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돌아오는 꽃
준서와 얼이가 비밀결사조직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과 근심에 쌓이는 나루터집 식구들. 부산에 있는 일본군 헌병분견대는 하시다까 소위의 지휘 아래 일본 헌병들을 낙육고등학교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지로 출동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유생들은 밤늦게까지 학교에 모여 있다가 일본 헌병들의 야습을 받고, 준서와 얼이, 문대 등은 원채에게 배운 택견 실력으로 대적하다가 도주하지만, 남열, 민재, 상철, 태균이 죽는다. 집 안에 숨어 있는 준서와 얼이를 찾아온 원채는, 북청에 있는 의병장 홍범도를 만나고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남재판소가 일본식 3심제 신 재판소로 개편되어, 조선인들이 일본인 판사의 판결을 받아야 할 처지에 이른다. 바깥나들이를 나간 다미와 기량 남매는, 성의 동장대가 무너져버린 장면을 보고 비탄에 잠기다가, 일본 헌병들에게 쫓기고 있는 준서와 얼이를 발견하고 큰 충격과 우려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다급한 순간에 그녀에게 지어 보이던 준서의 파리한 웃음을 다미는 잊을 수가 없다.
객사客舍 앞에서 열리는 애국상채회의 국채보상에 대한 연설회를 보는 동업과 재업 형제. 일본에게 진 빚을 갚아 나라를 구하자는 연설이었다. 그런데 기생 부용이 나서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자는 말을 하고, 군중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
원채가 염려했던 대로 무라니시가 일본 낭인들을 거느리고 나루터집에 와서 얼이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다가 손 서방을 닛뽄도로 찔러 죽인다. 그들을 살인죄로 경찰서에 고소하지만, 일본인 간부 구찌노부와 경사 차베즈, 조선인 석 순사 등은 살인자들을 옹호한다. 일본 재판관들은 살해된 손 서방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일본 칼잡이들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린다. 원채는 준서와 얼이에게 무라니시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며, 왜놈들이 계속 나루터집을 노릴 것이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다미가 무라니시를 만나 위기에 처했을 때, 준서가 나타나 택견으로 무라니시를 제압하지만, 자신도 칼에 찔려 왼팔에 상처를 입는다. 다미는 준서를 한의원에 데려가 응급처치를 한 후에 준서와 함께 상촌나루터로 오고, 그런 다미에게 비화는 어떤 보이지 않는 운명적인 힘을 느끼며 전율한다.
꺽돌이 동업에게 친부모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영특한 동업은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깨닫고 바짝 경계한다. 그리고 지난날 언네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양득을 행동대장으로 삼아 사병私兵으로 부리는 종들을 인솔한 점박이 형제는, 조선목재를 습격하여 그곳 밀실에 있는 운산녀와 치목을 생포한다. 반항하다가 죽은 치목의 시신을 짊어지고 나오던 그들은, 운산녀가 고용한 경호원들과 한판 대결을 펼치는데, 그 틈을 타서 운산녀는 도망친다.
상촌나루터 강가 나무숲 속에서 치목의 사체가 발견된다. 차베즈 경사와 석 순사 등이 현장 검증을 하고 있을 때, 비보를 전해 들은 몽녀와 맹쭐이 달려온다. 장례를 치른 후, 맹쭐은 죽원웅차의 주선으로 차베즈 경사와 기방에서 만나 범인 검거를 청탁하며 유대를 맺는다.
군부대신의 대한제국 군대 해산령이 내리자 그 고을 진영대도 해산해야 할 처지가 된다. 진영대는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전 병사들에게 완전무장을 시키지만, 비분과 체념, 불안에 싸여 매일같이 술만 마신다. 경무서 순검인 최환지는 자신이 진영대를 무너뜨리겠다고 자청하고 나선다. 그는 기생 보별과 짜고 진영대 중대장인 정위를 유혹, 만취한 정위 몸에서 진영대 무기고 열쇠를 빼내고, 결국 진영대는 해산되기에 이른다.
