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이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퍽 낯선 이름이다. 그의 작품들을 공개적으로 접해 본 적이 진실로 없던가. 1857년경 엑상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올라와, 그의 절친인 에밀 졸라가 하나의 문학 형식을 찾았듯이, 세잔 역시 그의 미술 형식을 탐구했다. 오늘날 그는 예전 그대로 세상을 달아나서 자신에 웅크린 채 자신이나 작품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스스로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하고, 새로운 하나의 개념으로 보다 솜씨있게 모든 결과를 얻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에 예감했던 것을 실현하고 자신의 모든 척도를 일정한 부분들에 담기에는, 한마디로 스스로를 너무 불완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 p.135
“세잔의 그림들에서 내가 감동하는 것은 위치situation 뿐만 아니라, 그 지속성duree에 의해서이다. 공간 속에서 사물들을 지탱하는 중량감이, 시간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사물들은 살아남아 스스로 항구성에 귀착한다. 색채는 기실, 빛이 흩뿌린 것이 아니라, 사물들에 물처럼 번져 있다. 그것은 부동의 것으로, 사물의 내부로부터 본질로부터 나오며, 사물의 덮개enveloppe가 아닌, 내적 구조의 표현expression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왜 그의 색채가 열정 짙은 무심함을 지니면서도, 그 외형에서 스스로의 자양분이 되는 그런 내면성을 간직하는지 이유를 말해 준다. [...] 그는 순간들 속에서 지속성을 발견하기 위해 애썼다. 아마 세잔은 가장 섬세한 우연들, 암벽들 위의 건조하고 투명한 공기, 떠도는 구름의 불안함을 포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것들을 중요한 본질에 종속시켰다. 일시적으로 지나며 덧없이 가로질러 가는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 이렇게 지속성을 갖는 그의 모든 풍경화는 놀라움을 준다.”
--- p.166, 「자크 리비에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