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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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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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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518g | 130*195*20mm
ISBN13 9791171710577
ISBN10 117171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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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타인을 담아 내는 이석원의 섬세한 시선] 일상 속에서 만났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석원의 에세이. 저자의 담백한 문장들과 사진들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가닿았을 때, 얼마나 부드러워지고 따스해지는지 느껴볼 수 있다.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이석원만의 시선으로 이해해보려는, 섬세한 마음을 가득 담았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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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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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손님들에게 약속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유리 엄마’만 계셨더라도 오늘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손님 수가 항시 일정하질 않은 가게에서 추가 인력을 내내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가게 운영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를 -장사를 해본 사람으로서- 아는 나로서는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엔 없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자주 택하고,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주방 깊은 곳까지 다 들리도록 큰소리로 잘 먹었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 것.
---「5분」중에서

그런데, 이렇게 가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보내는 순간이 너무 벅찰 만큼 행복하고 내가 집에서 홀로 보낸 그 어떤 순간보다 감정의 파고가 진하다 느껴질 때면, 그래서 끝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친구라는 존재는 역시 의심 없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슬프다. 친구란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친구의 유산」중에서

친구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우리 사이에 엉켰던 실타래는 조금씩 풀어졌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본래 누굴 미워하는 일을 중단하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라더니, 알면 알수록 살아가는 이치란 어쩜 이리 무릎을 탁 칠만큼 절묘하고도 얄궂은 구석이 있을까.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 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 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
---「이해의 위력」중에서

가령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 당신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꺼내 불편한 상황을 만드느니 차라리 힘들어도 그냥 참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상대를 보지 않거나 연락을 피하는 일 역시 엄연한 의사표시라서, 어느 쪽이든 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이토록 힘든데도 그 사실을 상대에게 털어놓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세상에는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이렇게 나의 친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속앓이를 하다 애꿎은 친구들 앞에서 눈물을 쏟고, 취하도록 술도 마시고, 그러고도 모자라 집으로 돌아가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면서 난리를 치는 것 아니겠는가.
---「보낼 수 없는 편지」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오가는 대화를 사랑하고, 또한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언어의 이런 모호함과 불완전성은 언제나 나를 곤란하게 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마치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처럼, 보다 정확한 말을 구사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사는지도 모른다. 마치, 세상이 아무리 진보하지 않는 듯해도 인류는 진보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말에 관한 소고」중에서

이를테면 나는 누굴 더 이상 만날 거다 안 만날 거다, 다시는 연애를 하겠다 하지 않겠다 아무리 혼자서 결심을 해본들, 미래는 내가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기에. 결심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삶이 그렇게 복잡하고 모호하며 예측 불가한 것이기에, 나는 더더욱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그 원칙이 적용 가능한 것에 한해서라도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삶의 원칙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지침이 있다. 그리고 그 지침에 따라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삶의 지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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