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에고에 갇히고 신발을 신는 순간 자신의 의제(agenda)에 묶인다. 신발은 두 짝이다. 한 켤레는 히브리어의 양수(dual)로 표현된다. 당연히 신발을 벗는 과정은 두 차례 반복된다. 지금이야 신발을 얼른 벗어 던질 수 있으나 모세는 목동이었기에 신발을 신고 벗는 데 시간이 걸렸다(사 5:27). 양쪽 신발 끈을 하나씩 풀고 신발을 벗기 위해 두 차례 몸을 낮추게 된다. 거룩한 분의 임재 앞에서 발을 딛고 있는 흙까지 몸을 낮추고 자아를 부정하는 상징적인 행위다. 여기서 양수는 한 켤레의 신발을 가리키면서도 결국 몸을 두 번 구부린다는 뜻이다. 한 차례로는 충분하지 않다.
---「1장 _ 아가다(hd'G'a;): 탈출 이야기 Ⅰ」중에서

한때 대한적십자에서 ‘사랑은 동사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나눔과 실천을 유도한 적이 있다. 사랑을 인지적 차원의 명사적 개념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동사적 의미를 살려 낸 것이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 ‘에흐웨아셰르 에흐웨’는 동사를 극대화한 문장이다. 즉 이스라엘이 고통받고 있을때 건져 내시고, 바알과 이방 신앙에 경도되었을 때 호되게 꾸짖으시고, 포로와 절망 가운데 있을 때 새 희망을 열어 주시는 하나님의 역동적인 구원사가 히브리 동사 ‘에흐웨’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러므로 ‘나는-나다’라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대하여 ‘하나님은 사랑이다’라는 고백으로 응답해야 한다(요일 4:10).
---「1장 _ 아가다(hd'G'a;): 탈출 이야기 Ⅰ」중에서

해마다 유월절은 기독교의 부활절과 맞닿는다. 기독교는 메시야가 이미 왔다고 믿는 반면 유대교는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유대인들은 이번 유월절에도 ‘엘리야의 잔’을 준비하며 엘리야와 메시야의 도래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유월절 만찬이 끝나고도 엘리야의 잔이 그대로 있다면 메시야는 올해에 오지 않는다. 이 점에서 구약의 말라기와 신약의 마태복음 사이에는 엄청난 신학적 비밀이 담겨 있다. 말라기 4장에는 모세가 나오고(4절) 뒤이어 엘리야를 파송하는 구절이 소개된다(5절). 그러나 세 번째 인물은 놀랍게도 시간과 공간을 훨씬 뛰어넘어 마태복음 1장 1절에 등장한다. 이로써 변모산의 모세, 엘리야, 예수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드디어 율법과 예언이 완성되고 성취되는 메시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장 _ 아가다(hd'G'a;): 탈출 이야기 II」중에서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바다 가운데 살아간다. 누구나 글을 읽고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은 문해력의 비약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여기저기 ‘말씀’이 넘쳐나며 사설(邪說) 또한 어지럽게 날린다. 문해력은 갖추고 있으되 역설적으로 말씀과 사설의 혼미한 경계 가운데서 참된 앎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제사장 나라’는 홍수처럼 넘실거리는 지식과 정보를 바르게 읽고 파악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하나님 말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요한다. 즉 창조 세계의 질서와 하나님의 우주 섭리를 알아차리고 식별하게 하는 제사장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