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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중고도서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 시의 순간을 읽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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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42g | 135*210*20mm
ISBN13 9788960908260
ISBN10 896090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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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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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곁에 있어주는 사랑은 믿음의 다른 이름입니다. 곁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일, 믿어주는 일, 큰소리 않고 기다리는 일. 이런 사랑이 가실 줄 모르는 사랑이고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랑이고 사라지지 않는 사랑입니다. 각자의 불완전함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사랑이며 각자의 난처함과 남루함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정직한 사랑입니다.
--- pp.22~23

우리는 각자, 이 세계의 부패를, 이 세계의 죽음을, 이 세계의 학살을, 이 세계의 몰락을 증명하는 일부입니다. 이 말은 곧 우리 스스로 이 세계의 탄생을 증명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 p.41

우리가 죽음의 일부임을 잊지 않으면서 그 아픔들과 함께 감응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할 때, 우리는 기꺼이 생명을 키우는 시시포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p.41

상처를 알지 못하는 사랑 또한 불가능합니다.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좋기만 하던 사랑에 연륜이, 깊이가 생깁니다. 상처를 나누는 사랑은 공감과 연대의 너른 바다에 도달하게 합니다.
--- p.55

반성을 모르는 정치 대신 시인의 눈이 부끄러움을 일깨웁니다.
--- p.66

마음이 새로움에 무디어질 때, 시를 읽습니다.
--- p.70

사랑은 수박과도 같아 아삭아삭 청량하고, 토마토 김치와도 같아 맵지 않고 시원하지요. 때로 사랑은 고들빼기와 씀바귀처럼 쓴맛으로 다가와 저를 놀라게도 하고요. 때로 사랑은 냉장고 구석에서 오래 방치된 고깃덩어리의 진물 나는 난처함 같기도 하고요. 택배로 올라온 김장 김치처럼 묵직한 기다림이기도 하고요. 김치냉장고에 넣기 전에 발갛게 버무려진 그 배추가 너무 예뻐 군침 꿀꺽 삼키다 결국 선 채로 밥 한 공기 뚝딱 비우는 갈망이기도 하지요. 그 여러 얼굴 모두가 사랑입니다.
--- pp.81~82

우리를 눈멀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권력 지향적인 속성으로 거짓을 말하는 언론, 함께 사는 삶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헛된 성공에의 집착, 약자에 대한 돌봄의 철학을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대로 그려 보이지 못해 청년들이 절망하고 떠나는 나라. 그 가운데 우리를 눈 밝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평화에의 갈망,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바르게 난국을 타개해보려는 의지, 힘없고 입 없는 존재들을 우선적으로 품는 사랑의 철학,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눈, 공동의 삶과 공생을 지향하는 정치.
--- p.91

품는 힘으로 안기는 힘을, 안기는 힘으로 품는 힘을 서로 당길 때 일방적인 시험이나 원망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 열매 맺습니다.
--- p.102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죽음을 알기에 우리는 하루하루 오늘이 소중함을 알고, 상실을 예감하는 만남은 그 자체로 애틋합니다.
--- p.127

타인을 위하여 온전히 내 마음을 내어주는 기도가 있기에 이 세계는 그나마 그처럼 무도한 혼란과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 p.146

재난이 지나는 자리에는 배타적인 혐오와 죽음, 공포만이 있지는 않습니다. 재난과 마주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그토록 맹목적으로 매달려온 부와 성장, 문명의 신기루가 삶의 본질이 ‘아님’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재난의 전선에서 싸우는 분들을 통해 우리는 이 재난이 묶어주는 큰 사랑과 희생, 나눔과 연대의 가능성도 봅니다. 이런 것들이 삶의 본질적인 것들입니다.
--- p.171

삶은 늘 이상한 롤러코스터의 리듬과 같고 그 속에는 예기치 못한 선물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 p.205

내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이 말을 할 때 그 말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말을 하고 또 말을 들어야 합니다. 억압된 말, 통제된 말, 하지 못한 말은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감춰진 느낌, 억지로 지워진 감정은 다시 되살아납니다. 매일 다치고 부서지는 우리, 그 말들이 다 들리는 소리로 나오지는 않더라도, 부서졌던 마음들이 기도 안에서 제 목소리를 얻는 상상을 해봅니다.
--- p.22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엄숙할 정도의 다정함, 이 책에서 그런 것을 느끼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가톨릭 교회의 미사 같다고. 시를 음미하고 산문을 이어 읽을 때의 호흡이, 말씀을 독서한 후 사제의 강론을 들을 때와 닮았다고. 시를 떠받들고 권위적으로 해설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아픔을 근심하고 세상의 건강을 바라는 간절함의 깊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중후반부에 이 책의 진면목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거기서 저자의 본바탕이 억제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는 아름다운 핑계이고, 정은귀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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