 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 p.41, 「1부」 중에서
그러면 인격이란 무엇인가요? 인격이란 하나님께 의존함으로써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며,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어른다운 인간이 되어 가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나’라는 고유한 인격으로 불러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며 나 자신으로 불러내십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합니다. 나와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유일한 나로 지으셨고 불러내십니다. 고유한 나는 피조물 중 어떤 것과도 동일화시킬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과 진정한 교제를 가질 때만 진정한 인격이 될 수 있습니다.
--- p.61, 「1부」 중에서
하나님이 시작하신 선한 일의 우주적 진행 과정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선한 일이 한 개인에게는 구원의 사건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구원의 사건은 각 인생의 계절의 특성을 통해 완성되어 갑니다. 하나님이 시작하신 선한 일은 한 개인의 생의 봄의 계절에서는 그다음 계절에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생의 가을에서는 열매를 잘 익게 만들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공급해 줍니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노년을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쉼으로 인도해 갑니다.
--- p.90, 「2부」 중에서
인생의 겨울을 맞이한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생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과 함께하는 생의 여정에서 전능하시고, 세상과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며, 공의로우신 평강의 하나님을 경험적으로 알아 오고 있습니다. 그분은 내게 사회과학으로는 해결하지 못한 실존의 문제에 해답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손에서 치유되게 하시고, 나 자신과 화해의 삶을 살게 해 주셨으며, 나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을 위한 버팀목이 되는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하나님, 구원의 하나님과 함께하는 생의 여정에서 다른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사는 자유인으로 살아가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 p.139-140, 「2부」 중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은 입구 초입에서 서성거리면 안 됩니다.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깨달아 갈 수 있습니다. 밭에 숨겨진 보화와 많은 모조품 진주 가운데 진짜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과 충만함이 바로 그 신비입니다. 우리 남은 생의 여정이 하나님 나라에 속한 백성이라는 특별한 은혜의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익어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실패합니다. 우리의 이 여정은 이 현실에서 끝나지 않고 영원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현실성을 그림 언어로 우리에게 전개하십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 발을 들여놓도록 부르십니다. (…) 그 나라에 속하는 자유, 기쁨, 변화 속으로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 p.146-147, 「2부」 중에서
노년에 자연적인 현상으로 찾아오는 육체적인 변화, 정신적인 변화는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증거가 아닙니다. (…) 자연계의 질서로는 생의 겨울을 살지만, 하나님과 사귐에서는 생의 봄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모든 생의 계절을 초월해서 비파와 수금으로 그분을 찬양하며 그분의 의를 전하며 살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노년기는 많은 경험을 재산으로 축적하고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 히브리 사람들은 인생의 노년기를 ‘많은 학위를 가지고 있는 매우 값진 시기’라 했습니다.
--- p.174-175, 「3부」 중에서
우리의 생은 매우 덧없는 것이지만,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우주의 교향곡을 지휘하시는 하나님의 연주 안에서 자기 본래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할 때 덧없는 생의 의미와 가치가 드러납니다. 그때에는 덧없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짧은 한순간을 즐겁게 살아가다 영원의 시간에서 마치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의 한순간은 영원에서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덧없는 한순간의 생이 영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허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영원할 수 없지만, 우리의 생은 영원에 잇대어 있습니다.
--- p.184, 「3부」 중에서
진정한 행복은 진정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그곳에 머물 때 느끼는 경험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유에서든 생의 끝자락에 서서야 비로소 소홀히 하고 무시했던 그 자리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 하지만 생의 끝자락에서 돌이켜 보며 그리워하는 이러한 곳들은 진정 우리가 있고자 했던 곳에 대한, 보다 깊이 숨어 있는 곳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곳은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손이 나를 어루만지는 자리,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리, 이웃과 마음을 열고 진정 삶을 나누는 자리, 순간순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감사와 찬양이 있는 곳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하고자 하셨던 일이 바로 우리를 그곳에 세워 주시는 일이었습니다.
--- p.203-204, 「3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