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천성인 노르망디 기질은, 반복되는 병영의 일상 속에서 퇴색되어갔고, 아프리카에서의 약탈이나 부당한 이득, 야바위 짓 따위에 익숙해지며 느슨해졌다. 또한 군대에서 통용되는 공명심과 무공담, 애국심, 그리고 하사관들 사이에 떠도는 허황된 풍문, 직업에서 오는 허영심 등이 그의 이런 생각을 부채질했다.”
“성당은 저 여자에게 여러 모로 유용하군. 유태인을 남편으로 삼은 것에 대해 위안을 받고, 정계에서는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사교계에서는 품위 있는 분위기 연출을 보조해주고, 연인에게는 밀회할 장소도 제공해주고 말이야. 좌우간 종교를 빙자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지팡이가 되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양산이 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이 되고, 외출하지 않을 때는 현관에 처박아둔다. 이렇게 마음씨 좋은 하느님을 우습게 여기는 여자가 아마 수백 명 넘을지도 몰라. 하느님에게 흉을 보고 화를 내다가도 때에 따라서는 뚜쟁이 노릇까지 시키니 말이야. 가구가 딸린 호텔로 가자고 하면 추잡한 짓이라고 펄쩍 뛰면서 성스러운 제단 앞에서 사랑의 물레를 돌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파리 사람들이 모두 선망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눈을 들자 아득히 저 먼 곳 콩코르드 광장 저편에 의사당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마들렌 성당 현관에서 팔레 부르봉 현관까지는 한달음에 뛰어넘고도 남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생각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과거로 향했다. 밝은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는 그의 눈앞에는 오로지 갓 침대에서 나온 드 마렐 부인이 거울 앞에 앉아 마구 흐트러진 앙증맞은 곱슬머리를 매만지던 모습만이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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