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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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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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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716쪽 | 145*210*33mm
ISBN13 9791171710737
ISBN10 11717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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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춤을 춰도 화려한 옷을 입은 이가 돋보이듯이 포의의 천재는 명문가의 용렬한 사람보다 몸을 일으키기 어렵다. 지금도 그렇지만 포의의 천재가 일어나자면 몇 겹의 우연이 도움을 줘야 한다. 여기 그렇게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사람이 있으니 바로 범저다. 온갖 수난을 당하던 근본 없는 외국의 떠돌이가 진으로 들어가자 기다릴 것도 없이 일약 선대의 상앙과 버금가는 업적을 이뤄냈다. 그는 당장 그 기세등등한 양후 위염을 쫓아내고 진나라 왕의 지위를 난공불락의 반석 위에 올린다. 먼 나라와 손을 잡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는 원교근공 전략으로 해마다 진의 땅을 넓혔으며 산동의 정치가들을 구워삶아 진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사마천이 한비의 말을 빌려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한다”고 탄식한 이유는 명백하다. 진이 아니면 누가 그런 인재를 받아들이겠는가? 산동에서 화려하지만 속이 빈 왕의 측근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할 때 진은 계책을 바로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사를 바닥에서 들어 올려 활용했다.
--- p.88, 「1부 제3장 원교근공」중에서

원교근공은 무서운 책략이다. 그것이 무서운 이유는 복잡하고 기이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단순하고 실리에 근거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가 끝나면 정책의 혼란 없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지금 진의 자리에서 정세를 살피면 한이 가장 가깝고 약하다. 그러므로 진은 이리저리 군대를 옮기지 않고 우선 가장 가깝고 약한 쪽을 쳐서 소화한다. 한이 망하면 위, 조, 초, 제 순으로 다시 원교근공의 형세를 되풀이한다. 언제까지? 황해에 닿을 때까지.
--- p.124~125, 「1부 제3장 원교근공」중에서

전투에서 죽은 이가 수만 명에 묻혀 죽은 이 40만 명, 무려 40만 명 이상의 인원이 한 번의 전쟁으로 인해 사라졌다. 침략군이 저지른 이 대도살은 역대로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백기가 당장 한단을 공략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불가피한 선택은 아니었다. 다행히 『전국책』이나 『사기』가 고대 전쟁사상 유래 없는 학살의 현장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이 일도 묻혔을 것이다. 필자는 백기가 이전에 수십만 명을 죽인 기록들을 검토하면서 분명 전투 중이 아니라 전투가 끝난 후에 죽인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장평의 싸움은 그 추정이 옳다는 방증이다.
--- p.203~204, 「1부 제4장 첩혈장평」중에서

우리는 진왕 정이 장양왕莊襄王의 아들인지 여불위의 아들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마천은 그래도 진 왕족의 성을 존중하여 영정?政이라 불렀지만 반고班固는 아예 그를 여정呂政이라 불렀다. 그가 여불위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진의 군주로서 어머니가 여불위의 첩이었다는 사실이 그다지 유쾌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처럼 자존심 강한 인물이 어머니의 옛 정부를 인정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때는 여불위의 시대였고, 실로 그가 없었으면 왕위도 없었다.
--- p.353, 「2부 제1장 철인의 탄생」중에서

이렇게 진의 기획자들이 다 모였다. 병법가 울료가 와서 군법을 주관하고, 법률가이자 전략가 이사가 와서 내외정을 주관하고, 요가·돈약 등의 유세가들이 돈을 들고 열국을 주유했으며, 진의 자객들이 전국을 횡행했다. 그리고 군대는 전통적인 무관 가문인 몽씨와 왕씨에게 맡겼다. 진왕 정은 인재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실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몸을 굽혀서라도 얻을 아량이 있었다. 이렇게 사령관 아래로 통일의 기획자들이 다 모였고, 뇌물이 열국의 조정을 채웠다. 그렇다면 이제 군대가 떠날 차례다.
--- p.415, 「2부 제2장 통일전쟁의 서막」중에서

진군의 훈련 체계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그들은 세포가 모여 기관이 되고, 기관이 모여 온전한 유기체가 되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최소 단위의 훈련이 끝나면 다음 단계로 이행해서 결국 전군 단위로 연습하고 마치는 식이다. 연병장에서 오장은 날마다 오인들을 교육시켰다. 북과 징이 충분하지 않으니 그들은 나무판과 기왓장으로 북과 징을 대신하고 장대로 기를 대신하는 식으로 진중에서 훈련을 했다. 북을 치면 진격하고, 기를 내리면 달리며, 징을 치면 물러난다. 깃발로 우측을 가리키면 우측으로, 좌측을 가리키면 좌측으로 움직이고, 북과 징을 동시에 치면 그 자리에 꿇어앉는다.
--- p.437~438, 「2부 제3장 통일전쟁」중에서

진왕의 기세는 천하를 뒤덮었다. 당시 진의 땅은 동쪽으로 바다와 조선에 이르렀고, 서쪽으로는 임조臨?와 강중羌中, 남쪽으로는 북향호北向戶, 북으로는 황하를 요새로 삼고 의지해 음산을 아우르고 요동에 닿았다. 천하를 얻었으니 그에 걸맞은 이름을 얻어야 할 것 아닌가? (중략) “‘태泰’ 자를 없애고 ‘황皇’ 자를 취하고, 상고의 ‘제帝’ 자를 취하여 위호로 삼나니, 이제부터 ‘황제皇帝’라 부르라.” 이리하여 중국사에서 최초로 황제라는 말이 탄생했다.
--- p.517~518, 「2부 제6장 천하통일」중에서

진시황은 삶을 지나치게 사랑했다. 죽음에 임하여 모든 것을 벗어버린 한고조 유방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생물의 본성이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욕망은 경험칙經驗則을 벗어난 행태다. 경험칙이란 상식에 준하는 것인데, 상식 속에 사는 보통 사람들을 다스리는 황제가 스스로 상식을 벗어난다면 무엇으로 믿음을 세울 것인가? 무소불위의 지도자가 생명 연장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면 그 욕망에 편승해 부귀를 얻으려는 자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마치 간장 단지에 모이는 파리는 힘으로 쫓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파리 떼와 함께 진시황의 정신은 서서히 혼미해진다.
--- p.624, 「2부 제7장 녹스는 철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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