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름다움도 똑같이 그대로인, 또 하나의 여자를 만드는 것입니까? 그 육체도, 그 음성도, 그 걸음걸이도, 요컨대 그 자태 그대로의 여자를 만드는 것입니까?”
“‘전자기’와 ‘발광 물질’을 사용하면 어머니의 마음이라 해도 속습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남자의 정열쯤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괜찮으십니까! 제가 이렇게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12년이 지난 뒤, 그녀가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이상적인 자기의 복제를 보았을 때, ‘시기’와 공포에 질린 나머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잠시 뒤, 에왈드 경은 생각에 잠긴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와 같은 것을 창조하려고 하는 것은 어쩐지 ‘신’을 시험해보는 일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승낙을 해달라고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이 낮은 목소리로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거기에 어떤 종류의 지성 같은 것이 불어넣어집니까?”
“‘어떤 종류’의 지성이냐고요? 아닙니다. 지성 그 자체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이 거창한 말을 듣고, 에왈드 경은 발명가 앞에서 돌이 된 것같이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나의 내기가 제안되었고, 내기에 건 것은 과학적으로 말해서 하나의 정신이었다. --- pp.149-150
“자, 그러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에디슨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마녀 같은 여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에왈드 경이 다시 물었다.
“같은 여자입니다. 단지 이쪽이 ‘진짜’이지요. 앞서 본 여자의 겉모습 속에 있던 여자입니다. 에왈드 경! 제가 보고 판단하기에 아무래도 당신은 현대의 ‘화장 기술’의 발전을 잘 알고 계시지 못한 것 같군요!” 에디슨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열광적인 목소리로 돌아와서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에케 푸엘라(Ecce puella)’! 이것이 저 빛나는 이블린 하발 양이 마치 나무에서 송충이를 떼어낸 것처럼, 매력적 치장들을 벗어던진 모습입니다! 정말 사람들이 저 모습을 욕망하다 죽을 만하지 않습니까! [……] 그러나 ‘화장’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여자들은 요정처럼 솜씨 좋은 손가락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일단 첫인상이 생기고 나면, ‘착각’이 끈기 있게 달라붙어 가장 가증스러운 결점까지도 마냥 좋아하며 몰두하고, 마침내는 그 망상의 손톱으로 추악함까지 붙들고 늘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비록 그것이 ‘어느 것보다도’ 더 봐주기 힘든 추악함일지라도요. --- pp.263-264
우리의 신들도 우리의 희망도, 이미 ‘과학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게 되었는데, 사랑 역시 과학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잊힌 전설, 과학에 의해 경멸당한 전설에 나오는 이브 대신에, 저는 과학적인 이브를 드리겠습니다. 이 이브야말로 당신들이 제일 먼저 비웃는 감상주의의 잔재로 여러분이 아직도 ‘심장’이라고 부르고 있는 저 시들어버린 내장 기관에 유일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 p.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