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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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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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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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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74g | 135*190*20mm
ISBN13 9788997263974
ISBN10 899726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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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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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나지윤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하고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잡지사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일본 콘텐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EAT&LOVE》, 《여자의 실수》, 《남자 나이 42》, 《내 손을 잡아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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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케는 나를 따라온다. 아무리 리드 줄을 있는 힘껏 당기고 버티며 ‘가기 싫다!’라는 무언의 항의를 강력하게 표현해도 내가 리드 줄을 휙 풀어버리고 걷기 시작하면 다케는 움직인다. 개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작동하는 것이다. 자신을 키우는 주인에게는 저항할 수 있어도, 자신이 지닌 태생적인 그것, 요컨대 개의 마음에는 저항할 수 없다.
……
사라코나 도메가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면 다케에게 본능적으로 개의 마음이 작동했다. 다케는 늘 여자아이들의 든든한 백그라운드 역할을 자임했다. 곁에서 지켜보다가 혹 무리에서 뒤처진 아이가 있으면 얼른 그 곁으로 다가가 무리 안으로 이끌기도 했는데, 이럴 때 다케의 모습은 꼼꼼한 인솔자 저리 가라였다. 무리를 휙 둘러보는 다케의 눈동자가 쉼 없이 움직인다.
‘하나, 둘, 셋…… 어라, 한 명이 부족하다.’
무리를 통솔하고 인원수를 셈하고 무리에서 벗어난 자를 챙기는 일은 양떼를 돌보는 목양견이었던 저먼 셰퍼드가 지닌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Chapter 1. ‘개의 마음’ 중에서

점점 더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케의 수명 사이클을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다. 언제부터인가 다케의 잠자는 모습이 딱딱한 시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죽어버렸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긴가민가하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정말로 죽은 것 같다.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도무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복부는 미동도 없고 얼굴도 실룩거리지 않고 슬쩍 만져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 세게 만지면 그제야 껌벅 눈을 뜨고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젊었을 적에는 자는 척만 할 뿐 결코 잠들지 않았던 다케였다.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벌떡 일어나서 씩씩하게 내 뒤를 따라오곤 했는데…….
---「Chapter 1. ‘엄마, 거기 있어요?’ 중에서

다케는 병원을 극도로 싫어한다.
수년간 단골로 다닌 동물병원의 수의사에게 이제는 좀 곰살맞게 굴 만도 하건만 다케는 여전히 소 닭 보듯 한다. 한 발짝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죽으러 가는 것마냥 벌벌 떨고 대기실에서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름이 불리면 처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한다. 치료실로 들어갈 때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반항한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진료실에 들어서기까지 다케의 한바탕 난리 블루스는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나아지는 법이 없다.
예전에 다케 귀에서 고름이 나와 한나절 입원한 적이 있다. 나와 떨어질 때, 다케는 울고불고 아주 발악을 해댔는데 인간의 아이도 자기 엄마와 떨어진다고 다케만큼 대성통곡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케는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은 입원실에 질질 끌려가는 것으로 사태가 진정되었다.
몇 시간 뒤에 다케를 데리러 갔다. 대기실에는 의자와 조그만 테이블, 그리고 접수 카운터가 있었는데, 입원실 문 저편에서 나를 확인한 다케는 리드 줄을 쥔 직원을 있는 힘껏 밀치고는 의자며 테이블, 카운터까지 단번에 뛰어넘어 나에게 안기는 실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누가 보면 몇 년 만의 상봉인가 싶을 만치 유난스러워 직원들 보기에 꽤나 민망했지만 이토록 나를 반기는 다케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다.
---「Chapter 1. ‘다케의 병’ 」중에서

원래 다케는 복도 막다른 곳에서 잠을 잤다. 몇 년 동안 그곳이 다케의 지정석이었다. 오른쪽으로는 남편의 작업실이, 왼쪽으로는 내 작업실과 사라코의 방이 이어지는 이른바 교통의 요지. 남편은 자기 방에 들락거릴 때마다 “이놈아!” 하며 다케를 툭툭 쓰다듬었다. 그런데 남편이 내 방에 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다케가 이빨을 잔뜩 곧추세우고 으르렁거리며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야, 이놈아!”라는 다소나마 애정이 섞여 있던 인사말은 “이 돼먹지 못한 놈!”이라는 짜증 섞인 악담으로 변했다.
가끔은 “히힝 히힝” 하는 벌레가 우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는데,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니코였다. 내 방에 들어오고는 싶은데 교통의 요지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다케가 무서워서 엄두를 못 내는 것이었다. 니코는 내 방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구슬프게 흐느끼면서 ‘엄마, 날 안아서 데려가요’라고 읍소작전을 펼쳤다. 이렇듯 2층 복도에서는 서열 관계에 따라 종종 살벌한 눈치작전과 무시무시한 기싸움이 연출되곤 했다.
---「Chapter 2. ‘다케의 보금자리’ 」중에서

