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가지 이유로 하버드에 끌렸다. 고백하건대, 첫째는 이름 때문이었다. 하버드가 미국에서 얼마나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미국 밖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유명했다. 좋든 싫든 하버드는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학이었다. 둘째 이유는 HBS 고유의 교육 목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스쿨은 거의 같은 내용을 가르치지만, 그 접근 방식과 강조점은 서로 달랐다. 최상위 학교 가운데 스탠퍼드는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들을 위한 곳으로 유명했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켈로그 비즈니스 스쿨은 마케팅으로 유명했다. 여러분의 꿈이 위대한 미국 브랜드를 만들거나 관리하는 것이라면, 켈로그야말로 안성맞춤의 곳이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은 금융가들, 월스트리트를 목표로 두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다. MIT의 슬로언 비즈니스 스쿨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꽃피우고 싶어 하는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에게 적당했다. 이에 반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종합 관리를 가르쳤다. 하버드에서는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비즈니스의 전 분야를 관리하고 이끄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이상과 같은 도식적인 설명은 이 모든 학교에 큰 실례를 범하는 일일 테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듣는 얘기이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하는 지원자들은 이를 무시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P.66 2장 ‘새로운 시작’중에서
방학 동안 HBS 학생들은 세계 각지로 떠나 인도, 중국, 터키, 브라질 같은 멋진 곳에서 트렉(trek)을 했다. 시카고나 워싱턴 시 같은 좀 더 평범한 곳으로 트렉을 떠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관광 외에도, 회사의 CEO들이나 대통령, 총리를 만났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몇 다리만 거치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들과 연결되었다. 인도의 총리를 아는 학생이나 멕시코 대통령 아래서 일했던 학생 혹은 아버지가 남미에서 가장 큰 건설 회사를 경영하는 학생들이 늘 있었다. 어떤 세계의 권력자도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P.178 8장 ‘리스크의 대가’ 중에서
그는 금융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차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주차장에 있는 차들 본 적 있어?” 나는 그날 아침 그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응.” 비벡은 오로지 물어보는 질문에 관해서만 대답했다.
“나는 2000달러짜리 도요타를 모는데 어떻게 다른 애들은 전부 BMW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거지?”
“여기 들어올 때 학비 지원 받으려고 그런 거지.”
“뭐라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입학 허가가 나면, 사람들은 대개 은행 계좌를 깨끗이 비워버려. 더 많은 학비 지원을 받고 싶어서지.”
“미안, 난 못 알아듣겠어. 그래서 학비 지원을 받기 위해 BMW를 산단 말이야?”
“학비 지원 신청서의 자산 항목을 기재할 때 차에 관해서는 쓸 필요가 없지. 하지만 예금이나 땅은 기록해야 해. 어쨌든 2만 달러짜리 차를 사면 추가로 2만 달러의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러니 따지고 보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BMW를 사주는 셈이지. BMW를 사지 않았다면, 2만 달러는 자기 통장에서 지불해야 하는 거잖아.”
“이런 걸 학교에서 심사하지 않을까? 학비 지원 신청서를 거짓으로 기재하면, 입학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걸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어. 학비 지원을 신청할 때 돈을 다 뽑아다가 부모님에게 맡겨두는 일과는 다르다구.”
“그렇다면 네 통장도 빈 깡통이겠군.”
“맞아.” ---P.228-229 10장 ‘윤리의 투사’ 중에서
우리 클래스의 취업 통계를 보면, 42퍼센트가 투자은행에서 사모펀드, 벤처 캐피털, 상업은행에 이르는 금융 서비스 부문에 들어갔고, 21퍼센트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테크놀로지 및 전기통신 부문 취업자는 그 수가 급격히 떨어져 6퍼센트에 불과했고, 제약, 소비재, 소매, 그리고 다른 제조업 부문은 각각 5퍼센트 이하였다. 비영리단체 및 정부 조직은 취업자 수가 3퍼센트가 안 되었는데, 이중 절반은 HB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비영리 부문에 보내진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HBS로부터 급여까지 지원받았다. 클래스의 80퍼센트는 미국에 취업했고, 첫해 보수의 중앙값은 138,125달러였다. 1965년도 졸업생이자 은행 애널리스트인 레이 소이퍼는 미국 주식시장 사정과 금융 서비스 부문에 취업하는 하버드 MBA 학생의 비율 간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추적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0퍼센트 이하면 장기적 매수 신호로, 30퍼센트 이상이면 장기 매도 신호로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2006년도 클래스의 선택은 시장이 곧 붕괴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P.389 16장 ‘불행한 사람들을 생산하는 공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