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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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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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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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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564g | 152*225*24mm
ISBN13 9788964374368
ISBN10 896437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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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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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조선의 역사를 사회주의적 근대성의 일부로 파악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의 이 같은 변이를 진정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여기서 요점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교의에 대한 이론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탈식민지 이후 북조선과 같이 거의 전적으로 농업 사회였던 곳에서 사회주의는 무엇을 의미했는지, 또한 대중 참여를 통해 사회주의라고 생각했던 것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설명하는 것이다.
--- p.36

혁명과 관련되어 있는 폭력과 혼돈의 이미지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어느 한 단면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혁명을 단두대와 정치적 숙청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들과 관련된 파괴적인 것으로 기억하지만, 혁명은 일상생활을 전환시키는 보다 창조적인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실제로 혁명의 파괴적인 잠재성보다는 창조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한 몇 안 되는 정치 이론가 가운데 하나다.
--- p.55

북조선의 경작지 186만 정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토지개혁으로 몰수되었다. 몰수 토지의 60퍼센트 이상이 중농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5정보 이하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토지의 일부 혹은 전부를 소작을 주고 있었다. 몰수된 토지는 거의 모두 재분배되었다. 2퍼센트 미만의 토지만이 국가 소유로 남았다. 결국 전체 105만 정보가 몰수되었고, 25일 만에 98만 정보가 모두 71만 농민 가구에 무상으로 재분배되었다. 99퍼센트의 소작지가 보상 없이 몰수된 것이다. 북조선 전체 농민 가구의 70퍼센트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토지개혁은 지주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지주들 가운데 다수는 일제 부역자로 비난을 받던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제도는 토지가 없는 다수의 농민과 빈농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지주들은 쓴 약을 삼켜야만 했다.
--- p.134

유권자를 교육하는 창의적인 방법 중 하나로 소위 “인민위원 선거 경기”라 불리는 게임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는 두 팀 가운데 어느 팀이 먼저 “투표”를 마치는지를 가리는 게임이었다. 각각 30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은 남녀 동수의 구성원을 다음과 같은 직업군, 즉 선거위원회 위원(운동복에 완장으로 선거위원 표시), 빈농, 부농, 노동자, 사무원, 승녀, 신부, 유림, 소시민 병자(노파), 장애 노인, 대학생, 자전거 혹은 이륜 짐차 유랑인 등으로 분장시켜 팀을 짠다. 게임은 적어도 50미터 길이의 큰 강당이나 공터에서 열린다. 기표소 두 곳에 각각 검은 투표함과 하얀 투표함이 놓이고, 기표소 앞에는 선거위원이 각각 한 사람씩 배치된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두 팀이 경쟁적으로 서로의 투표 과정을 모방하게 한다.
--- p.149

김호철의 삶은 국제 사회주의 활동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초국가적 경험이 조선인들 사이에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일제 식민 통치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의 기회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사 서류철에도 만주 중국 일본 등지에서의 경험이 기록되어 있지만, 김호철의 서류철이 남다른 점은 자서전이 세 개나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북조선 혁명에 대한 내러티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검토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자서전을 매개로 혁명을 서술하는 과정을 통해) 북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동학 속에서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경우에는, 혁명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혁명가로 자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북조선 역시 인민을 역사의 주체로 규정해 변혁 운동에 동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지 않았다. 소련의 경험이 선례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자서전들은 북조선 사람들이 자서전 작성 관행을 활용해 자신의 개인사를 북조선 혁명이라는 좀 더 넓은 맥락 속에 어떻게 통합시켰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p.219-220

어떤 단체의 일원으로서 그 안에서 생활하려면, 누구나 이력서와 짧은 자서전이 포함된 지원서를 각 조직에 제출해야 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제도적 관행은 ―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근대성의 곤경이라고 비난하는 ― 푸코주의적 규율[훈육]의 한 형태로 이해되기 쉽지만, 이런 규율은 얄궂게도 근대적 주체를 생산하는 도구였으며, 물질적 결핍이나 식민지 잔재로부터 인간 해방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기계적 규율’과 ‘자각적 규율’ 사이의 차이는 근대적 주체성에 내재된 양면성을 잘 보여 주는데, 이는 생산물이자 생산자로서 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 주는 변증법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적인 근대적 주체라는 개념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Subject’[주체/신민]라는 개념은 역설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하는 권위체의 통제 아래 놓인 사람[신민]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결정적 행위자[주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적 주체에서 나타나는 변증법, 다시 말해 “즉자적 계급”과 “대자적 계급” 사이의 변증법과 동일하다. 대규모 산업 노동자계급과 같은 전형적인 “즉자적 계급”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북조선은 “대자적 계급”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p.214

