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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여신은 칭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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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최상] 여신은 칭찬일까?

: 여성 아이돌을 둘러싼 몇 가지 질문

최지선 | 산디 | 2021년 01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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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07g | 128*188*17mm
ISBN13 9791190271103
ISBN10 11902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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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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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는 핑크를 지향하고 블랙핑크는 핑크에 도전한다. 색상으로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기존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이에 대한 저항이 될 수도 있다. 핑크를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특히 성별에 따라 핑크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제 여돌에게 핑크란 어떤 전형 또는 그에 대한 비판의 수단이 되지만 남돌에게 핑크는 새로운 시장이다.
--- p.52~53

이상의 통계를 살펴보면 남돌은 앨범의 영향이, 여돌은 싱글의 영향이 더 크다. 이는 여돌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반면 남돌이 ‘덕후적’으로 소비된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남돌을 향한 구매력은 앨범을 중심으로 공연과 관련 상품 판매 등으로 순환되지만, 팬덤의 기반이 약한 여돌은 음악 자체보다 다른 외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결국 남돌보다는 여돌에 대한 시장과 산업을 예측하기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EXID나 여자친구처럼 우발적인 사건이나 역주행을 통해 인기를 얻는 일이 여돌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p.88

여돌의 패션에 치어걸 의상을 도입하는 의도는 대부분 일차원적이다.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할 때 선택하는 흔한 복장이며, 대개 짧은 플리츠스커트나 테니스 스커트로 다리를 드러낸다. 뮤직비디오의 내용과 가사는 서로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응원단 패션을 하게 되면 음악과 무관하게 누군가를 응원하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소녀시대 태연은 〈Oh!〉(2010)에서 왜 하필 ‘오빠’를 응원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고의적인 시도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남돌이 응원단 의상을 입는 일은 드물다.
--- p.108

사실 ‘바지=남자’ ‘치마=여자’라는 이분법은 ‘블루=남자’ ‘핑크=여자’라는 구분만큼이나 낡고 진부한 도식이다. 일상적으로 여자가 바지를 입는다고 남자라고 인식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돌 패션에서 바지 또는 슈트 착용은 전통적인 여성성과 거리를 둔다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 (짧은) 치마가 더 친숙한 무대 위의 여돌은 바지 착용으로 퍼포먼스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다시 기존의 여성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소녀시대가 입은 타이트한 청바지는 멤버들의 가늘고 긴 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흰 티는 평범해 보이지만 순수성을 상징하는 도구가 된다.
--- p.137~138

빅뱅의 〈Monster〉(2012)와 엑소의 〈Monster〉(2016)처럼 남돌에게 ‘몬스터’는 ‘나쁜 남자’의 다른 이름이다. 레드벨벳 유닛, 아이린 & 슬기에게도 〈Monster〉(2020)가 있다. 무대 위에서 2인이 데칼코마니처럼 움직일 때, 거미줄 대형으로 댄서들과 춤을 출 때 슬기와 아이린은 레드벨벳 시절과 달리 위협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쁜 의도 없”는 ‘작은 괴물’(“I’m a little monster”)이라 노래할 때, 안전하니 안심하라는 포석을 가사에 깔아둔 것처럼 보인다. (…) 많은 경우 여돌은 괴물 자체를 전면화하지 않으며 한시적이고 일회적인 퍼포먼스에 국한한다. 이 과정 속에서 여돌은 무해하고 온순한 존재로 비친다. 그 위반의 한계점 안에서 여돌들은 분투해야 한다.
--- p.162

남돌은 교복을 입으면 불량 청소년의 반항과 일탈을 재현할 수 있다. 엑소의 초기 대표곡 〈으르렁〉(2013)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회색빛 어두운 지하 공간이고, 멤버들은 블레이저 형태의 교복을 입고 있다. 이렇게 남돌의 뮤직비디오가 학원물에 가까울 때 지하 주차장, 건축 중인 공간,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제도 교육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여돌에게 교복을 입힌 뮤직비디오는 배경도 기법도 다르다.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과 연애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며 컬러풀하고 화사한 배경, 초록의 자연이 많이 등장한다. 여돌의 뮤직비디오에서 학교생활은 지나치게 낭만화되거나 아름답게 묘사된다.
--- p.170~171

“남자애들(남자 연습생들)이라 그런가? 자작곡이 엄청 많다.”남돌 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X 101」(2019)에서 심사위원 소유의 혼잣말이 포착되었다(1화, 2019.5.3.). 뒤집어 말하면 ‘여자애들’의 자작곡은 없거나 적다는 뜻이다. 위험천만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발언이다. (…) 창작자 양성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던 YG엔터테인먼트조차도 여돌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투애니원의 씨엘이 나중에 창작의 지분을 할당받기는 했지만 그룹 전성기 시절에는 창작자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 투애니원의 후배 그룹 블랙핑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E.S.는 동일 소속사의 H.O.T.와는 대조적으로 앨범에 창작곡을 수록하도록 적극 장려되지 않았으며 바다의 작사가 조금 포함되었을 뿐이다.
--- p.207~213

미료 · 엘리 · 씨엘은 관록의 여돌 그룹 래퍼였다. 한때 언더그라운드 혹은 오버그라운드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하며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솔로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지 못했고 소속사 문제도 불거지는 등 더 이상 장밋빛 미래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여돌의 수명은 짧다. 사실 이들이 작업한 음악적 결과는 대부분 그렇게 흥미롭지 않다. 그런데 이것을 단지 개인의 부족한 실력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과연 공정한 게임의 결과였을까. 이제까지 남성 힙합 음악가가 기나긴 세월 동안 축적해온 시장과 시스템에 여성 및 아이돌 래퍼가 편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나마 그 숫자는 형편없이 적다. 이들을 포함해 여돌 래퍼들의 성장은 쉽게 정지되고 경력은 단절된다.
--- p.248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비대해진 케이팝 논의 가운데 거품 낀 성찬을 걷어내고 여성 아이돌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며, 함께 나아갈 방법을 제시하는 드물고 소중한 책이다. 대중음악은 물론 팝과 클래식, 대중문화계 전반과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글쓴이의 너른 소양과 날카로운 통찰은 제시된 풍부한 참고 자료와 사례분석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케이팝을 사랑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 찜찜했던 이들의 숨통을 틔워줄 책이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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