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한 개의 책상과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접촉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이다. 한 개의 책상밖에 접촉하지 못하는 사람은 구조적으로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사람과의 접촉이 단절되다 보니 자기 자신에게만 매달리게 되고 다른 사람, 다른 세계를 살펴볼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장사꾼은 나를 살펴보기보다는 우선 남을 생각해야 한다. 경쟁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를 포착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사꾼은 유능한 정치가가 되어야 하고 경제학자나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 p.137
장사꾼에 있어서 신의는 중요한 무기이다. 그 자신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신의란 사람 사이의 믿음이고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특히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장사꾼에게 있어서 약속이란 양심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장사 기술이다.
약속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잘 지키는 사람들은 대개 마음이 안정적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지 도모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한 약속을 곧잘 파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외면을 받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들떠 있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무슨 일을 추진하든지 실패하기 십상이다. 장사꾼도 사람이다. 마음이 들떠 있는 상태에서 고객을 맞이한다면 가식적인 행동이 유발되고 그것은 고객으로부터 오해를 살 수가 있다.
--- pp.213-214
우선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나야 한다. 그래서 장사를 잘하는 것은 사람을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혹시 잘못하여 거짓말을 했으면 반드시 솔직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고객의 일은 내일처럼 도와 주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요즘 언론의 비판적 기사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결국 정부 당국자들의 '책상머리주의'때문이다. 교육정책이 실패한 이유,건가 보럼 정책이 실패한 이유도 모두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현장에 있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책과 전략을 짜는 사람들이 현장을 모르고 머릿속으로 일을 한 결과이다.
--- p.104
약 석달 전부터 그는 장사를 시작했다. 시내 도심 골목에서 닭꼬치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도저하 혼자서 하는 것은 용기가 안 나서 친구와 둘이서 시작했다. 장사라는 것은 일단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창피해서 못하겠다'하면 영원히 하지 못한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을 내대보고 해야 한다. 꼬치 장사를 시작한 그가 12월 한달 동안 번 돈은 280만원이다.
--- pp.126-127
복잡한 시장 한가운데 좌판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각종 모자를 파는 예쁘고 젊은 아가씨, 백화점 매장에서 돼지고기 사라고 외쳐대는 젊은 총각, 검정 가방을 메고 활기찬 모습으로 고객을 찾아나서는 회사의 세일즈맨, 외국 바이어와 유창한 외국어로 판매 상담을 나누고 있는 젊은 국제 장사꾼. 이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참으로 아름답다. 희망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오십세가 넘었다면 참으로 측은한 모습일 것이다. 그 나이에는 그렇게 장사할 일이 아니다. 사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장기적으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5년 후까지 2억 원의 자금 마련' '10년 후 모자 생산 회사 사장' 등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으로 뛰어가야 한다. 이런 장기적 목표 없이 무작정 월급쟁이의 길로 뛰어들었다가 회사가 망해버리거나 해고를 당하거나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래서야 할 수 없이 장사꾼으로 나서게 되면 곤란하다. 이것은 거꾸로 사는 인생이고 실패하는 인생이다.
--- pp.115-116
대학생들이 복잡한 이론이나 추상적인개념의 나열보다는 보다 더 현실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장사는 현실이고 실전이다. 자유의지와 상상력의 실체로서의 인간이 돈과 시설과 정보를 잘 섞어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전으로 무장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장사교육이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본문 중에서
교통수단도 변변치 못하던 때 수 천리 길을 걸어서 중국 연경까지 가서 한국의 인삼을 팔았던 임상옥, 거친 풍랑을 헤치고 당나라와 일본에 해상무역을 한 장보고, 그리고 17세기에 이미 대서양을 건너다니며 전 세계를 무대로 무역을 한 유럽과 미국의 명문가의 젊은이들, 이들은 모두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모험가들이었다. 이들은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모험심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들이었다.
--- pp.248-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