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마재논을 박치기로 때려눕힌 봉근은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씩씩거렸다.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으나 상대방이 완전히 누워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진진이 뒤뚱거리며 뛰어와 봉근에게 말했다. "웅~ 봉근아, 나 마법의 힘이 돌아왔어! 웅~ 신난다!" "마법이 돌아왔다구? 그럼 그동안 마법을 못 썼단 말이야?" "웅~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진진이는 봉근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서커스 단원들이 험상궂은 얼굴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손에는 모두 몽둥이나 채찍, 단검 같은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배불뚝이 서커스 단장이 입술을 깨물며 봉근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이 우리 서커스를 망쳐 놨어. 절대로 용서 못한다. 오늘 여기서 살아 나갈 생각 마라." 진진은 사태가 불리함을 깨닫고 급히 소환술을 펼쳤다. "중얼중얼··· 웅얼웅얼··· 나와라, 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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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요? 우리 딸이 찹쌀떡 삼백 개에 몸을 팔았다구요?!" 토마스는 돌아오지 않는 제인을 찾아 마을 광장으로 왔다가 끔찍한 소문을 듣게 됐다. 딸이 자신의 눈을 고쳐 주기 위해 어부들에게 몸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닥쳐온 엄청난 불행을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그, 그럼 우리 딸은 지금 어디 있는 거죠?" "어디 있긴요······. 쯧쯧··· 상어 뱃속에 있거나 물에 퉁퉁 불어서 해안가로 밀려갔든가······." "으아아악!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 딸이 죽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