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영감을 받아서 받은 그대로 또는 자신의 감각으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창작을 하게 된다. 작품창작에 수반되는 그 내면적 정신작용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의 완숙 단계나 완성 단계를 논하게 된다. 현대시에서 집요하게 제시된 시론 중 하나는 사상이 아니라 사물로 말하라는 것이었다. 구하나 시인의 시집에서 그 발전의 모습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가을 타고 내리는 비(가을비), 등잔불(고향), 오선지 위를 말 말 말이 달린다(코러스), 사랑은 주는 것만큼 받는 것(곰팡이), 죽은 자는 웃고 산자는 운다(장례예식장) 등이 그 실례이다. 시의 객관성과 독자들의 감성영역확충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용재 (시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구하나 시인이 펴낸 제1시집의 시적 주제의 밑바탕은 향토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유소년기의 추억과 그리움, 혈육에 대한 애틋함, 전통적 한의 정서, 계절감각적인 자연 풍경 등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시적 경향은 이번 제2시집에도 밑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시적 소재나 주제, 창작 기법에서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적 소재나 주제에서는 향토적 서정성의 굴레를 벗어나 다양한 사물이나 생물, 관념적 대상으로 그 폭을 확대해 시적 인식의 차원을 넓혔다. 창작 기법도 경험적이며 자기 고백적인 서정시의 전형성을 바탕으로, 때로는 이야기식 서술구조, 시적 화자의 다양화, 언어유희와 아이러니 기법, 관념의 구체화인 조소성 등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 신익호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