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저씨의 약점에 대해서 말한 게 아니라, 단지 아저씨의 개성에 대해서 말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약점인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개성인 경우도 많아요....저는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잘났느냐 못났느냐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개성을 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개성은 자기 약점조차도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 p.248
아저씨의 개성에 대해서 말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약점인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개성인 경우도 많아요....저는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잘났느냐 못났느냐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개성을 봐요.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개성이 뭔지도 몰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개성은 자기 약점조차도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 p.284
아마 사람들은 길이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 모양이야.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어? 그렇다면 미로 속에 빠진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미로 속에는 죄다 길뿐이잖아? 세상에 길이 많아 봐야 결국 선택만 복잡해질 뿐이라고!---p.123
사랑니란 뽑을 때가 아프지, 뽑고 나면 개운할 거예요. 대머리 약사는 이번에는 거의 '사랑이란'에 가깝게 발음했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맞는 말이었다. 사랑도 뽑을 때가 아플 뿐, 뽑고 나면 개운하다.---p52,53
--- p.
소설책을 읽을 때도 그래요, 왜 그런데 나오는 인물들은 아무리 사소한 일을 겪어도 거기에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하다못해 날아온 돌멩이를 맞아도 그 순간 이러저러한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뭐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하거든요. 저 같으면 그냥 아야 하면서 돌멩이 던진 놈을 찾아내려고 두리번 거릴 텐데 모든 일을 그렇게 심오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저는 아마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터져 버리고 말 거예요
--- p.260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곧 아무렇게나 그려도 된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때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버리는 도리밖에 없듯이. 그러나 인생에서 지름길 따위가 아무 의미도 없듯이, 예술에서도 지름길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죽어야만 끝날 인생과 예술인데 빨리 쉽게 도착하는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 문제란 말인가.
--- p.96
"연막 살충제? 집안에 벌레가 그렇게 많습니까?"
약사가 그렇게 묻는 순간 현제는 조금 더 걷더라도 다른 약국으로 갈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저 사람 집에는 벌레가 우글우글하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문을 퍼뜨릴지 모를 일이었다. 저 아가씨는 치질에 무좀까지 있답니다, 하고 속삭이던 그 목소리로.
"집이 아니라 사무실입니다. 그리고 벌레라고는 파리 한 마리밖에 없어요."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고 연막 살충제를 터뜨려요?"
"그게 아니라, 그놈이 어디 숨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물론 사정을 잘 모르시겠지만 그 파리가 여간 성가신게 아니거든요."
현제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이해합니다."
대머리 약사는 여전히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말했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도 있지만, 사실 그 기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을 겁니다. 성가시게 구는 것들은 때로 그런 복수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거든요.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복수하고 싶은 충동 말입니다."
"그런 충동을 자주 느끼십니까?"
말해놓고 보니 약사와 손님의 입장이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대머리 약사는 개의치 않고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pp.107-108
"연막 살충제? 집안에 벌레가 그렇게 많습니까?"
약사가 그렇게 묻는 순간 현제는 조금 더 걷더라도 다른 약국으로 갈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저 사람 집에는 벌레가 우글우글하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문을 퍼뜨릴지 모를 일이었다. 저 아가씨는 치질에 무좀까지 있답니다, 하고 속삭이던 그 목소리로.
"집이 아니라 사무실입니다. 그리고 벌레라고는 파리 한 마리밖에 없어요."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고 연막 살충제를 터뜨려요?"
"그게 아니라, 그놈이 어디 숨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물론 사정을 잘 모르시겠지만 그 파리가 여간 성가신게 아니거든요."
현제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이해합니다."
대머리 약사는 여전히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말했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도 있지만, 사실 그 기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을 겁니다. 성가시게 구는 것들은 때로 그런 복수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거든요.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복수하고 싶은 충동 말입니다."
"그런 충동을 자주 느끼십니까?"
말해놓고 보니 약사와 손님의 입장이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대머리 약사는 개의치 않고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pp.107-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