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지혜 문헌을 이루는 삼각대는 잠언, 전도서, 욥기다. 신학적으로 말하면, 지혜 문헌은 인류 역사에 관심을 두는 ‘구속 신학’보다는 우주와 세상에 뿌리를 내리는 ‘창조 신학’에 기반을 둔다. 즉, 잠언은 단순히 경구나 속담 모음집이 아니라, 매우 창조 신학적인 책이다. 물론 이 말은 지혜 문헌에는 역사성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는 잠언에 대한 권지성 박사의 해석학적 입장이기도 하다.
지혜 문헌 3부작(trilogy)의 마지막 열매로 『특강 잠언』을 펴낸 저자는 잠언을 둘러싼 고대 근동의 문헌적·역사적·문화-사회사적 배경을 수많은 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이 점에서 저자는 역사비평 방법론에 상당히 개방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일그러지고, 유혹이 산재하고, 혼탁한 세상에서 여호와의 길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알려 주는 책, 그리고 세상에 관한 올바른 안목을 수립하고 내면의 성품을 변화시키고 정의롭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하는 지침서가 잠언이라 가르친다.
잠언 앞부분에 나오는 여성 지혜의 화신으로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강인한 여성에 관한 저자의 해설은 책의 절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다. 학계의 최신 논의를 모두 담으려는 학문적 열정과, 비평적 방법론도 적극 수용하려는 학문적 용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강이라기에는 학술적이고, 학술적이라기에는 대중적이고 실제적이다. 잠언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려는 학자와 목사, 설교자와 신학생에게 곱씹어 정독하기를 권한다.
- 류호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은퇴 교수)
구속사나 종말론 같은 거대 담론의 신학이 필요한 만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일상의 신학도 소중하다. 특히 잠언은 신앙인으로서 매일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에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잡아 준다. 그렇다고 잠언이 신변잡기를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대한 신적 차원의 규범이 개인과 가정이라는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삶으로 어떻게 파고드는지 보여 주는 책이 바로 잠언이다. 『특강 잠언』은 하나님의 주권적 개입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일차 장소가 바로 집이며 부모와 자녀 사이라는 잠언의 핵심이자 기독교 교육의 정수를 결코 놓치지 않는 책이다.
『특강 잠언』의 출간으로 권지성 박사의 지혜서 특강 3부작이 완성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저자는 전통적 관점의 학설과 최신 연구의 결과물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학문적 성실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 특별히, 『특강 잠언』은 저자 개인의 경험과 유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녹여 냄으로써 학문의 영역과 신앙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것이 지혜다. 권지성 박사의 지혜는 교계와 신학계가 앞으로 두고두고 참고하고 의지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 송민원 (『지혜란 무엇인가』 저자, Israel Institute of Biblical Studies 교수)
잠언 해석의 난점은 계시성과 거리가 먼 일상성에 있다. 권지성 박사는 “인스트럭션”이라는 새로운 장르 개념을 소개하며, 현실을 세속이 아닌 ‘성스러운 영역으로 살아 내기 위한 공간’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여호와 경외’는 말씀을 품은 자가 온 존재로 살아 내는 총체적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학문적 연구를 총망라하면서도 다른 성경 말씀들과의 본문 상호 관계성에도 충실한 책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신학적 통찰력과 실천적 적응력을 얻을 수 있다. 실로, 잠언 주석에 관한 한, “은 쟁반에 금 사과”(잠 25:11) 같은 귀한 책이다.
- 안근조 (『지혜말씀으로 읽는 욥기』 저자, 호서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교회는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긴다. 그러나 강단에서는 주로 신약성경이 선포되며, 잠언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특강 잠언』은 최신 연구들을 활용해서 잠언을 철저하게 주해한다. 다양한 관점의 해석과 폭넓은 연구 범위는 놀랍기 그지없다. 저자는 전문가의 관심을 끌 논의들에 대한 최신 2차 문헌을 풍성하게 제시한다. 성경의 다른 책들에 대한 정확한 주석과 상호 비교 역시 이 책에 가치를 더한다. 이방 여인에 대한 경고는 잠언에서도 해석하기 특히 까다로운 부분인데,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저자의 해석은 설득력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올바른 자녀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교육 시스템 전체를 부패시키는 자본 중심의 억압 구조에 대한 증언은 흥미롭고 충격적이다. 아이들의 과도한 미디어 소비로 발생하는 ‘디지털 치매’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부분도 생각해 볼 점이다.
‘지혜는 모든 삶의 노하우다. 그것은 우리를 여호와께로 인도한다.’ 이것이 저자가 알려 주는 잠언을 읽는 열쇠다.
- 마티아스 브뤼취 (Israels Psalmen in Qumran 저자, 독립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