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명확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떤 말로든 표현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이 쏟아낸 말이 독자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따지는 것을 한가한 걱정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글을 쓰는 비밀은 독자에게 있으며, 내 생각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의 노력을 꺾어버리기보다는 북돋아주는 단어와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만 이해한다면 누구나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p.16 레슨을 시작하기에 앞서」중에서
모든 규칙을 언제나 지켜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언어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대의를 따르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자 하는 개인적 선택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라. 쉬운 말로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개인적 선택이고, 격식이나 괴팍스러운 ‘품위’를 가미하여 언어유희를 즐기는 것도 개인적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은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개인적 선택일 뿐이다. 그 어떤 선택도 경멸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이든, 명확성의 원칙을 먼저 달성하고 난 다음에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 62 Lesson 1. 문법 vs 스타일」중에서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의미가 명확하다고 느끼는 문장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문장이다. 독자는 행위가 동사로, 행위자는 주어로 표현된 문장을 읽고 싶어한다. 글을 쓰고 고칠 때 이 두 가지 원칙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p. 87 Lesson 2. 무슨 행동을 하는가」중에서
독자들은 개별문장이 명확하게 읽히는 것 못지않게,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매우 중시한다. 표층적으로 결속된 느낌을 주고자 한다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을 쓰고자 한다면, 개별문장을 쓰는 법만 익혀서는 안 된다. 여러 문장이 잘 어우러지도록 쓸 줄 알아야 한다.
---「p. 163 Lesson 4. 이야기를 그물망으로 엮어라」중에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법들이 한 문장 속에 모두 구사되어있다면, 이러한 문장구성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글은 그 속에 담긴 의미만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특별한 효과를 주고자 세심하게 설계한 것이다.
---「p. 399 Lesson 10. 아름다운 문장이 주는 희열」중에서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읽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독자가 이해하는 데 들이는 노력만큼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면, 더 나아가 훨씬 쉽게 쓸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글을 이해하기 어렵게 썼다고 여겨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의도 없이 나태하게 쓴 글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독자의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쓴 글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노력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p. 428 Lesson 11.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서」중에서
글을 대충 쓴다고 해도 별로 손해 볼 것도 없고 또 그렇게 쓴 글도 흔한데, 명확하게 글을 쓰는 법을 왜 힘들게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글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 (머지않아 우리도 곧 알게 될 사실이다.) 명확하고 우아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실제로 매우 적기 때문에, 그런 글을 발견했을 때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노력은 분명코, 보상으로 돌아온다.
---「p. 489 Lesson 12. 명확성을 넘어 탁월한 글쓰기로」중에서
구두점을 사용하는 방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어떤 구두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지 세심하게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복잡한 문장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묘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강세와 뉘앙스까지 조절할 수 있다. 물론 구두점만으로 단조로운 선율을 메시아교향곡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p. 493 Appendix 문장부호」중에서
표절은 단순히 말을 훔치는 행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하는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훔치고 빼앗는 행위다. 남의 과제를 베껴서 내는 행위 역시 그 학생이 받아야 할 인정은 물론, 학점까지 훔치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과제가 또 존재한다면, 그의 과제는 그만큼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도둑질이 일상화되면 어떻게 될까? 의심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서로 불신할 것이고, 마침내 공동체 전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문화 속에 파묻히고 말 것이다. 그런 나라는 학문의 수준은 물론 교육의 수준도 계속 추락할 것이다. 교수와 선생들이 교과과정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쏟아야할 시간에, 학생들의 부정직한 표절을 잡아내는 헛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표절은 절대 사소한 악행이 아니다. 학술공동체와 전문가공동체의 가장 기초가 되는 윤리의식을 갉아먹는다. 표절에 눈감는 순간, ‘정직한 연구’가 아닌 다른 요인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집단은 본질적 존립가치를 잊고,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또다른 평범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다. 표절에 눈 감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p. 539 Appendix 인용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