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는 왜 그렇게 우리를 아프게 할까? 사별, 즉 자신과 끈끈한 관계였던 누군가의 영구적인 부재가 왜 그렇게 통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자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믿음을 낳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의 일부를 뇌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동기, 행동이 자리한 곳에서 말이다. 비애에 잠겼을 때 뇌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면, 아마 그 감정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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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서 나는 뇌의 관점에서, 즉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었을 때 뇌가 대처하려고 애쓴다는 관점에서 비애를 연구해 왔다. 비애는 뇌가 해결해야 하는 가슴 에이는 고통스러운 문제이며, 애도는 자신이 몹시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세계 이해에 깊이 스민 누군가가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수반한다. 이는 뇌의 관점에서는 사랑하는 이가 사라진 동시에 존속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자신이 두 세계를 동시에 걷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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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은 진화를 통해서 자기 환경의 지도를 작성하고, 좋은 먹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고, 그곳의 먹이를 싹 잡아먹은 뒤에 언제쯤 다시 돌아가는 편이 좋은지를 계산할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진화는 땜장이다. 어떤 새로운 욕구가 출현하면, 진화는 새로운 뇌 체계를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기구를 고쳐서 쓴다. 따라서 먹이를 찾기 위해 신경세포로 구성한 뇌 지도는 포유류가 새끼를 숨겨둔 장소를 표시하고, 하루 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갈 길을 찾는 데에도 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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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는 물리적으로 변한다. 더 많이 연결된 신경세포일수록 다음번에 함께 발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어떤 경험이 반복된다면, 뇌는 매번 같은 신경세포들을 함께 발화시키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오후 6시의 시계 소리”는 “아내가 집에 온다”는 생각을 촉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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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배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우리는 아주 많은 날에 걸쳐서 곱셈을 연습하고 미분 방정식을 풀지 않고서는 대수에서 미적분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하룻밤 사이에 학습하라고 자신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뇌에게 매일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작은 회백질 컴퓨터의 갱신을 돕는다. 주변의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가상 지도와 다음에 일어날 일에 관한 뇌의 예측을 갱신하는 것이야말로 비통한 상실 앞에서 심신을 추스르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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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양립할 수 없는 이 두 믿음, 즉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고 없다는 믿음과 다시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가장 잔인한 측면일지 모른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뇌는 다른 사람의 지속적인 표상을, 즉 자신의 가상 세계에 사랑하는 이의 아바타를 간직하고 있다. 이 표상의 암호화는 부모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나 부부의 내밀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애착의 결과로 자신만이 지니게 된 이 표상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나 철저히 믿기에 결코 끝나지 않을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 지금, 가까이에 있다는 지속적인 믿음이다. 사랑하는 이의 정신적 표상을 만드는 알고리듬 역할을 하는 신경 연결은 영구히 암호로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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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경영상 연구는 비애를 뇌에서 관찰할 수 있음을, 즉 사람이 비애에 잠길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뇌의 관점에서 비애를 조사하려는 과학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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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비애 집단과 회복 집단은 한 뇌 영역에서 차이를 보였다. 바로 측좌핵이었다. 들쥐에게서 일부일처형 짝 결속이 이루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로 그 영역이다. 측좌핵은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콜릿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을 하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보상 과정(뒤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에 관여한다고 잘 알려진 신경망의 일부다. 복합 비애 집단은 회복 집단보다 이 영역이 더 활성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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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을 뇌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차린 뒤, 나는 갈망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갈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먼저 갈망의 다양한 측면들을 특징짓기 위해서 다양한 질문들로 이루어진 자기 보고 척도를 개발했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빚어낸 갈망이 애인과 헤어진 뒤의 갈망이나 향수병에 걸렸을 때의 갈망과 같은 것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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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우리 뇌는 영리하게도 수면의 각 단계들을 조금씩이라도 취함으로써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깊은 수면에서 일부, 빠른 눈 운동 수면, 즉 렘수면에서 일부, 더 얕은 수면에서 일부 시간을 뺀다. 즉 전체적으로 잠을 덜 잔다고 해도, 필요로 하는 수면 단계들을 다 거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준에서도 뇌가 우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례다. 처방약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다른 단서들을 수면 과정에 집어넣는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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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각의 내용, 즉 우리가 주의를 어디에 쏟느냐에 따라서 뇌의 하드 드라이브, 즉 시냅스 배선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개념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는 역동적 과정이다. 우리 신경 연결은 생각의 내용을 생성하며, 그와 동시에 생각의 내용을 인도함으로써 바로 그 신경 연결에 변화를 일으킨다.
---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