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영혼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영혼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 p.85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너의 여생을 낭비하지 마라.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다른 일을 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즉, 이러저러한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인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 하는 이런 것들은 모두 너를 망연자실하게 하고, 자기 내면의 지도적 이성(헤게모니콘)을 주의 깊게 지켜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 p.103
사람들은 시골이나 해안, 산에다 물러날 수 있는 곳(피신처, anachoresis)을 찾는다. 너 또한 그런 곳을 열렬히 동경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지극히 속된 사고방식이다. 너는 네가 원할 때마다 너 자신의 내면으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곳이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영혼 안보다 더 평화롭고 한적한 피신처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지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이 평온한 마음이란 좋은 질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이 피신처를 자신에게 대비하고 원기를 회복하라. 그리고 거기에는 간결하고 근본적인 원칙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런 원칙이라면 이것을 마주하자마자 곧바로 온갖 괴로움을 지워 버리고, 네가 지금까지 대해 왔던 일에 대해 아무런 불만 없이 돌아갈 수 있게 해 주고, 돌려줄 만한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 p.119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다. 우리가 인간에게 잘 대해 주거나 인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 관한 한 그렇다. 그런데 인간 중에 나 자신의 고유의 활동을 방해하는 자가 있는 한, 인간은 태양이나 바람, 야수 못지않게 나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것들(adiaphora) 중 하나가 되고 만다. 이런 인간에 의해 나의 활동은 어느 정도 속박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충동과 정신의 상태는 속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유보 조건을 가지고 활동하거나 장애물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의 정신(이성)은 그 활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뒤집고, 이것을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리하여 활동에 방해가 되었던 것이 오히려 이 활동을 돕는 것이 되고, 길을 방해하던 것이 오히려 이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 pp.168~169
‘카이사르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자주색으로] 물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따라서 소박하고, 좋으며, 순수하고, 품위 있고, 꾸밈이 없으며, 정의로운 친구가 되도록 너 자신을 지켜라. 신을 공경하고, 호의를 베풀며, 애정이 넘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씩씩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이 너를 만들고자 했던 그대로의 인간으로 남아 있도록 노력하라. 신들을 경외하라.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 인생은 짧다. 지상 생활의 유일한 수확은 경건한 태도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다.
--- p.194
명성을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좋음이 타인의 행위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쾌락을 사랑하는 자는 그 좋음이 자신의 감정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성을 가진 자는 그 좋음이 자신의 행동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 p.211
네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보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 것 중에서 가장 고마운 것을 꼽고, 만일 이것이 없었다면 얼마나 이것을 추구했을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동시에 그렇게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습관에 빠지고, 이 때문에 언젠가 그것들이 없어진다면 마음까지도 동요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
--- p.227
우주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는 자는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고, 우주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 중 하나라도 소
홀히 하는 자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조차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무리의 [비난을 회피하거나 찬양을 쫓는] 인간, 이런 인간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