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정치부 국회팀에 배치받았습니다. 같은 해 11월부터는 청와대와 총리실을 취재했습니다. 국회에서 많은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많은 관료와 정치인을 또 만났습니다. 코로나 정국, 부동산 광풍 속에서 정치권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생각을 보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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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간의 국회, 청와대, 총리실 출입이 끝났습니다.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며 정치부에서의 1년 동안 내가 그토록 찾고 싶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반추해 보았습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정치권을 취재하며 제가 찾고자 했던 것은 ‘위로하는 정치’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의 아픔을 이해하고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료와 각자 지향하는 가치는 달라도 저마다의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분투하는 국회의원을 볼 때면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굴곡진 삶의 아픔을 이겨 낸 정치인을 만날 때면 고마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위안도 얻곤 했습니다.
정치권 취재를 하는 동안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아주 조금은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헛발질을 하는 것 같으나 종종 치열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것 같으나 또 간혹 넘어지고, 넘어지는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난한 가치 논쟁과 정책 경쟁을 거쳐 아주 더디지만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볼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역사의 흐름처럼, 운명처럼, 내 인생도 미세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도 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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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이 가진 권한은 다양합니다. 일단 행정부의 최고 지도자 역할을 합니다. 조약을 체결하고, 외교 사절을 신임하고 파견하는 역할도 합니다.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고, 국가 주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국군 통수권과 긴급명령권, 계엄 선포권 등의 권한도 갖습니다. 입법에 해당하는 권한, 즉 법률을 제안하고 공포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있습니다. 사법에 해당하는 사면·감형·복권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이토록 막강합니다.
--- p.19~20
청와대 조직에 대해 알아 가면서 청와대 각 비서관실과 행정부 각 부처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 궁금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청와대 정책실의 일자리수석 하에는 일자리기획비서관, 고용노동비서관, 중소벤처비서관 등이 있는데, 고용노동비서관은 고용노동부 업무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안을 다룰 때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과 실무를 하는 고용노동부 가운데 누가 더 힘이 있을까? 이러저러한 부동산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정책실 경제수석 아래 국토교통비서관과 국토교통부 실무자 가운데 누가 더 입김이 셀까? 여러 정책 이슈가 나올 때마다 사뭇 궁금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 p.25~26
정치의 본질은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고통과 갈등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여러 이유로 시민들은 오늘도 청와대로 향하고, 청와대의 문을 두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집권하든 부디 그 아픔에 더 민감하게, 더 따뜻하게 반응하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정책과 제도를 통해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 방안을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p.52
일반적으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 아래에 부통령을 둡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의원내각제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부통령 대신 국무총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초 대한민국 헌법 초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국무총리가 실권을 쥐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에 머무르는 의원내각제 국가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내정되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중심제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헌 의회 헌법은 이미 의원내각제에 기반을 둔 상태였는데 여기에 대통령제를 덧입히다 보니 대통령도 내각제처럼 의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 p.90
많은 일을 하는 국회는 정말 바삐 돌아갑니다. 각 정당은 요일별로 수많은 회의를 이어 나갑니다. 처음 국회를 출입하게 됐을 땐, 무슨 회의가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열리나 의아했습니다. 정치부 기자라면 정당별 회의에서 오가는 이슈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략)
국회에서 열리는 수많은 회의, 정치판이 돌아가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국회 구성원, 더 넓게는 정치인들이 맡은 직책과 역할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에 매일 나오는 저 정치인이 어떤직책을 맡은 사람인지 알면 그의 말과 행동의 행간을 이해할 수 있고 정치를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 p.153
입법이란 움직이는 생물처럼 그 시대 시민들의 의식과 그때그때의 사회 상황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가치 판단을 조율해 나가고 고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 모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법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의 신념과 시민들이 지향하는 삶 사이에는 때로 꽤나 큰 차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 간극이 좁혀질 때 이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국회가 ‘가장 억울하고, 가장 많이 빼앗긴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제 몫을 찾아 주는 법’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 p.192
정당 정치, 진보와 보수 모두 중요하지만 이 모든 논쟁을 뛰어넘어 정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치인 개개인이 가슴속에 어떤 이상을 품고 있는가’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 품고 있는 ‘소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중략)
국회를 출입하면서 많은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의 소명은 무엇일까? 인류애인가? 진보 혹은 보수로 대변되는 신념 추구인가? 사회를 더 좋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진심이 있는가? 권력에 대한 근원적인 욕구와 본인 이름을 알리고 싶은 허영심을 얼마나 잘 자제할 수 있을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일까? 이런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다 보면 좋은 정치인, 좋지 않은 정치인이 어느 정도 가려지곤 했습니다.
--- p.300~305
좋은 정치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정치가 좋아지는 것이냐?” 누군가 제게 물으신다면 다소 교과서적이지만 건전한 비판, 성숙한 참여가 중요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께서는 정치와 정치인에 관심을 가지고, 건전한 비판을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을 통해서든 직접 소통을 통해서든,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에 귀를 많이 기울이셨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와 그렇지 못한 정치가 구분이 되겠지요. 소중한 나의 투표로 잘한 정치인과 잘못한 정치인을 심판하고, 잘한다 싶은 정치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응원하셨으면 합니다. 자질 있는 정치인이 돈 때문에 쓰러지지 않도록 후원금도 보내고, 정당에 가입하셔도 좋겠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시민단체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셔도 참 좋겠습니다.
비판하고 참여하고 격려하고, 이렇게 정치와 함께 숨 쉬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우리 정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길에 이 책이 아주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