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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맞서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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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맞서는 과학

: 오늘의 과학 탐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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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98*164*20mm
ISBN13 9788937492150
ISBN10 89374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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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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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진 이야기는 한자리에 모일 때 더욱 강했다. 특별한 사명감이나 정의감보다 내가, 내 주변이, 우리 동네가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감각을 공유했다. 예기치 못한 재난이 벌어져도 내가 속한 공동체가 피해자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충분히 조사하길 바라는 평범한 마음이다. 환경재난과 피해를 더 떠들썩하게 말하자. 그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자. 그런 마음으로 나는 환경재난을 보고 듣고 읽고 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좋은 줄 알았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니까, 매일 가는 마트에서 판매원이 판촉 행사를 하니까,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하니까 믿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옥시와 애경은 트리오, 팡이제로, 옥시크린 등 절대다수의 소비자가 찾는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하던 기업이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이기에,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마트에서 팔리는 제품이기에 가습기살균제를 좋은 상품으로 믿고 구매했다.
--- 「1장 ‘신호를 무시하다’」 중에서

인구 집단에서 질병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 경향성을 연구하는 역학자들에게 47.3이라는 교차비는 평생 처음 본 숫자,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볼 수 없는 수치”였다. 담배의 교차비보다 두 배 더 큰 이 분석값은 연구진이 찾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임을 적시하는 명백한 증거였다. 이와 동시에 역학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며 그들 자신이 “역사적 사건의 한 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결과였다.
--- 「2장 ‘불확실성에 다가가다’」 중에서

나는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방청석에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청석 난간과 벽에 현수막이 여럿 붙어 있었고, 피해자분들은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고 있었다. 모두 피해자 단체가 제작한 것이다. 눈에 띄는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배경 위에는 그보다 더 시선을 잡아채는 문구가 빨간색, 흰색, 노란색으로 쓰여 있다. “살인대기업 정부통합배상”, “살인기업 옥시RB 3, 4단계 사망자 피해자 사죄 배상”, “환경부를 특검하라”, “질병관리본부 특검하라”, “가습기살균제 참사 징벌적 손해배상”, “정부는 재난선포 국가법적 책임인정”, “공소시효폐지, 기업살인 처벌법”.
기업 관계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현직 환경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나와 발언할 때마다 피해자들이 외쳤다. “사과하세요!”,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세요.” 청문회 위원은 증인들에게 제대로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거듭 물었다. 사과한 증인도 있었지만 하지 않은 증인도 있었다. 사과하지 않은 증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전에 사과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사과했기 때문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는 식이었다.
--- 「4장 ‘합의에 이르는 길’」 중에서

옥시의 연구 용역을 맡은 전문가들은 기업 자본과 결탁한 청부과학자로 비판받았다. 역학자이자 공중보건학자인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담배, 석면, 염화비닐, 납과 관련된 환경피해 사례에서 제품의 유해성과 관련된 논쟁을 방어하고자 기업이 취한 전략을 분석하며 이 개념을 제시했다. 기업이 과학자를 용병으로 삼아 물질이나 제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생산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마이클스는 기업이 그들 제품의 유해성을 밝힌 다른 과학 연구를 ‘불확실한’ 것으로 만들며 유해성을 둘러싼 의심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물질과 제품에 의한 피해가 불확실해지면서 대중은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규제기관은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 「6장 ‘사회를 바꾸려면’」 중에서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진실 너머에 또 있다. 어느 한편이 승리해 단 하나의 진실이 확정된다면 이 모든 혼란이 줄어들 것인가의 질문이다. 사람들이 진실을 확인하면 오염수 방류 사진을 더는 걱정 없이 대하고, 수산물을 마음껏 소비하고, 소금을 사재기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거는 기대와 달리 과학적 사실과 진리는 한 사회에 단번에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태양이 아닌 지구가 천구(天球)를 돈다고 말한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도 처음부터 진리로 수용되지 않았다. 지동설은 완벽한 설명과 현상 예측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타협과 조정을 거쳐 진실로 자리 잡았다. 과학적 사실은 신뢰를 얻기 위해 합의하고 소통하는 과정과 그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있어야만 비로소 과학과 진실이 된다. 아무리 자명한 근거가 있더라도 과학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
--- 「7장 ‘누구나 손 드는 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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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직접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기에 줄곧 참사에 대한 뉴스를 따라 읽었다. 바로 곁에서 일어난 일인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피해자와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어떻게 연결되었고 어떤 난항에 맞닥뜨렸는지 선명히 보인다. 과학이 번쩍이는 첨단의 즉효책이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스며들기를, 끊어내는 벽이 아니라 내미는 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재난 속에 있었던, 재난을 목격했던 모두에게 권한다.”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저자)
“박진영은 ‘이런 연구를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연구자다. 연구자의 성찰은 광범위한 재난의 전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함과 막연함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각자의 재난 경험을 현장에서 만나고, 이로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재난에 맞서기 위해 고심해야 할 지점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의미를 찾고, 행동하기 위한 담론을 만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 명예교수·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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