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이 고귀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때, 태아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에 해당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을 안락사시키는 것과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는가? --- p.46
또 법실증주의자라고 해서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는 없다(법실증주의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오스틴과 벤담은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라면 악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 --- p.56
하트는 법적 개념들의 의미, 사람들이 법적 개념들을 사용하는 방식, 사람들이 법과 법체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등을 밝히고자 했다. (…) ‘권리’를 가진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법인이란 무엇인가? 또 의무란 무엇인가? 하트는 법이 등장하고 전개되는 개념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p.68
켈젠은 ‘순수한(pure)’ 법학을 통해 법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 기능과 같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배제한다. 켈젠이 보기에, 법의 목적이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폭력의 독점화(monopolization of force)이다. --- p.79
사람들은 왜 법이 중요하다고 여기는가? 우리가 법을 준수하는 사회를 존중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특히 ‘법치’ 국가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가치들을 준수하는 사회를 우러러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드워킨은 (…)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정부의 효율성도 칭송받을 가치에 해당하지만, 합법성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관심은 드워킨의 법철학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p.119
양팔저울은 정의를 구현하는 중립과 공평을 상징한다. 16세기에 이르면, 예술가들은 테미스에게 눈가리개를 씌움으로써 정의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 p.146
공리주의자들이 ‘무엇이 좋은지’를 기초로 ‘무엇이 옳은지’를 정의한다면, 롤스는 그와 반대로 ‘무엇이 좋은지’보다 ‘무엇이 옳은지’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p.161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자연에 부합하는 보편적인 도덕 가치들로 구성되는가? 아니면, 법이란 주로 인간이 만든 규칙, 명령, 규범을 한데 모아놓은 것일 따름인가? 정의,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호,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인종차별 철폐와 같은 것들은 법의 특유한 목적에 해당하는가? 법의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해도 법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법철학의 주제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 정의에 반하는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법을 통해 환경, 장애인, 동물 등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인가?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