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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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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 가락

황병기 | 풀빛 | 2013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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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84g | 135*218*30mm
ISBN13 9788974747398
ISBN10 897474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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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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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상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한 로마 교황은 바오로 2세이다. 1984년 5월 3일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내한한 바오로 2세는 그의 역사적인 도착성명에서 기독교 성경이 아니라 《논어》의 유명한 구절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한국어로 낭독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pp.11-12 「1부 숨고르기-공자 말씀의 평범한 위대함」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학이〉편 1장) 나는 이 문장의 묘미가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에 있다고 본다. 먼저 ‘열심히’라고 하지 않고 ‘때때로’라고 한 것에 눈길이 간다. ‘열심히’는 강요하는 어투인데 ‘때때로’는 ‘틈틈이’ 또는 ‘네가 하고 싶을 때에’처럼 듣는 이에게 넉넉한 기분을 주는 부드러운 어투이다. 그리고 ‘이것’ 또는 ‘이것이야말로’가 아니라 ‘(이) 또한’은 ‘다른 것도 있겠지만 이것도’처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쁘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듣는 이의 의견을 묻는 형식을 취한 것은 참으로 민주적인 화법이라 하겠다. 얼마나 여유롭고 부드러운 물음인가!--- pp.39-40 「2부 배움과 벗과 군자다움이 있어 인생은 행복하여라」

법정 스님이 자신의 승방에 둔 시계를 도둑맞은 일이 있다. 이 일로 스님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남이 훔치고 싶을 만큼 좋아 보이는 시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나빠 보이는 시계를 사려고 했지만 중고품 시계방에서 마침 도둑이 팔고 간 자신의 옛 시계를 다시 사 오게 되었다고 한다. 속임을 당하고 배신을 당하고 심지어 도둑을 당해도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 도둑을 맞았는데도 자신을 엄하게 책하고 도둑에 대해서는 가벼이 책했으니 도둑조차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러한 것에 대하여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엄중하게 책하고, 남에게는 가벼이 책한다면, 곧 원망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위령공〉편 14장)--- p.177 「5부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나는 1999년 1월 초에 서울대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은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 운동을 하기 위하여 링거 병을 주렁주렁 매단 카트를 힘겹게 밀며 입원실 복도를 돌아다녔는데, 어느 날 밤에 남쪽 창문으로 멀리 보이는 시계탑이 조명을 받아 꿈속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죽음에 직면하면서 비참한 지경에 달하니까 역으로 소녀처럼 아름다운 가야금곡을 작곡하고 싶은 발분망식의 충동이 일었다. 3주 만에 퇴원하자 악상을 가다듬어 바로 가야금 독주곡 〈시계탑〉을 완성했다. (……) 3월에는 수술 후유증으로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서도 여의도 영산홀에서 가야금 연주를 했으며, 5월에는 멀리 독일 하노버의 현대음악제에 참가하여 가야금 독주를 했다. 이때 《논어》의 발분망식을 경험한 것 같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사람이 발분하면 오히려 더 뛰어난 정신활동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pp.193-195 「6부 가장 인간적인 성인, 공자」

“나는 덕을 좋아하기를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하는 사람을 아직 못 보았다.”(〈자한〉편 17장) 아주 재미있고 고급스러운 농담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얼마나 놀라고도 웃음이 터졌을까. 이 말씀에서는 아무리 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덕보다는 여색을 더 좋아한다고 했을 뿐, 그래서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가치 판단을 일체 하지 않은 점이 절묘하다. 공자 자신조차 덕보다 여색을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 공자의 위대함은 바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에 덕을 비유함으로써 덕을 그처럼 자연스럽게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pp.223-225 「6부 가장 인간적인 성인, 공자」

공자는 예악에서 세련된 것보다는 차라리 질박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세련된 것보다 질박한 것이 인간의 원초적인 순수함과 생명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 세련된 것은 좋지만 질박한 것, 흙내 나는 것이야말로 좋다. 세련된 것과 질박한 것은 반대의 의미지만, 질박하면서도 세련된 것이 최고일 것 같다. 판소리에서는 그냥 맑고 예쁜 소리는 알아주지 않는다. 그건 ‘노랑 목’일 뿐이다. 목소리가 쉬어서 탁해졌다가 탁함 속에서 피나는 공력으로 다시 맑아진 소리를 알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맑아진 소리는 아무리 노래를 해도 다시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으로 백일 공부를 들어가서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소리를 하다 보면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서 말하는 목소리조차 안 나오게 되지만 어느 날 그 쉰 소리 속에서 맑은 소리가 떠오르는데 그때의 기쁨이란 말할 수도 없다고 한다.--- pp.273-275 「8부 사람은 음악에서 완성된다」

공자는 철저한 인본주의자이고 생명주의자였다. 예술은 신과 자연에는 없고 인간세계에만 있는데, 예술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생명적인 것이 음악이다. 사람은 태어나기 이전 태아 때부터 심장의 맥박 즉 리듬을 지니고 살다가 이 맥박이 그칠 때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인생은 음악처럼 철저하게 시간적인 흐름인 것이다. 그래서 19세기 철학자 월터 페이터Walter Pater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조건이 되기를 열망한다.”라고 했을 것이다. 인본주의자이자 생명주의자인 공자가 “사람은 음악에서 완성된다.”(〈태백〉편 8장)라고 한 것은 지언이라 하겠다.
--- p.283 「8부 사람은 음악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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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읽히다니!
“말이란 뜻이 통하면 그뿐이다.”는 공자의 말씀을 늘 새기며 그렇게 노력해서 읊은
황병기 선생의 ‘논어 가락’들은 참으로 듣기 편했다.
“《논어》처럼 평범하고 그래서 위대한 책은 없다.”는 황병기 선생의 말씀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 이경희 (수필가, 백남준문화재단 이사)

마음의 나이가 따로 있다면 황병기 선생님의 마음 나이는 20대에서 50대 사이
어느 지점이리라 생각해 왔다. 최고의 장인은 힘을 최소한으로 들여서 일한다고 한다.
선생님의 마음 나이가 젊으신 이유도 바로 힘 빼기에 있지 않나 짐작해 본다.
그런 선생님께서는 공자님의 《논어》에서조차 힘을 슬쩍 빼 버리시는 진경을 보여 주신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공자님의 본모습이라고 말씀하신다.
읽고 또 읽는다면 비법을 조금이나마 훔칠 수 있을까.
- 김영란 (전 대법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시대의 거장 황병기 선생이 《논어》를 펼쳐 들었다. 속도와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황병기 선생의 글들은 우리가 잘못 잡은 방향을 조용히 꾸짖으면서 삶의 빛을 제시하고 있다.
뼛속까지 울림을 주는 황병기 선생의 맑은 생각들이 어지러운 내 머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다 가야 하는가의 문제 앞에
선명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참 행복한 책이다.
거장의 인간적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 책을,
나는 오래 내 머리맡에 두어야 할 것 같다.
-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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