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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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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

: 해나의 다이어리

박하령 | 책폴 | 2023년 08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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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12g | 140*205*10mm
ISBN13 9791193162026
ISBN10 11931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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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찰흙을 빚어 무언가를 만들어 내듯이, 글을 써서 나를 빚어내는 거야. 일기 안에 담겨진 나를 내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생각이 명료해질 거야. 있잖아, 분명한 것들에는 힘이 있거든! 그래서 일기를 쓰기로 작정했지.
‘안녕! 난 서이든이야.’
내게 말을 걸지도, 의미 있는 미소를 날리지도 않았고 그저 뛰기만 했을 뿐인데 나 혼자 이렇게 물들다니……. 자극 없는 반응? 어떻게 이렇게 비과학적일 수가 있담! 제 맘대로 내 마음속으로 날아와 기어이 파아란 싹을 틔우는 민들레 홀씨 같달까? 넋이 나간 채 허방을 밟는 기분으로 간신히 집에 오니 엄마가 “너 얼굴이 왜 그래? 친구랑 싸웠니?” 이런다. 그러게. 멀뚱하니 서 있다가 아~무 이유 없이 한 대 호되게 맞은, 딱! 그 기분이다.
--- p.17

요사이 이든이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마음까지 모아 듣다 보니 엉겁결에 주희의 마음까지 읽히면서 차츰 우정이라는 게 생겼다. 취향과 상관없이 인간을 향한 기본적인 애정 같은 게 무늬처럼 새겨지는 기분이랄까? 강렬하지 않아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인간애 같은 그런……. (물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져서 더 그럴 거다.) 서로 배치되는 두 마음이 내 안에 둥지를 틀었으니, 덫에 걸린 기분이랄밖에. 이든이를 좋아하면 주희를 배신하는 셈이니 이든이를 포기하든가 주희와 친해지지 말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차피 주희나 나나 원거리에서 인싸를 바라보는 익명의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단 생각도 든다.
--- pp.27~28

인생은 좋아하는 맛, 싫어하는 맛이 다 들어 있는 사탕 통 같은 거라더니 맞는 말인 듯!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이든이와 나는 체리 맛 나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원래 만남은 마음이 먼저 시작하는 거니까.) 새콤달콤에 청량한 신맛까지 도는 그런 맛.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걱정도 페퍼민트 맛으로 존재했다. 그건 주희와 나 사이에 흐르는 시퍼런 비밀의 강 때문이다. 이젠 전처럼 편하게 수다를 떨기도 힘들고 눈을 마주치기도 불편했다. 물론! 계속 감출 속셈은 아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망설이는 중이다.
--- p.40

역시 엄마는 ‘답정맘’답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다물고 나왔다. 독서실에 갔지만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다. 엄마가 때가 됐다고 한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때가 되었다는 소리는 전과 후가 갈린다는 뜻이잖아? 그렇다면 이혼을 하겠단 소리? 요즘 세상에 흔한 게 이혼이라지만, 내 문제가 되면 모든 게 다 새롭고 무겁고 아프고 힘든 일이다. 완전 진흙탕 속에 처박힌 기분이다.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제일 절망적이다.
--- pp.48~49

왜? 난 저 아이 처분대로 움직이는 거지? 왜 난 번번이 까인 기분을 안은 채로 집에 가야 하는 거지? 좋아하면 이렇게 끌려다 녀도 되는 거야? 배가 고파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로 신발을 질질 끌고 가면서 오늘 내가 흘린 자존심, 친구와의 의리, 끼니…… 그런 걸 떠올렸다. ‘내가 주체가 아닌 상태’여야 해? 나를 잃으면서까지 누구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건가? 맞고 틀리고 정답지는 내게 없지만, 사랑의 포로가 된다는 표현이 왜 있는지는 알 것만 같다.
--- p.72

내가 도망친 이유는 아이들의 적개심 때문이 아니라 나의 섣부른 두려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두려움엔 근거가 있다. 양주희의 결석 이후 욕을 너무 많이 먹었으니까. 그래서 상처가 생겼을 테고, 상처가 두려움을 불러들인 거겠지. 그렇지만 상처는 살면서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건데, 그 상처를 치유해야지 덧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도 아닌 작은 상처가 덧나서 커지고, 그러다 패혈증인가로 죽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상처는 내 뜻과 상관없이 타인에게 받을 수 있다 해도 그 상처를 키우는 건 내 몫이니까.
--- pp.100~10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열일곱 살 해나는 누가 봐도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지만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감정의 변화와 고민의 폭은 어느 구석도 평범치 않다. 여름의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서이든’이라는 남자아이의 출현으로 일상의 모든 것이 백팔십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 안팎에서 ‘인싸’로 이미 유명한 서이든을 좋아하게 되면서 해나의 일상은 콩닥콩닥 뒤틀린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인 해나. 마침 반 친구 주희 또한 오래전부터 이든을 짝사랑해 왔음을 알게 되면서, 우정과 사랑 사이 갈등이 깊어진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주희가 이든을 주인공으로 멋진 작품을 그려 이든에게 전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림은 이든에게 도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든이 해나에게 ‘만나자’ 연락을 해 온다. 해나와 주희가 각자의 집안 사정을 나누면서 점점 더 속내를 열고 가까워질 무렵, 하필 해나에게 ‘이든’이라는 비밀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이든은 ‘인싸’라는 이유로 바쁘다며 자기 내킬 때만 해나를 찾고 원하는 대로 군다. 그런 이든에게 신뢰보다 불신과 불만이 쌓일 무렵, 주희가 해나와 이든 관계를 알고 ‘내 그림을 훔쳤다’며 해나를 오해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어떤 사람을 신뢰하고 소중하게 여길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작은 틀어짐과 오해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사랑과 아픔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곧 아픔을 만드는 것과 같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경험만큼 사람을 한 단계 높이 성장시키는 것이 없다.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눈 또한 확장된다.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를 읽으며 이 사실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다. 해나가 겪어 나간 주된 사건은 이든과 얽혀 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성적에 대한 고민, 자기 자신을 향한 불안과 자책을 털어놓을 수 있는 마음의 통로는 언제나 ‘주희’와 맞닿아 있었다. 좋은 친구의 존재는 항상 든든하게 내 삶을 밝혀 주는 등대와 같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자.
- 박진영 (심리학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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