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중 하나가 나에게로 떨어져오고 있었다. 지나리야다, 또. “그만 좀.” 내가 말했다. “너무해.” 하지만 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긴커녕 계속 떨어져왔다. 내가 준비가 되었건 말았건 나에게 전할 말이 더 있었던 것이다. 그 별의 금색 빛이 하강하면서 점점 커졌고 나는 그 매끄러운 궤적에 넋을 잃은 나머지 나무 되기도 하지 않았다. 불과 몇 미터 위까지 다가오자 그것은 폭발하여 찬란한 비처럼 쏟아졌다. 그 빛 오라기들이 거대한 거미의 황금빛 다리들처럼 나에게로 떨어져내려왔고 곧 지나리야는 내게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 p.11-12
내가 불쑥 내뱉었다. “오크우가 자기 종족을 불렀다고 하면 이건 아예 쿠시-메두스 전쟁의 재발이야.” 음위니가 시선을 비켰다. “그럴지도 모르지.”
(…중략…) 심박수가 내려가자 내가 말했다. “전부 다 내가 집에 돌아온 탓이야.”
“빈티.” 음위니가 말했다. “네 귀향이 이유가 아냐. 그 일은 시간문제였어.”
--- p.73-74
오직 남자들만이 밤의 가장꾼을 보게 마련이었으며 그의 출현은 큰 변화가 다가온다는 뜻이라고들 믿었다. 그것이 출현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는 후에 오게 되는 것인지 그건 불분명했다. 밤의 가장꾼은 혁명의 화신이었다. 그 출현은 영웅적인 행적을 점찍어 보이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낮 시간에 밤의 가장꾼을 본다는 것은 더더욱 전대미문인 일이었다. 우리 가족이 죽었다. 더 이상 그 어떤 변화를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사태에 영웅적인 면이 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혁명이라면 형편없이 끔찍한 혁명이다.
그것은 오치힘바로 말을 했는데 목소리가 천둥번개 폭풍이 몰아칠 때 진동하는 죽지 않는 나무의 소리 같았다. “죽음은 늘 새소식이지.” 그것이 말했고 그 머리에서 뭉클뭉클 뿜어져 나오는 매운 연기는 한층 짙어져갔다.
--- p.90-91
‘모든 게 정말 복합적이고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내가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리고 무슨 일에든 우연은 없지…. 아무튼 어머니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지.’
--- p.127
나는 성스러운 불 앞에 꼿꼿이 섰다. “내가 떠났던 건 더 원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말했다. “나는 내 가족, 내 민족, 내 문화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모든 걸 더하길 바란 겁니다. 나야말로 그 학교에 갈 사람이었고 실제 갔을 때 그런 온갖 일들이 있은 후였는데도 그 사실은 더 분명해지기만 했어요. 전 움자 대학교에 바로 적응했죠.
하지만 기어코 집에도 와야 했습니다. 제겐 전부 다 필요했습니다. 여러분, 학교, 우주. 저 자신을 가다듬기 위해 순례행에도 나서고 싶었지요…. 하지만 그건 제 길이 못 되었습니다.” 나는 말을 끊었다. 생각을 하나로 그러모으기 위해서였다. “오크우는 친구입니다…. 그래요, 짝이라고 할게요. 그래서 저는 오크우에게 제 고향을 구경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에서도 일이 잘 풀리게 만들려고 그랬던 것 같네요. 모두를 조율해 조화를 이루려고요. 쿠시, 메두스, 힘바.” 나는 몸짓으로 음위니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젠 에니 지나리야도 말입니다.” 다시 불을 향했다. “이것이 제가 이 모임을 소집한 까닭입니다. 테러와 죽음과 파괴가 있었습니다만 이제 전 거기에서 조화를 끌어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찌푸린 얼굴 하나하나를 나는 바라보았다.
--- p.131-132
“나는 오셈바의 빈티 에케오파라 주주 담부 카입카 메두스 에니 지나리야, 숙련 조율사예요.” 나는 말했다. 자연스레 나무 되기에 들어갔는데 기분이 차분해지기는 했지만 나의 분노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게 기뻤다. 한 줄기 흐름을 불러 올리고 양손을 쳐들어 양손 검지에서 검지로 부드러운 번개가 이어지는 걸 보여주었다. 손가락을 돌리자 흐름은 공 모양으로 말려 뭉쳐서 이야드의 눈앞 공중에 둥실 떴다. “내 고향 땅과 내 민족 사람들이 묵은내 나는 한 옛날 전쟁에 죽고 파괴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서로를 미워해야 할 진정한 이유도 없는 두 민족이 벌이는, 이치에도 닿지 않는 싸움에 말이죠. 태양이 떠오를 때, 합의했던 대로 뿌리집으로 와요. 당신들이 태워 숯덩이와 잿더미로 만들어놓은, 내 가족이 죽어 누워 있는 그 집으로 말이에요. 메두스족도 그 자리에 올 것이니 양측이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없도록 확실히 마무리를 하도록 하세요.” ‘우리 힘바족의 원조와 힘으로써 말이지.’ 성난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희 양 모두 직접 알아서 그렇게 할 만큼의 지각이 없으니 말이야.’