북조선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사회적 출신 성분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서전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하지만 후자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식민지 시기에 공직을 맡아 부역 행위를 했던 과오는 지우기 어려웠다. 이는 척결해야 할 반혁명 세력을 규정하는 선이 명확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로,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 안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가족 구성원이 직접적으로 일제 식민 정부에 부역한 사람들은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에 포함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시대에 교사로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자서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정한 여지가 상대적으로 폭넓게 주어졌다. 그들의 자서전을 보면 지식인들이 자아비판을 통해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에 편입되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 p.249

모리스 알박스는 역사적 기억을 다룰 때 유용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그는 기억은 오직 집단적 맥락 속에서만 작동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본질적으로 기억을 개인의 자산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관점에 도전했다. 물론, 기억은 매우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알박스가 다소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 기억에 대한 그의 분석은 왜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지, 과거의 재구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실을 두고도 왜 논쟁을 벌이는지 설명해 준다. 한반도의 역사 역시 논쟁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남북이 정통성을 두고 계속해서 경쟁을 벌이고 있고, 해방에 대한 내러티브에서 젠더화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준적 내러티브의 이면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 p.316

해방에 대한 기억이 환멸인지, “집단적 흥분”인지에 상관없이 남성들은 자신의 인생사를 중요한 민족사의 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예를 들어, 함석헌, 오영진, 리영희의 회고록에는 “자서전” “증언” “역정”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 있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민족사의 연대기에 자신의 삶을 집어넣기 위한 것이다. 가정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이들의 인생 이야기에서 들어설 자리가 없었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단어는 민족이었다. 민족의 역사는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민족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범위만큼 중요했다. 이렇게 묘사된 민족의 역사는 결정적으로 남성적인 것이었다. 북조선에서 이상적인 시민 모델로 혁명적인 어머니를 내세운 것과 달리, 해방 후 남한에서는 남성이 정치적 주체성의 전형을 구현했다. 이런 역사에서 여성들은 해방을 정말 ‘해방 공간’으로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그 어떤 여성 혁명가나 여성 단체도 없었다.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내러티브로 눈을 돌려야 한다.
--- p.336

남성들이 민족사를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전유했다면, 여성들은 민족 해방과 여성해방을 동일시해 민족 해방 투쟁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사를 민족사 속에 삽입하려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적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전통적인 핵심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 어머니를 전유해, 즉 혁명적 모성이라는 형태를 통해 여성이 정치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북조선에서의 담론과 매우 유사하게) 정당화하고 유효화하려 했다. 그들의 직접적 경험담은 (모성이 단순히 수사적 장치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가 정치화된 새로운 정체성으로 모성을 경험했음을 보여 준다.
--- p.348

이런 식으로 보게 되면 왜 여성의 내러티브가 양가성으로 가득 차있는지, 왜 여성들은 인터뷰를 꺼렸는지, 김원주의 회고록에는 왜 공백이 있는지, 허정숙은 왜 회고록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쓰지 않았는지가 명확해진다. 이런 양가성은, 북조선에서 김일성의 개인적 경험이든 남한에서 더욱 일반적인 남성적 경험이든 간에, 특정한 경험(남성의 경험)을 (그것이 가진 특수성을 간과한 채) 포괄적인 민족사로 일반화한 데서 비롯된다. 이 장 맨 앞에 실린 사진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그 사진을 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즉, 저 여성은 누구이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그 여성을 김원주로 상상해, 김원주의 이야기에서처럼 해방 소식에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 있는 그녀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그 여성의 이야기는 해방을 기억하고 역사화하는 데 관련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너무나도 자주 프레임에서 제외되곤 한다.
--- p.356-357

이 책에서 나는 그 주변부로 다가가 북조선이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건설했던 경험의 역사, 혁명적 변화를 겪은 마을의 역사, 새로운 형태의 일상적 실천을 통해 혁명가가 된 농민의 역사, 해방과 혁명의 실질적인 의미를 구성하는 여성의 역사 등 소외된 역사에 주목하려 했다. 여전히 한반도에는 분단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게 강제함으로써 개방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방 직후의 시기를 다시 이해한다는 것은, 상호 경쟁적인 시각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잘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 대한 구술사 수집이 유독 어려운 상황은 냉전 이분법에 결박되어 있는 한반도의 과거를 넘어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시공간으로서의 “해방공간”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 p.37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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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구적인 저작 …… 냉전의 여파 속에서 북조선의 역사를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 『저널 오브 코리언 스터디』 Journal of Korean Studies
서구 사회가 기괴한 정치 체계를 가진, 핵 개발에만 열중하는 북조선이라는 ‘국가’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이 책은 국가 형성기에 북조선에서 살았던 개인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 뤼디거 프랑크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 관점』Nordkorea: Innenansichten eines totalen Staate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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