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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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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힘이 세다

: 도서관에서 찾은 47가지 그림책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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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48*210*30mm
ISBN13 9791198268785
ISBN10 119826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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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으로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책놀이터 작은도서관이었습니다. 당장 재원이 없으니, 버는 돈의 일부를 떼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년 반 정도 책을 모아 공간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좋은 책을’ ‘누구나’ ‘신나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시작은 제가 했지만, 동네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다 함께’의 취지도 담았습니다. …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냐?’는 오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뒹굴뒹굴 책 속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 누구랄 것 없이 모두의 도서관이었습니다.
---p.11

도서관과 그림책은 ‘누구나’ 갈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았습니다. …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이용자’라고 불리는 같은 사람이 되지요. 그림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읽어줄 수 있지요. 글을 알지 못해도 볼 수 있고, 각자 좋아하는 장면이 달라도 괜찮고,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달라도 좋습니다
---p.12

‘산도살롱’ 일산도서관에서 따온 ‘산도’와 18~19세기 프랑스에서 남녀노소, 신분·계급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화하고 토론했던 문화를 일컫는 ‘살롱’을 합쳐 만든 말인 ‘산도살롱’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주제로 시민들끼리 토론을 벌이는 기회를 마련해보자고 만든 자리이니만큼 공간도 다르게 구성하자는 발상이었지요..
---p.31

“선생님, 우리 아이가 날마다 『여우 누이』만 읽어달라고 해요. 이렇게 같은 책을 계속 읽어줘도 괜찮은 걸까요?” … 여름이에게 동생들은 ‘여우 누이’ 같았을 거예요. 동생들은 여우누이인데 부모님은 모르고 있을 뿐이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여름이는 『여우 누이』를 읽는 것으로 자기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던 거죠. … 책은 아이들 삶 구석구석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잊히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할 테죠. 그래도 스며들듯 세포 어느 구석구석에 녹아나 있을 겁니다. 어떤 때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면서요.
---p.85

아이들은 슬금슬금 제 눈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관장님 삐졌다. 우리 책 읽어주기 놀이나 하자.” 던지고 놀던 인형을 앉혀놓고 책을 읽어줍니다. 인형들이 반응이 없는 게 재미없었는지 서로 번갈아 책을 읽어줍니다. 이런저런 대꾸도 하면서 깔깔거립니다. ‘책 읽어주기가 활동이 아닌 놀이가 되는 순간’인 것이지요. 그 후로도 아이들은 제 눈꼬리가 올라가는 분위기가 되면 ‘책 읽어주기 놀이’를 했습니다. 관장에게 혼나지 않는 놀이를 발견한 셈이지요. 그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준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p.96

고릴라는 알게 되었을 거예요. ‘책 읽어주기’ 자체가 가진 힘을요. ‘책 읽어주기’는 책을 매개로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라는 걸 말이지요. ‘책’이 주는 감동을 ‘상대’와 나누는 것.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요. … 우리 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의자’는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 대상을 만들어내는 도구이자 장소였어요. … ‘책 읽어주는 의자’라고 써 붙여놓았죠. ‘누구나 이 의자에 앉으면 책을 읽어줘야 한다. 잠깐 앉아도 읽어줘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서요. ‘책 읽어주는 의자’는 예상외로 인기 만점이었어요. 아이들이 서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것도 보기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광경은 동네 엄마들이 ‘내 아이’가 아닌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그 의자에 앉으면 주변으로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게 되는 거죠.
---p.98

“글쎄, 왜 그럴까?” 엄마 고양이의 질문에 아기 고양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러다가 사자 입장에 서보게 된 것이지요. ‘혹시 피곤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고요. 누군가의 입장에 서본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맘대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보편타당한 것이라 생각해버리지요. … 아마 그렇게 말한 고양이들은 몰랐을 겁니다. 자기들이 사자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요. 자기들의 규정이 상대에게 억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말이지요.
---p.164

하지만 김생원이 여우 요괴를 스스럼없이 업고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관계가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여기서 ‘간’은 김생원의 자존감입니다. 김생원의 자존감은 관계의 ‘공평’을 만들어냅니다. 상대가 무서운 여우 요괴지만, 기울어지지 않은 관계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방적이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관계.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가 되어야 비로소 사랑은 구원이 됩니다. 그러려면 우리에게도 큰 간이 필요합니다. 자기 자존감 없이 상대에게 일방으로 끌려다니는 사랑은 결국 끝이 좋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p.178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맞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도와달라고 하는 건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더라고요. … 결국 관계는 용기를 내는 일, 도와달라는 내 마음을 드러내며 맺어지는 것입니다. 혼자 견디는 것이 옳다 여기고 혼자 해내는 것이 더 값지다는 생각은 어쩌면 관계를 맺고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결과를 도출하는 일에만 집착한 우리의 왜곡된 신념이었는지 모릅니다.
---p.188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결산하면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는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또한 새해 계획을 새로 세우기도 하지요. 뭔가 계획을 세울 때마다 우리는 자기 계발과 성장 중심으로 사고하곤 합니다. 책을 몇 권 읽겠다거나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지요. 나쁘지 않은 계획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도 하나 더 추가해보면 어떨까요? ‘마이클’이 되어보는 겁니다. 내가 마이클이 되어 누군가 집에 초인종을 누릅니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춥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마디 더 합니다.
“함께하지 않겠소?” 사람들 안에서 행복한 계획을 만드는 삶이 되시길.
---p.242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맨 앞에 선 회색 물고기들의 태도입니다. 상대적으로 아귀에서 가장 먼 선두에 선 회색 물고기들은 검정 물고기들의 의심에 반박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내가 직접 봤다고!”라고 외치는 물고기도 나옵니다. 이렇게 말하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직접 봤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 하지만 소문의 힘은 확산에 있습니다. 그 확산에 역할을 보태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아귀에게 먹히는지도 모르는 물고기이자 거짓말의 전달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p.260

『붉은신』(오승민 지음, 만만한책방)은 실험실에 갇힌 동물들 이야기이고, 두발이라 불리는 인간들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법적 기준치에 맞다 아니다 싸우는데 그 법적 기준치라는 것도 철저히 두발이들 기준일 뿐입니다. 이번에도 묻지 않았습니다. 바다라는 거대한 하얀 배에서 실험 대상이 될 바다 생물들에게는. … 두발이로 태어나 두발이로 살다 죽을 저는 오늘도 높게 떠오른 붉은신을 마주하기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냥 이렇게 꼬리끝과 오랑우탄이 붉은신을 만나길 기원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요. 그 붉은신이 모든 생명을 구원하는 것밖에 기대할 것이 없어서요.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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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림책과의 동행
그림책의 가치를 높이고, 그림책과의 동행이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성찰이 돋보인다.
- 한상수 ((사)행복한아침독서 대표, 『나는 책나무를 심는다』 저자)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 넘치는 에너지와 바지런한 사랑!
슬쩍 읽어보고 볼일을 보려다가 다 읽고 말았다. 그림책 47권을 키워드로 풀어낸 사유가 이토록 깊고 풍성하다니. 놀랍다.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 넘치는 에너지와 ‘바지런한 사랑’에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를!
- 허은미 (어린이책 작가, 『진정한 일곱 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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