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대기업 HR 담당 임원, 대학교수, HR 전문 기관의 박사급 인력 50여 명이 모여 ‘한국형인사조직연구회’를 설립하였다. 우리나라에 맞는 우리만의 인사 제도를 찾아 전파하여 성과를 창출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회원 회사와 국내 강한 중견 기업을 방문하여 우리 문화에 맞는 우리만의 인사 제도를 소개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맞는 문화를 독자적으로 설계하기란 무척 어렵다. 특히 중견 기업은 CEO가 오너일 가능성이 높다. 오너가 있는 기업일수록 오너의 주장이 강한 편이다. CEO의 “이 교육이 정말 필요한 교육이냐?”는 말 한마디에 교육 과정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직원 한 사람이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 임직원에게 예절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런 회사일수록 CEO와 임원 계층 간 ‘소통 단절’이 심각하다.
기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도 일회성 단기 성과가 아닌 지속적인 장기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의 업의 특성과 임직원의 문화에 맞는 한국형 인사 제도를 실행해야만 한다. 한국형 인사는 크게 네 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HR 전략을 중심으로 조직을 어떻게 이끄는가?
둘째, HR 영역의 제도 설계의 원칙, 기능 간의 연계, 현장에서의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한국인의 속성을 이해하고 강, 약점을 고려한 HR을 하고 있는가?
넷째, 문화의 특성은 무엇이며 버려야 할 문화, 계승, 발전시켜야 할 문화, 도입해야 할 문화가 무엇인지를 알며 중장기 전략하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가?--- pp. 58-59
뛰어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CEO의 마음은 간절하다. 그 심정이 채용 과정에 녹아드어야 한다. 최근 대기업 채용 경쟁률은 매우 높다. 채용 인원 대비 입사 지원자는 1:300이 훨씬 넘는다.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면 면접관조차 ‘내가 지금 자격으로 입사 지원서를 낸다면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하다.
서류 전형의 인, 적성검사를 거쳐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들은 모의 면접 스터디로 단련되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게 면접에 응한다. 면접관이 옥석을 가리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인원이 많고 면접 프로세스가 다양해지다 보니 채용 담당자도 제반 준비와 진행에 치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은 자연스럽게 면접관의 몫이 되어버린다. 이렇듯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채용 담당자인 당신에게 CEO가 아래와 같이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우리 회사에 어떤 인재가 채용되어야 하는가?
-채용 담당자로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채용 규모는 어떻게 결정하며, 왜 이 시점에 신입 사원을 뽑아야 하는가?
-인재 선발 프로세스는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는가?
-선발된 인재가 적합한 인재였다고 설명할 방법은 무엇인가?--- pp.67-68
보상은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경제적으로는 생계의 원천이 된다. 또한 성과와 성취 등 만족감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직무 수행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업 입장에서 보상은 인건비라는 가장 중요한 비용 중 하나인 동시에 조직 구성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다. 저임금, 보상의 불공정성, 보상 체계 비공개 등 보상 불만족은 생산성의 저하, 고충 발생, 결근, 태업과 이직, 파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가 A기업 인사팀에 근무할 때 일어난 일이다. 연말 소득 정산 평균 금액이 8,000만 원이 넘는 생산 현장의 계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왜 A라인 이 계장은 나와 똑같이 근무했는데 왜 나보다 이달 급여가 1,000원이 더 많으냐?”라는 항의전화였다. 동종 업계 대비 몇천만 원이 더 많은 것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의 차이가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pp.170-171
많은 기업이 위기가 아닌 때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분명 지금 경영 환경은 대양을 유유히 유람하며 항해하는 여객선을 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뗏목을 타고 아마존 급류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단 한 번 의사 결정에 실패하거나 변화에 뒤처지면 기업이 사라지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두 기업을 비교한 사례를 보자. 먼저 A기업 이야기이다. 이 회사 구성원이 내뱉는 말들은 암담하다. “개인 성장 비전에 대한 불명확성 증대로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조직의 분위기가 냉소적이며 불신과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다.” “회의는 많으나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상사의 일방적 지시만 있을 뿐이다.” “사무실 사람들은 힘없이 걷고 하루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퇴근한 날도 있다.”
다음은 B기업 이야기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회사 갈 생각만 하면 행복하다.” “나는 내가 이곳에 근무하면서 정체되지 않고 성장한다고 느낀다.” “선배들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며 후배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겠다.”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
당신은 어느 기업 어느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가? 당신이 근무하는 기업이 ‘죽어가는 기업’이 아닌 ‘근무하고 싶은 초유량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조직 경쟁력 향상과 인재 육성을 통한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p.192
제조 회사 A기업의 임원들에게 12월은 잔인한 달이다. 누가 회사에 잔류하고 누가 보직을 받지 못하고 퇴직하게 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회사 임원 인사가 가장 다이내믹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사 결과는 예측할 수 있지만, 임원 인사만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한다.
그해의 임원 인사도 드라마틱했다. 가장 덕망이 높던 김 전무가 하루아침에 지방으로 좌천되고 평소 한직에 있던 이 상무가 중용되었다. 전략본부장이 생산본부로 이동하고 생산본부장이 영업본부장이 된다. 조직 내 악명 높은 이 전문가 승진해서 관리본부장으로 옮기고 성과가 높았지만 대인관계가 약한 R&D본부장은 명단에서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은 왜 이런 이동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새롭게 임원이 된 사람 중에는 생소한 이름들이 많다. 주위에서는 누구누구 라인이라는 말이 떠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장이 바뀌면 임원 대부분이 물갈이된다고 뒷이야기가 많다.
A기업은 임원 선발과 승진에 원칙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임원이 될 사람을 육성하지 않는다. 임원 승진과 퇴출에 따른 절차가 없다 보니 공정성이 떨어진다. 성과보다는 관계나 운에 따라 선발과 퇴직이 좌우된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말 한마디에 짐을 싸야 한다. 그러기에 임원이 되거나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과와 역량보다는 상사와의 관계가 더 중시된다.--- pp.364-365
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대개 이 직장에서 정년퇴직 때까지 근무하고 싶어한다. 만약 회사가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퇴직은 고사하고 승진에 대한 불안감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부족하여 채용하기에 급급하고 기존 인력의 이탈 방지가 인사 주요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점차 정체하거나 쇠퇴한다면, 기존 인력에 대한 조정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여러분이 인사 담당자인데 회사가 정체되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CEO로부터 인사 담당자로서 인력 조정을 지시받았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 일을 추진하겠는가?
--- p.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