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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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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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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922g | 170*240*30mm
ISBN13 9788954623773
ISBN10 8954623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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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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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언론인이었던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남긴 말씀입니다.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경기장에 플래카드로 내걸릴 만큼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유명한 경구이지만, 우리 역사를 기억하는 데 소홀한 요즘 세태를 보면 우리 민족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때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전범국으로서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점점 더 과격한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일본을 앞에 두고, 우리 학생들은 독립을 쟁취했던 선열들의 희생을 잊고 삼일절을 ‘삼점일절’이라 읽고 있습니다. 3·1운동 당시, 나라의 독립을 부르짖으며 스러져간 학생들이 현재 학교에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같은 나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일본이 안중근 의사를 한낱 범죄자로 폄하하며 도발하는 가운데, 안중근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야스쿠니 신사는 젠틀맨이며, 매국노 이완용이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냐고 되묻는 우리나라 학생이 많다는 사실은 슬프기까지 합니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강의한 지 올해로 19년째입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한국사를 알리고 가르치는 데 힘쓰며 우리 역사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노력과 무관하게 점점 더 역사에 무관심해져만 가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서 때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때론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강의 2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 우리 역사를 위해 좀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고, 부족하나마 이 책을 펴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좀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룰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역사책이 되길 바랐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역사책을 만들고 싶었고, 마치 어릴 적 기분 좋게 받았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 되길 바랐습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 있어서, 기호에 따라 어떤 것부터 손을 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상자속의 과자들처럼 이 책에 실린 어떤 주제를 골라서 읽어도 이해가 쉽고 유익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역사 상식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주제들을 선정했고, 생소할 수 있는 용어들은 쉽게 풀어 쓰고자 했습니다. ---p.4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게 분황사라는 이름의 유래입니다. 선덕여왕이 공주였을 때, 신라는 당나라와 외교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었는데, 하루는 당나라의 황제가 선덕여왕에게 그림을 선물합니다. 이 그림에는 붉은색과 자주색, 흰색으로 모란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림과 함께 모란의 씨도 같이 보내왔죠.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황제가 공주를 꽃에 비유했다며 좋아했는데, 오직 선덕여왕(덕만공주)만이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꽃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었기 때문이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이 온 모란의 씨를 심어 꽃을 피워봤더니 정말 그 꽃에는 향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선덕을 꽃에 비유하되 향기가 없는 꽃으로 표현했다는 건, 여자라지만 향기를 내뿜을 정도의 매력은 없다는 점을 당나라 황제가 은유적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선덕에게는 배우자가 없었거든요. 남편도 없는 여자가 무슨 매력이 있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성희롱을 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이에 선덕은 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나라 황제에게 대응합니다. 여왕으로 즉위하고 3년이 지난 634년, ‘황제의 향기’라는 이름의 절을 지어버린 거죠. 이 절의 이름이 분황사입니다.
이렇게 당나라 황제와 선덕여왕이 소통했던 방식을 보면, 그 본질은 조롱이라고 하지만 표현이 무척 절제되고 옛사람들만의 멋이 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문화와 은유로 대화하는 방식이 참 품위 있지 않나요? 무엇보다 이 모든 일화를 통틀어 알 수 있는 건 선덕여왕이 지혜를 갖춘 사람이었다는 점이지요. 당나라 황제가 보낸 그림을 보고 자신에 대한 희롱을 알아채는 식견이 있었으니까요. 〈모란도〉에 대한 일화를 조금 덧붙이자면, 당나라 황제가 세 송이의 꽃을 그려 보낸 것은 신라에 세 명의 여왕이 나올 것임을 예견해서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신라는 이후 세명의 여왕(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을 배출합니다.---p.30

‘삼천궁녀’라는 말은 조선 중기 시인인 민제인의 「백마강부」란 시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시에 “궁녀 수 삼천”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숫자를 헤아린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음’을 상징하는 문학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고요? 백제 사비성이 함락되자 삼천궁녀가 몸을 던져 투신했다는 낙화암 아시죠? 실제 낙화암이 있는 궁터에 가보셨습니까? 궁녀라면 궁에서 살았을 텐데, 이곳에 막상 찾아가 보면 협소하여 3000명의 궁녀가 기거할 만한 공간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3000명이 단순히 운집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조선시대 궁녀 수가 최대 600명이라고 전하는데 어떻게 사비성의 궁녀가 3000명이 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삼천궁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조선 중기 한 시인의 상징적 시구 하나가 졸지에 성군을 폭군도 아닌 황음무도한 군주로 둔갑시킨 것이지요. 이것이 전해져 1941년 윤승한의 소설 『김유신』에서 그 표현이 반복되고, 오늘날에 이르러 여러 대중가요 속에 계속해서 쓰이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년에 나당 연합군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하고 항복함으로써, 백제의 마지막 왕이 된 비운의 군주 의자왕. 하지만 해동증자라 불리며 성군 소리를 들었고, 적극적인 개혁 정치로 국정을 쇄신하였으며, 멸망하기 불과 5년 전만 해도 신라를 공격해 30여 성을 빼앗았다는 기록이 전할 만큼 적극적인 정복 사업을 벌이던 왕이었습니다. 1000년 이상 사실처럼 받아들여온 의자왕에 대한 오해와 낙인, 이제는 우리가 좀 풀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p.41

