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전가경과 정재완은 일차적으로는 ‘인물’을 부각했지만, 해당 인물은 어디까지나 참조 사례이다. 각 글의 개념적 토대는 인물론이되, 이 인물론은 책과 디자인의 문화를 ‘부분적으로’ 관통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 p.9「들어가는 글」중에서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책들을 더 많이, 자주 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북 디자인’의 수행성에 대해 더 싸우고 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유일한 답이라면, 북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영원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이 품고 있는 유일한 주제라면, 아름다운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 p.12「들어가는 글」중에서
책의 위기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읽기와 문자 그리고 읽기와 타이포그래피 간의 관계는 역사적 궤도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운명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생의 ‘표현적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한결같은 부침은 깊은 울림이 있다. --- p.30「마생-목소리에서 타이포그래피까지」중에서
바로 이 대목에서 장크트갈렌 디자인의 특징이 드러난다. 독단과 폐쇄로 치달을 수 있는 교조주의적 양식주의를 거부하는 태도로서 내용에 따른 가장 최적화된 디자인을 따른다는 것이 장크트갈렌 디자인이다. --- p.43「요스트 호훌리-제3의 스위스 타이포그래피」중에서
그는 북 디자인이나 책 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를 우려한다. 어디까지나 협업의 모델이자, 사회의 한 산물로서 생산되는 책의 디자인에 개인의 강한 자아가 개입되는 것은 좌파 성향의 홀리스에게는 교환 가치로 획득되는 허상일 수도 있다. --- pp.62-63「리처드 홀리스-유연한 모더니즘」중에서
2000년대 들어 정병규의 작업은 책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문자, 이미지, 한글이라는 좀 더 원초적인 디자인 재료에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이 시기 정병규의 작업은 이전보다 자유롭고 이미지성이 물씬 풍긴다. 그것은 마치 액체처럼 ‘흐르는’ 문자였다. --- p.73「정병규-책, 문자 그리고 한글」중에서
뤼징런은 디자이너가 정보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하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 정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뤼징런은 ‘북 디자인 3+1’ 개념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모든 과정이 융합되고 반복되는 순환 과정이라 설명한다. --- p.89「뤼징런-북 디자인 3+1」중에서
그에게 영화는 완성품이 아니다. 누가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는 미완성품이다. 완성은 영원히 미뤄진 과제이다. 그래서 스즈키에게는 일방적 해석을 강요하는 멜로드라마는 진부하다. 이는 그가 바라보는 사진 책에도 적용된다. --- p.102「스즈키 히토시-미묘한 삼각관계: 영화, 사진 그리고 책」중에서
아트 북 페어에 관심 없다는, 또는 잘 모른다는 미국 대형 출판사의 유명 북 디자이너에게 상업 출판과 아트 북이 이토록 노선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생리가 다른 아트 북 판은 책이라는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상이 다른 것일까. 뉴욕의 상업 북 디자이너 칩 키드에게 〈뉴욕아트북페어〉는 존재해도 해독이 불가능한, 또는 그 시야 안으로는 들어서지 못하는 몸짓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 p.126「칩 키드-배트맨 키드」중에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숱한 이미지는 시각이라는 구성체를 이뤄낸다. 그 구성체의 역학과 구조 원리는 이미지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해, 표면으로 드러난 가시성에 대한 의문이 곧 지금의 시각 문화 이해를 위한 진입로가 되는 것이다. --- p.139「로허르 빌렘스-타이포그래피에서 구조로」중에서
오늘의 흐름 속에서 책과 출판의 의미를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라이너 노츠』는 소유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뿐 아니라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취한 제스처 또한 단일화된 저자의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으며, 책을 제작하게 된 배경 또한 다층적 구조와 해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p.155「마르쿠스 드레센-현대적 책」중에서
이 선집에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여기 있다. 출판계의 브랜딩을 일정 부분 크게 책임지는 전집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조형적 통일성은 방법론으로 숨어버렸다. 이는 출판 디자인과 이를 통한 정체성 문제가 과거의 방법론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이기도 하다. 조형적 요소가 아닌, 비가시적인 체제와 방법론이 곧 가시적인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 pp.173-174「데이비드 피어슨-책 표지 디자인의 수사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