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혹은 ‘천재’라는 여러 미술가들을 공부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단 하나, 재능만으로 대가나 천재가 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걸작’이라고 불리는 완성작만을 보지만, 그 완성작에는 사실 무수히 많은 질문과 실험과 수련이 담겨 있다는 것. 때문에 걸작은 ‘성공작’이 아니라 ‘문제작’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불완전한 실패작이기도 하다는 것. 그거야말로 가장 값진 배움이었다 …… 예술은 법칙이 아니라, 오히려 법칙이
나 화석화된 표준을 깨고 나아가는 저항이다. 옳은 것(진리)을 찾아가는 작업이 아니라, 미지의 우주를 떠돌며 새로운 존재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삶을 구성해가는 실천이다. 그런 것으로서의 예술을, 이제 우리가 하자.”--- pp.16-18
“예술을 한다는 건 단지 무언가를 표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삶을 변환시키는 행위다. 즐거운 예술은 세계를 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병을 치유하고, 지긋지긋한 삶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 다른 존재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예술-하기’보다 더 지독한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 예술이란 세상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과 사랑에 빠진 예술가는 세상이 뿜어내는 기호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한다. 화가는 세상이 뿜어내는 형태와 색채들에, 음악가는 세상의 소리들에, 무용가는 세상의 흔들리는 몸짓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버릴 무의미한 형상 하나, 소리 하나, 몸짓 하나도 세상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눈에는 특별한 기호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세상의 기호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기호들을 해석하고 표현하고 싶은 욕망, 예술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거창한 어딘가가 아니라 자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건강한 예술은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예술을 사랑하는 방법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
만큼 많다. 삶과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눈부신 예술이 아니고 무엇이랴.”--- pp.125-126
“다다와 앤디 워홀은 무례하다. 기존의 권위에 대해 무례하고, 예술에 대해 무례하며, 예술가에 대해서도 무례하다. 하지만 그들의 무례함 속에는 새로운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즐거운 사유가 담겨 있다. 그 속에는 힘겨운 복종 대신 현실의 무거움을 넘어설 수 있는 전복적 웃음이 담겨 있다. 예술이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물구나무서는 것, 당연하다고 믿는 사물의 가치와 기능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는 것, 심각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미술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면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 다다와 팝아트는 그거야말로 진짜 즐거운 예술이 아니겠느냐고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들의 웃음과 무례함을 배우자. 그 무례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가장 작고 하찮은 것을 통해서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기존의 사고방식에 ‘틈새’를 만들어내고 상식을 전복함으로써 웃음을 창조하는 개그맨들의 연습실처럼, 예술의 실험실에서는 늘 웃음이 새어나온다. 예술은 유머다!”
--- pp.172-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