이순신의 죽음과 함께 정유재란도 끝이 납니다. 그러나 수많은 전공을 세운 후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떠난, 마치 영화와도 같은 이순신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에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이 실제로는 전시 상황에서 죽지 않았고, 자살했거나 칩거했을 거라는 주장들이 있거든요.
이순신은 적의 총탄이 가슴에 명중하여 등까지 관통당해 사망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직격탄을 맞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당시 조총의 성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또한 이순신이 타고 있던 조선의 군함은 일본 배보다 높이도 훨씬 높아 근접전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직접 총알을 맞을 수가 없는 구조였고요. 설사 적병과 직접 마주쳤다 하더라도 방패로 보호받고 두꺼운 갑옷까지 입고 있는 장군이 총에 맞아 총알이 등을 뚫고 나가기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순신이 마지막 순간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김덕령의 활약을 다룬 『김충장공유사』라는 책을 보면 이순신이 갑옷을 벗고 적탄에 맞아 죽었다고 적혀 있거든요. 전쟁중에 그는 왜 갑옷을 벗었을까요? 죽기를 작정하지 않는 이상 전장에서 장수가 굳이 갑옷을 벗을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죠. 전쟁에서 살아 돌아가봤자 어차피 선조의 손에 죽을 것임을 알았던 이순신이 차라리 전장에서 죽는 길을 택했던 것일까요? 또 이순신의 부하 장수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순신은 항상 “전쟁 마지막 날에 죽기를 소망한다” 했다고 하죠. 이 또한 자살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어요. 자살설 외에도 마지막 날 이순신 장군이 배에 가족만 태우고 다른 부하 장수를 태우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몸을 피해 도망쳐 여생을 보냈다는 주장도 있고요. 하지만 이는 모두 추측일 뿐 정확한 사실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p.199

하지만 간도협약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에 의한 것이었고, 을사조약이 무효이기에 간도협약 또한 무효입니다. 을사조약은 일본의 강압에 의해 맺어진 부당한 조약이었고, 유엔 국제법위원회 등 국제적으로 이러한 부당성을 모두 인정했어요. 또한 국가 간 조약이라면 의당 있어야 할 조약의 제목, 문서 조작을 막기 위한 봉인, 황제의 승인, 서명, 도장 등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맺은 조약, 을사늑약勒約이라고도 하죠.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중국에 북간도를 돌려달라고 주장할 명분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분단 체제에서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의 영토를 남한이 요구하기 어렵기도 하고, 강대국인 중국이 이미 점유하고 있는 영토를 역사적 근거만으로 돌려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잃어버린 땅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땅인 것이죠. 왜 잊어서는 안 될까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간도의 교훈을 떠올려볼 때, 소유한 땅을 한번 빼앗기면 돌려받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다른 우리 땅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어요. 바로 독도 이야기입니다. 일본은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독도를 움켜쥐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요. 동해는 이미 일본해로 세계 대부분의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소중한 독도를 지켜내려면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소리치기 이전에 실제로 왜 우리 땅인지 잘 알아야겠죠?
(중략)
일본이 독도를 탐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은 남태평양의 작은 바위를 섬으로 만들어 인근 바다를 영해로 선언할 만큼 과거부터 영토 욕심이 상당했고, 경제적 이득을 찾는 데 밝은 나라입니다. 독도 자체는 척박한 바위섬이지만 독도를 얻으면 인근의 엄청나게 넓은 바다를 자국 해역으로 삼아 군사기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죠. 당연히 동해의 풍부한 황금어장에서 마음껏 어업을 하는 것은 물론 독도 근해에 매장된 메탄하이드레이트21세기의 신에너지 자원으로, 농축된 천연가스라고 볼 수 있다. 빙하기 이후 해저 또는 동토 지역에서 고압, 저온으로 형성된 메탄의 수화물로, 해저에는 지하에 매장된 석탄·석유·가스량의 두 배에 가까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는 미래 자원까지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하이드레이트는 채굴이 어려워 아직 실용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에 석유를 대체할 화석연료로 각광받는 가치 있는 천연자원입니다. 경제적, 군사적, 해양과학적, 지질학적 의미가 높은 곳이 바로 독도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지켜내야 하는 땅인 것입니다.
2011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표기되었고, 현재 일본의 학생들은 그렇게 배우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독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제가 일본 시마네 현에 직접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일본 우익들의 살벌한 감시 속에 현지 고등학생 열 명에게 독도에 관한 질문을 해봤는데요, 그중 한 명은 침을 뱉고 화내면서 가버렸고, 나머지 아홉 명은 독도의 올바른 이름은 다케시마이며 일본의 영토이고, 한국이 무력으로 차지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라더군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는 화해해야 할 과거도 있고, 공존해야 할 미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경계에 대한 구분은 확실해야 하지 않겠어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지식과 끊임없는 국민적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간도를 어째서 잃게 되었는지, 한국인으로서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작은 관심과 애정이면 충분합니다. 우리 것을 지키는 힘! 바로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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