--- p.153-154
천둥이 울었다. 이번에는 더 큰 소리였는데 거기에 더 굵고 더 급박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아, 안 돼.” 나는 속삭였다. 천천히 서으로 몸을 돌리자 먼지가 똑바로 내 얼굴에 흩뿌려졌다. 쿠시족이 온 것이다. (…중략…)
먼지를 뱉어내고 눈을 깜박거리는데 오크우가 합류해 자기 몸을 내 앞에 두었다. “아니야.” 옆으로 빠지면서 내가 말했다. “평화협정 자리야. 만약에 저자들이 나를 쏜다면 그땐….”
“그땐 네가 죽어.” 오크우가 말하며 내 앞으로 들어왔다.
“바보짓 하지 마, 빈티.” 음위니가 합류하며 그렇게 말했다. 음위니도 내 앞으로 왔다. “힘바 의회가 안 왔다는 건….” 음위니는 입술을 꾹 물었다.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건지도 몰라.”
비행선들이 착륙하자 많은 군인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들이 펼쳐놓는 발사 무기의 규모가 엄청났다.
--- p.180-181
“나는 힘바족의 깊은 바탕을 일깨웁니다.” 나는 골디 왕과 메두스 족장 양을 강렬하게 바라보았다. “당신들 둘 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상관없어요. 이건 힘바 의회원들이 할 일이었지만 겁들이 나신 모양이네요. 숨어들 계신가 보죠. 나는 숨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집단이 있으니 내가 할 수 있어요.
메두스 전통은 명예를 중시합니다. 쿠시 전통은 존중을 중시하지요. 나는 오셈바 힘바족의 숙련 조율사입니다.” 나는 두 손을 쳐들었고 흐름은 소용돌이치며 뭉쳐 양손에 각각 파란 태양 같은 구체를 이루었다. 그 하나를 골디에게 내밀었다. “쿠시족을 대표하는 분.” 한 손은 메두스 족장에게 내밀었다. “메두스족을 대표하는 분.” 나는 자신을 조절했다. (…중략…) 그러고 나서 발언하면서 나는 그것을 숨결에 실어 내보냈다. “부디.” 말을 할 때 목구멍을 지나 혀와 입술로 쏟아져 나가는 말마디들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이 일을 끝내요.” 내가 말했다. 내 음성은 풍성하고 차분했다. “지금 끝을 내세요.”
--- p.192-194
“그래, 빈티.” 골디가 말했다. 목소리는 얌전했고 나를 응시하는 그 얼굴은 경악해 맥이 빠져 있었다. “나… 나는 강화에 동의한다.”
메두스 족장은 머금고 있던 기체를 커다랗게 풍 내쉬었고 그의 두 전우와 오크우도 그랬다. 우주선 가까이 부유 중이던 메두스 몇 명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 이어서 족장이 메두스 말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빈티 말을 듣겠다. 빈티가 옳아. 이 싸움은 쓸데없다.”
“쿠시와 메두스 간의 전쟁은 종결됩니다.” 두 손을 한데 모으면서 내가 말했다.
--- p.194-195
음위니는 울부짖고 있었다.
다시 빈티를 내려다보고 울부짖고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그 애의 가슴은 으스러지고 불에 타 속이 다 나왔다. 뼈, 힘줄, 살이 붉은색, 노란색, 흰색으로 다 보였다. 그 애의 다리는 양 다 뭉개진 고깃덩어리였다. 왼팔은 총격에 잘려나갔다. 오른팔, 얼굴, 그리고 촉수만이 말짱했다.
사태가 급전직하할 때 음위니는 뿌리집의 잔해에 있었다. 돌아보니 메두스 족장과 쿠시 왕이 둘 다 경이와 존경의 눈으로 빈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빈티의 웃음소리를 음위니는 들었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지도자들이 그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음위니는 원래 살펴보러 온 것 으로 돌아섰는데 그래서 모든 일이 등 뒤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음위니가 갔을 때 빈티는 숨진 후였다
--- p.204-205
저 아직… 아직 인간인가요?” 내가 물었다.
“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 말씀은, 어, 그런 게 아니라….”
“학생은 힘바족 소녀죠, 맞죠? 내가 누구다라고 말할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네, 그렇지만….” 나는 내 오쿠오코를 건드리고 우물쭈물 미소 지었다. “그것과 같은 만큼이 새 물고기의 미생물인 거 아닌가요? 그래서 제가 살아 있는 거잖아요?”
“학생의 DNA는 힘바, 에니 지나리야, 메두스… 그리고 다른 것도 들었지만 새 물고기인 부분은 많지 않아요.” 투카 선생이 말했다. “하지만 미생물은 거의 다 새 물고기에게서 온 거죠. 그건 맞아요. 학생의 미생물들은 체내 세포 속에 존재하니 그런 혼합이 본인을 본인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학생은 태어날 때의 자신과는 달라졌죠. 분명히. 하지만 앞서 내가 말한 대로 학생은 건강해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p.320-321
더 이상 다른 기색이 없기에 나는 도로 내 오치제 단지 있는 곳으로 와서 하던 머리 단장을 끝냈다. 덤으로 오치제 조금을 양 발목에 다섯 개씩 찬 발목 고리에 문질러 칠하고 내 새로운 에단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나서 나는 음위니와 오크우와 하이파와 곰을 만나러 나섰다. 지구 시간으로 며칠 후면 학교가 다시 시작이니 그러면 옥팔라 교수님께 흥미로운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겠지. 아무튼 일단 지금은 마침내 친구들과 폭포 구경을 하게 됐다는 것만이 내 관심사였다.
---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