세월이 가도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정지해 버린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는 왕눈. 쓰나코와 함께 긴카 산기슭의 나가라 강 하구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해 은어를 잡는 ‘우카이’를 관람한다. 왕눈의 고향에서는 기독교 미션계 여학교인 사립정숙학교가 설립·개교된다. 그런 와중에 일제에 의한 낙육고등학교 폐쇄 소식으로, 유생들은 엄청난 분노와 비탄에 젖는다.
비봉산 자락 밑에 농상공부 직속의 종묘장이 생기고, 꺽돌과 설단도 다른 농민들과 그곳에 가서 종묘장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거기 왔다가 꺽돌 집에 간 비화와 준서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언네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동업이 억호 친자식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비화는, 이미 알고 있던 비밀이었지만 모른 척하며, 동업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꺽돌은 말해주었다고 대답한다.
오광대 합숙소에서 나와 대안리 유곽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효원은, 관기 한결과 만나 교방에서 나온 관기들이 옥봉리에 집을 얻어 함께 지내고 있으며, 기생조합을 결성하려 한다는 말을 듣는다.
성내 매월당 자리에 있는 보통학교. 대한제국 남녀공학의 시초,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자 학급이 설치된 그 학교를 보면서, 비화와 진무 스님은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그 학교 여자부야말로 진무 스님의 뜻을 좇아 비화가 앞장서서 노력한 결실인 것이다. 진주보교 입학식 날, 록주의 입학을 축하해 주기 위해 나루터집 식구들이 모두 식장으로 간다.
비어사로 간 비화는 진무 스님에게 옛날 그 고을에 있었던 연지사라는 절과, 임진년 당시 왜군이 탈취해 간,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 마쓰하라촌 조구진자에 보관돼 있다는 연지사종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 맹쭐과 노식 부자, 죽원웅차와 차베즈 경사가 모인 기생집에서, 맹쭐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점박이 형제임을 알고 비화에게 힘을 합치자고 접근한다.
왕눈의 동생 상팔을 통해 원채의 동생 승채가 남만주의 삼원보로 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삼원보는 일제 침략이 거세지자 신민회가 독립운동의 기반을 닦고 수행할 목적으로 나라 밖에 세운 독립운동기지이다. 대안면장 강순재, 교육 선각자 김수기, 참봉 이규복의 부인 남평 문씨, 그리고 비화는 근대사립교육의 산실인 봉양학교를 발전시켜 한국인의 정신을 지키려 한다. 그런 가운데 호주인과 일본인이 세우려는 배돈병원을 향한 고을민들의 반감과 증오는 심하다.
원채와 승채 형제가 준서와 얼이에게 와서 승채의 항일투쟁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친한 동지 화진훈이 일경에게 체포되었다며 격분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새로운 동지를 규합하기 위해 잠시 고국에 들어왔다며 같이 일제에 항거하자고 제의한다. 옥봉리 동네에 온 얼이는 무작정 여자 많은 집을 찾아 헤매다가 지홍의 도움으로 효원과 상봉, 그녀를 데리고 와서 혼례를 올리겠다고 선언, 나루터집 식구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승채와 국태산, 지창도는 그 일대에서 크게 활동하는 애국지사들이 조직한 권업회의 회원이다. 그때 공민구가 달려와서 일본 왕이 바뀌었음을 알려주고 그들은 곧 실행에 옮겨야 할 임무에 대해 밀담을 나눈다.
이상하게 자신이 살아온 그 고을을 돌아보고 싶은 배봉. 그는 가마를 타고 여러 곳을 다니다가 가마못 안쪽 동네 꺽돌의 집까지 온다. 그런데 붉은 비단옷을 입은 그를 보고 흥분한 천룡의 뿔에 받혀 배봉은 즉사하고, 그 사건은 엄청난 소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의거를 촉구하는 ‘격문’으로 더 큰 회오리가 인다. 학생들은 동맹휴학에 들어가고, 일본 경찰이 상인들에게 가게 문을 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 격동의 시간 속에서 준서와 얼이를 찾은 원채가 경성에 살포된 독립선언서와 격문을 보여준다.
