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마티아스가 외쳤다. 그는 들것에 누운 그리스 청년의 다리 곁에 웅크리고 앉아, 고통에 찬 비명 소리에 파묻히지 않도록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에이미는 서둘러 그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는 했지만, 파블로 쪽으로는 제대로 시선을 던지지 못하고 보는 둥 마는 둥 미적거렸다. 침낭은 마티아스 옆에 한데 뭉쳐 구겨져 있고, 파블로의 허리 아래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였다. 오 이런, 그는 벌거벗은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입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가 꽃이 핀 덩굴에 완전히 뒤덮였는데, 너무나 무성하게 덮여 있어 마치 초록 덩굴로 된 바지라도 걸친 것처럼 보였다. 허리에서 발까지 단 1인치의 살갗도 내비치지 않을 정도였다. 마티아스는 덩굴을 들어내고 기다란 덩굴손을 뜯어내 옆으로 던졌고, 그사이에 그의 양손과 손목에는 끈끈한 즙이 묻어 반짝였다. 파블로가 고개를 치켜들고 있어, 얼굴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얼마나 진을 뺐는지 목에 힘줄이 일어나고, 입은 완벽한 O자로 딱 벌어진 채 비명을 질러댔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소름끼쳐서, 어떤 장벽이나 압력을 거슬러 그를 향해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들것 옆에 꿇어앉아, 그녀도 덩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손에 즙이 묻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시원하고 미끈한 듯 하더니 이내 불에 덴 듯이 심하게 화끈거렸다. 끊이지 않는 비명 소리, 그녀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온몸 속에 울려 퍼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능할 정도로 점점 커져, 화상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는 그 비명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금세 손을 놓고 말았을 것이다. 어쨌든 파블로의 비명을 멎게 하고 진정을 시켜야 했는데, 그녀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덩굴을 들어내는 것, 즉 잡아당기고 찢고 뜯어내서 파블로의 몸이 그 손아귀에서 놓여나게 하는 것뿐이었다. 여전히 시선을 회피하던 그녀지만, 결국 그의 두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특히 무릎 아랫부분에서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흰 피부라기보다는 더 밝고 깊은 느낌, 즉 촉촉하고 반짝이는 뼈처럼 하얀 빛을 발했다. 그녀는 계속 덩굴을 제거하고 파블로의 비명 소리에 허둥지둥 보는 둥 마는 둥 시선을 피해가면서도, 뼈처럼 흰 것은 실제 뼈라는 것, 즉 살점이 완전히 벗겨져 나간 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덩굴을 더 들어내자 새하얀 뼈는 더 큰 자취를 드러냈다. 무릎 아랫부분은 피부와 근육과 지방이 완전히 갉아 먹힌 채 새하얀 뼈만 남은 걸 알 수 있었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핏물이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 정강이뼈를 에워쌌던 기다란 줄기는 그래도 떨어지는 게 싫어 악착같이 달라붙었고, 그 기다란 녹색 줄기에서 빨간 꽃 세 송이, 피처럼 빨간 선홍색 꽃 세 송이가 대롱대롱 매달린 걸 볼 수 있었다.
“오, 맙소사.”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