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사건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매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죽음과 태어남이라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흐름 속에 살고 있다. 한 가지 경험의 끝은 다른 경험의 시작이며, 이 경험이 마지막에 이르면 곧 또 따른 경험이 새롭게 시작된다. 그것은 마치 강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과 같다.
--- p.20-21
나는 죽음 뒤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누군가에 의해 시커먼 구덩이 속에 떠밀려가듯이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 p.45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우리가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것이야말로 바르도의 가르침이 내게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다. 지금 맞이한 작은 변화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나중에 닥칠 큰 변화를 다루는 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다. 바로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우리가 죽을 때 무너져 내리는 일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 미리 보여준다.
--- p.50
바르도의 가르침에 따르면 죽을 때 거치는 분해 과정은 구름이 점점 옅어지다 사라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흙의 요소에서 시작해 각 단계를 지나며 구름은 점점 더 옅어진다.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간다. 우리의 몸도, 감각 지각도, 감정도, 사고 과정도 모두 떨어져 나간다. 물론 이 과정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는 그것을 무섭게 느낀다. 하지만 살면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분해 과정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지금까지 해왔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맞이할 준비를 한 채로 죽음의 경험에 들어갈 수 있다.
--- p.62-63
이 모든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또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일에 우리는 왜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일까? 마치 안개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생각이 어떻게 불필요한 문제들을 끝도 없이 우리에게 일으키는 걸까? 생각은 어떻게 걱정하게 하고, 질투하게 만들며, 사람들과 다투게 하고, 행복에 도취했다가 금세 우울의 나락에 빠지게도 하는 걸까? 명상은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의 성질과 우리가 가진 ‘나’라는 관념을 꿰뚫어 보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p.94-95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은,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 마음에 일정한 자국을 남긴다. 우리가 어떤 한 가지 행동을 하면 다음에 그것을 다시 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정 상황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우리의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 p.108
우리는 이미 자신이 지닌 경향성 때문에 이번 생에서 곤란을 당한 경험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사고 패턴과 자기 파괴적 감정 습관이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우리가 가진 경향성은 내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외면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으로 표출된다. 어떤 사람은 늘 상사와 갈등을 빚는다. 아무리 자주 직장을 바꿔도 그는 늘 똑같은 성격의 불편한 상황에 부닥친다. 또 어떤 사람은 연인 관계의 친밀감에서 항상 문제를 겪는다. 어떤 상대와 데이트해도 친밀감이 생기지 않는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가 바뀌고 영화 세트장이 바뀌어도 기본적인 각본은 똑같다. 이것은 우리가 가진 경향성이 대본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 p.111-112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일어난 감정 자체가 아니다. 감정은 우리가 그에 맞서 싸우기 전, 그리고 우리의 사고 과정이 개입하기 전의 원재료로서 감각 또는 일종의 에너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자체로 감정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공격성이 지닌 파괴적인 측면은 공격성이라는 감각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감각을 거부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있다.
--- p.120-121
우리가 지금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죽을 때도 그대로 가져간다. 우리는 이것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미룰 수 없다. 그때가 되면 너무 늦다. 지금이 적기다.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 p. 179
바르도의 가르침에서 가장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지닌 힘이다. 바르도에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평소보다 매우 예리하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 한 번만으로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이 지닌 힘을 무력화시키고 지금보다 즐거운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진실이다. 한 차례의 부정적인 생각만으로 당신은 별안간 괴로움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되어감의 바르도에서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 p.222-223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에게 언제나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자각 없는 상태에 빠져 끝없이 반복하는 삼사라 윤회 세상을 계속해서 돌 수도 있고, 자각 없는 상태에서 깨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가 콩트룰 린포체가 말했듯이,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 p.294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가 곧 우리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무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번뇌를 다루는 법을, 우리 마음의 하늘 같은 성질을 알아보는 법을, 우리 자신을 삶의 경험에 더 넓게 여는 법을 배운다면 사는 법뿐만 아니라 죽는 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마음의 디딜 곳 없는 막막한 느낌과 예측 불가능성,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면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