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진짜 죽었어?”
“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에요. 그날부터 주인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집에 머무는 법이 거의 없었고, 집에 있을 때는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주인님은 간섭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분이 아가씨의 편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메들록 부인은 말했어요.
모든 말이 책에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였어요. 썩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 말이에요.
--- p.14
“이 소리는 뭐야?” 메리는 마사에 물었어요.
“바람이에요.” 마사가 대답했지만,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한 눈치였어요.
“황무지에 바람이 불 때 꼭 누가 울부짖는 것처럼 들려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 같지 않아.” 메리가 말했어요.
“들어봐, 마치…”
메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방문이 갑자기 열렸어요. 문이 열린 틈으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방 안의 촛불이 꺼졌어요.
그러자 다시 한번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분명했어요. 그건 사람이 우는소리였어요.
“아이가 우는소리 같아.” 메리가 말했어요.
--- p.30
연못에 가서 뛰어놀면 기분이 좋아졌고, 정원사 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기쁨이었어요. 메리는 벤에게 정원의 식물과 새, 그리고 봄에 대해 자꾸 물었어요. 늘 고독하고 무뚝뚝한 벤이었지만, 황무지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주었어요. 벤이 일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벤이 떠나자, 메리는 담쟁이덩굴로 덮인 흰색 벽을 따라 걸었어요. 그렇게 정처 없이 거닐고 있을 때 새가 와서 메리의 발을 쪼아대기 시작했어요. 새를 가만히 지켜보던 메리는 땅속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 p.34
“비밀을 지켜줄 테야?” 메리가 물었어요.
“당연하죠.” 디콘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어요.
“그럼, 따라와!” 메리는 디콘의 손을 잡고 화원으로 가는 길로 데려갔어요. 화원의 문을 열고, 디콘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했어요.
“봐!” 메리가 외쳤어요.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이 무엇인지 실감했어요.
“아무도 못 들어오고 방치된 화원이었지만, 내가 발견했어. 그리고 이제 내 것이야!”
“저기.” 디콘이 말했어요. “화원을 다시 살리는 걸 도와줄게요.”
“오, 그럼 멋질 거야!”
--- p.41
“어떻게 알아?” 메리는 죽는다는 말이 싫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까.” 콜린이 대답했어요.
“사람들은 내가 못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난 다 알고 있어. 내가 잘 때 수군거리던 말들을 말이야.”
“전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 뿐이야.” 메리가 톡 쏘아붙였지요.
“밖으로 나가야 해. 훨씬 좋을 거야. 밖으로 나가면 디콘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디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원에서 우리가 뭘 하는지 더 말해줄까?”
--- p.50
벤은 콜린을 보며 연민과 그리움이 섞인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도련님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벤이 말했어요.
“어머니의 눈을 닮았으니까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곱사등이면서 절름발이인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냐는 겁니다.”
“난 곱사등이가 아니야!” 콜린이 외쳤어요.
“콜린은 절름발이도 아니야!” 메리가 보탰어요.
“아니라면?” 벤이 되물었어요.
“내가 보여줄게.” 콜린이 말하고 디콘을 바라봤어요.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
--- p.66
“나를 따라 외쳐 봐. 빛나는 태양도 마법이고, 피어나는 꽃도 마법이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마법인 거지! 마법의 힘! 우리에게로 와!”
콜린의 말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마법은 아주 천천히 그들 속으로 스며들었어요.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