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문
인간이 되라는 말씀이다.
사람답게 살라는 말씀
제발 좀 철이 들라는 말씀이다.
정신 차리라는 말씀이다.
허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진실을 똑바로 보라는 말씀이다.
깨달으라.
마음을 비워라.
번뇌 망상을 끊으라.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큰스님의 마음법문이다.
∵ 법문(法門) ― ‘법(法)’ 즉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문(門)’이라는 뜻에서 ‘법문(法門)’이라고 한다. 법문은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서 피안(니르바나,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 스님들의 설법을 법문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을 대신하여 가르침을 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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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苦)
남편의 외박질
아내의 춤바람
끝도 없이 떨어지는 빚투 주식이다.
불면증 환자의 기나긴 밤
대입에 낙방한 고3 학생의 얼굴
직장에서 쫓겨난 40대 가장의 뻥 뚫린 가슴이다.
아, 인생.
∵ 고(苦, 괴로움) ― 불교에서는 일체(一 切)는 개고(皆苦)라고 한다. 또 생로병사 4고(苦)에, 애별리고(愛 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고통), 원증회고(怨憎會苦, 대척 관계와 만나야 하는 고통), 구부득고(求不得苦,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는 데서 겪는 고통), 오음성고(五陰盛苦, 욕망과 불만족에서 겪는 고통)를 합하여 모두 8고(苦)라고 한다.
불교의 목적은 이 고(苦)에서 벗어나자는 데 있다. 그리고 일체개고가 시사하는 것은 삶은 괴로운 것, 고통스러운 것이므로 너무 여기에 집착하지 말고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의 세계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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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뢰야식
자신이 저지른 일들
살아생전에 행동한 것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입력되어 있는 하드웨어다.
좋은 생각, 나쁜 생각들이
고스란히 쌓이는 영혼의 저장 창고
선악이 쌓여 있는 종합 예금 통장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신구의(身口意)에서 발생하는
일체 행위가 저장되어 있는 빅데이터다.
∵ 아뢰야식(阿賴耶識) ― 아리야식(阿梨耶識)이라고도 한다. ‘아뢰야’란 모든 것을 저장한다는 뜻이다. 곧 업, 업장의 저장 탱크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 유식학파의 학설에 의하면 우리의 의식 가운데 가장 심층의식은 아뢰야식이고, 이 아뢰야식은 기능적으로 선악 등 모든 업, 행위가 발생 즉시 자동적으로 입력·저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체는 죽어도 이 아뢰야식은 죽지 않고 내생, 내내생으로 이관된다고 한다. 사후에는 이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에 의하여 내생이 결정된다. 이것을 아뢰야식 연기설(阿賴耶識 緣起說)이라고 하고, 이 아뢰야식이 윤회의 주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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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독
권력 독
명예 독
돈독[錢毒]
이 독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사바세계에는 해독제가 없다.
오직 부처님만이 해독제를 보유하고 있다.
∵ 삼독(三毒) ― 탐욕(貪)·성냄(瞋)·어리석음(癡, 무지, 무명). 이 세 가지를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것이기에 ‘독할 독(毒)’ 자를 써서 ‘삼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어리석음(癡), 즉 무지(無知, 無明)가 최악의 독이다.
무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럴싸한 인간이 탐욕에 빠지는 것도, 대학을 졸업한 허우대가 멀쩡한 지식층들이 맹신에 빠지는 것도 모두 다 어리석기 때문이다. 어리석다는 것은 무지·현명하지 못함·지혜롭지 못함을 뜻한다. 지혜가 없으면 인생을 망친다. 지혜는 안목이다. 불교에서 지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곧 어리석음에서 빠져나오라는 뜻이다.
--- p.78
● 번뇌
15세 소녀의 여드름
아! 이것만 없다면
세상은 모두 내 것인데.
진수성찬이 가득한 식탁
이럴 때는 배가 하늘만 했으면 좋겠다.
번뇌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정신 영역
고상함과 천박함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다.
∵ 번뇌(煩惱) ― ‘잡념(雜念)’, ‘잡생각’, ‘공상’, ‘쓸데없는 생각’ 등을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근심·걱정·번민·갈등·욕망·욕심·망설임·불안감 등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번뇌라고 한다. 번뇌는 육식(안·이·비·설·신·의)이 그 대상인 육경을 만나서 발생한다.
눈(眼)으로 사물을 대하면 호오(好惡)의 차별이 생기고 소유욕·욕망 등을 위해 애를 쓴다. 여기서 번민 등이 발생한다. 번뇌를 퇴치하는 방법에는 화두, 위빠사나, 염불·독경·사경·경전 탐구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불교의 모든 경전과 법문은 결국 이 번뇌를 다스리는 가르침이다. 번뇌가 다하여 없어진 상태를 해탈이라고 한다.
--- p.84
● 대웅전
부처님께서 거주하시는 방이다.
무더운 여름에도 선풍기만 하나만 갖고 사신다.
추운 겨울에도 난로 하나만 갖고 사신다.
부처님은 추위도 더위도 모르신다.
삼매 속에는 추위도, 더위도,
폭우도, 폭설도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웅전
미망 속을 윤회하는 불쌍한 영혼들이
구제받기 위하여 모여 있는 ‘영혼 휴게실’이다.
∵ 대웅전(大雄殿) ― 대웅보전(大雄寶殿). 부처님을 모신 곳. 위대한 영웅을 모신 전각(殿閣)이라는 뜻이다.
--- p.166
● 깨달음
병아리 세상 구경이다.
벽지 촌놈의 서울 나들이
팔순 노인의 인터넷 채팅이다.
불교 수행자들이
목숨을 걸고 탐구하는 영원한 테마다.
∵ 깨달음(覺) ― ‘깨달음’은 여러 종교 중에서도 불교에만 있는 특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깨닫는 것인가? 초기불교의 깨달음은 사성제(四聖諦),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 切皆苦), 열반적정(涅槃寂靜), 연기법, 중도 등을 깨닫는 것이고, 대승불교,
중국 선종의 깨달음은 공(空), 중도, 무(無), 무집착 등을 깨닫는 것이다. 혹 깨달으면 뭔가 신통술 같은 것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일생일대의 커다란 착각이고 오판이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