거사의 날, 흰옷을 입은 군중들은 옥봉동 부근, 재판소 근처, 장터 등에 분산하여 모인다. 얼이와 준서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봉기 주범으로 일경에 체포된 다른 이들은 모두 투옥되어 죽거나 불구가 된다. 그 시위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노동독립단과 걸인독립단 그리고 기생독립단이다.
준서와 얼이는 일경에게 붙잡힌 시위 주모자들을 분감分監으로 압송한다는 말을 듣고 재판소로 간다. 그리하여 참혹한 몰골로 끌려 나오는 주모자들을 본 조선 군중과 일본군 보병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현장에서 총을 맞은 대구 사람이 죽는다. 더욱이 독립 시위를 벌이다가 일본 경찰과 헌병에게 쫓기는 조선인들을 숨겨준 진무 스님이, 마지막 기력을 쏟아내어 일본인들을 내쫓다가 끝내 운명하게 된다.
혁노에게 이끌려 옥봉천주당에 간 준서는, 그곳에서 벗들과 함께 천주교청년회 회원이 되려고 하는 다미와 마주친다. 그리고 헤어질 때 다미는 준서에게 앞으로 그 천주당에서 더 만날 수 있을까 묻고 준서는 그렇다고 답한다. 기량을 따라 경성에 온 다미는, 진고개에 서서 ‘혼마치’ 뒤쪽의 일본인 상점들을 보며 할머니 염 부인을 죽게 한 배봉의 동업직물을 떠올린다. 또, 전차 정류장에서 분홍빛 양장 차림새의 젊은 여성과 같이 있는 동업을 발견한다.
지역의 선각자 권우홍이 찾아와 집안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제3야학회를 세우려 한다며 도움을 청한다. 식민지교육이 아닌 민족교육의 배움터라는 걸 알고 비화는 기꺼이 응한다. 그리고 준서도 그 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그 학교 선생으로 들어온 다미와 또다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백정 이찬학의 아들 입학 문제로 또 다른 사건을 맞게 되는데. 강호상에 의해 백정들을 위한 ‘형평사’ 창립축하식이 열리지만 농청 대표들이 모여 형평운동에 반대한다.
나루터집에 까치 두 쌍이 날아든다. 비화는 한 쌍의 까치를 통해 준서와 다미의 혼례를 예감하지만 다른 한 쌍은 무얼 뜻하는지 궁금하다. 준서 스승 권학이 방문하여 비화에게 준서와 다미를 맺어줄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같은 날 나루터집과 동업직물의 혼례식이 치러진다.
무당집을 찾은 억호는 여자 무당에게서 아버지가 횡액을 당한 것은, 소를 죽인 자로 인해 희생당한 자의 저주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하여 그 못된 원혼을 꾸짖어 주리라 작정하고 서장대로 향하는 그의 뒤를 맹쭐과 노식이 미행한다. 드디어 절벽 위에서 격투가 벌어지고 억호는 낭떠러지 밑으로 떠밀려 그의 죽음은 영원한 미제謎題 사건으로 남는다.
일본에 있던 왕눈이 쓰나코와 함께 고향 집에 나타난다. 배봉과 억호가 죽은 후에도 나루터집과 동업직물의 악연은 그치지 않는다. 꼽추 달보 영감과 언청이 할멈이 나루터집 식구들 꿈속에 나타나 그들의 죽음과 건강한 몸으로의 환생을 현몽한다.
형평사 창립총회가 열렸던 진주좌에서 그 지역 소년·소녀 가극대회가 개최되어 동화극과 독창 그리고 가극 등이 공연된다. 그날 나루터집과 동업직물 사람들 모두가 얼굴을 보였으니, 준서의 처 다미와 동업의 처 서련이 그 소년·소녀들을 지도했던 것이다. 준서와 얼이는 공연장 출입구에 있는 원채를 만나 공연이 일제 방해를 받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또한, 공연이 끝난 후 손 서방의 조카 두철의 입을 통해 원채가 손 서방을 죽인 무라니시를 해치웠다는 사실과, 승채가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만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주좌 밖으로 나온 비화와 해랑은 무궁화 가극을 하던 그 소녀들로 돌아가 서로의 머리 위에서 피어나고 있는 무궁화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