걷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진다는 사실은 인간이나 개나 매한가지다. 나는 노견이 된 다케의 건강을 위해 애견쿠키로 살살 유혹하면서 집 밖으로 유인했다. 이제 다케는 리드 줄을 매지 않는다. 묶으면 집을 나오는 순간 꼼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다. 구태여 리드 줄을 매지 않아도, 내가 앞서 저만치 가버리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따라오는 다케였다. 이것도 역시 개의 마음이 작동한 것이겠지만.
햇빛이 가득 비추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다케를 걷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집으로 이끄는 이정표처럼 쿠키를 조금씩 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Chapter 2. ‘밥과 산책’ 」중에서

스승에게 받은 은덕을 되돌려주진 못해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 자체로 도움이 돌고 돌아 스승에 대한 보답이 된다. 오래전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은사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이후로 은사님에게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나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노인의 수발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의 공양이나 은사님에 대한 보은처럼 다른 노인의 수발을 정성스럽게 들어주면 언젠가 우리 집 노인에게 은덕이 돌아가리라.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노견의 수발을 든다. 언젠가 이 은덕이 돌고 돌아 구마모토에 사는 노인에게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Chapter 2. ‘공양’ 」중에서

떠나기 마지막 날, 나는 동물병원에 들러 루이를 데리고 나와 근처를 산책했다.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눈망울로 사방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루이를 바라보며 나는 다짐하듯 말했다.
“루이야, 나는 너를 버리고 가는 게 아니란다.”
개를 키우는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떠나기 전에 돌아오는 날을 분명히 말해준다면 개는 언제까지고 기다린다고.
캘리포니아 집을 비우게 될 때면 나는 늘 다케에게 또박또박 알려준다.
“몇 월 며칠에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며칠만 기다리면 돼.”
그러면 다케는 항상 기다린다.
“루이야, 7월 20일에 데리러 올게. 그때까지 여기서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루이는 똑똑하니까 내 말을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Chapter 3. ‘루이의 할아버지’ 」중에서

나는 달렸다. 루이도 달렸다. 몇 번인가 루이의 리드 줄에 발이 엉켜 루이를 밟았다.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리드 줄을 최대한 당겼다. 루이는 넘어져도 벌떡 일어났다. 이럴 땐 제발 알아서 따라오면 좋으련만 루이에게 그런 일은 죽었다 깨도 불가능한 일. 나는 리드 줄을 단단히 잡아 쥐고 달리고 또 달려 수속 카운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루이에게 먹일 신경안정제를 깜박한 것이다!
구마모토 이륙, 하네다 착륙, 하네다 이륙, LA 착륙. 네 번이나 이착륙을 하게 되면 루이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을 게 분명하다며 D선생이 처방해준 특제 안정제와 멀미약이었다.
“이 약을 구마모토에서 이륙하기 직전에 루이에게 먹이세요. 그러면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져서 얌전히 있을 겁니다.”
그런 약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루이가 제정신으로 네 번의 이착륙을 겪어야 함을 뜻했다.
하네다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 착륙하자마자 나는 빛의 속도로 뛰어갔다. 그런데 나의 걱정과 달리 하네다 공항에서 다시 만난 루이는 지극히 평범했다. 아무리 봐도 이착륙 스트레스로 괴로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리드 줄을 묶고 밖으로 나갔다.
---「Chapter 5. ‘루이의 여행’ 」중에서

루이가 뒤를 따라온다.
캘리포니아 집에 도착한 뒤로 모든 것이 낯설 텐데도 루이는 개의치 않고 우리 가족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한결같이 고요한 시선으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도 그랬다. 아버지는 그런 루이를 바라보며 “루이야, 고개 안 아프냐” 하고 안쓰러워했었다.
사라코는 어디고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루이에게 질려버렸는지, 어느 날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루이의 불룩한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루이야, 임무 완료니까 이젠 너 편할 대로 해도 돼.”
루이의 임무란 바로 할아버지를 호위하고 보살피는 일이다. 할아버지는 이제 없다. 임무는 완료되었다.
---「Chapter 5. ‘임무 완료’ 」중에서

젊은 사내는 선반에서 종이봉투를 하나 가지고 와서 내게 쓱 내밀었다. 손잡이가 달린 종이봉투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개의 발자국 무늬가 그려진 포장지였다. 순간 예쁘장한 선물을 받는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안에 다케의 유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늘. 직원은 나를 바라보며 조건반사적으로 애도의 눈빛을 보냈다. 지금껏 질리도록 나 같은 사람을 겪어왔으리라.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슬퍼하는 직원 앞에서는 울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보기 흉하게 쪼글쪼글해진 얼굴로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고맙습니다” 하고 중얼거리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다케의 유골함은 아버지나 어머니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도자기가 아니라 묵직한 나무로 된 상자 안에 재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들어 있었다.
이것이 다케의 유골이구나.
비닐 가득 빽빽이 차 있지만 다케의 뼈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다케의 유골은 촘촘하고 결이 고운 은백색 재였다.
상자 속에 ‘무지개다리’라는 제목의 글귀가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위의 글에서 전해진 것이다. 덤덤히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솟고 가슴이 미어졌다.
---「Chapter 7. ‘다케의 유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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