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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대신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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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대신 보낸 편지

최영 글 / 조선아 그림 | 현북스 | 2024년 04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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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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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316g | 152*220*8mm
ISBN13 9791157414031
ISBN10 115741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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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도 아버지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도 아버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아버지 등 뒤에서 아버지의 넓은 어깨를 바라봤다.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한 부산항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더 없이 근사하게 우뚝 솟아 있었다. 군복과 모자도 근사했다.
아버지와 함께라면 빨갱이 섬 아니라 빨갱이 할아버지 섬이라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런데 그 두려울 것 없던 마음은 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부질없이 허물어졌다.
--- pp.26-27

“억울하다고? 땅을 빼앗겨서? 집을 빼앗겨서?” 나를 보는 고찬숙의 눈빛이 서늘했다.
“집을 다 태워버리는 건? 집이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아무 이유 없이 죽이는 건? 하루아침에 아버지 어머니가 우리나라 군인이 쏜 총에 죽었다면?”
“야!”
김영선이 찬숙이 입을 막고는 끌고 나갔다. 모여 있던 아이들도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또다시 멍하게 서 있었다. 이번에는 순철이도 근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분명 밀친 건 나인데,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 pp.70~71

매일 봐도 제주도의 석양은 눈부셨다. 하늘이 온통 불에 타는 것 같기도 했다.
“히야, 하늘 좀 봐 봐. 마을 전체가 불에 타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감상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옆에서 나란히 걷던 순철이와 근수가 걸음을 멈춘 게 느껴졌다. 돌아보니 둘 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 pp.103~106

“여기는 바다에서 5킬로미터 안에 포함되는 지역이라 그래도 정말 피해가 적었던 동네야. 그런데 중산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이 죽고, 잡혀가고, 마을 전체가 불에 타서 통째로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
순철이가 나를 다시 봤다.
“네가 노을을 보고 마을 전체가 불에 타는 것 같다고 했을 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라.”
“아……, 그랬겠구나. 난 전혀 몰랐어.”
“당연히 모르고 한 말이었겠지. 나도 알아.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정말 동네 전체가 불에 타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들이 많거든. 찬숙이 큰아버지네 집도 그때 불에 타고 가족들도 전부 다 죽었대. 두 돌밖에 안 되었던 사촌 동생도. 그 사촌이 보고 싶다며 큰아버지 따라 놀러 갔던 찬숙이 큰오빠까지. 전부 군경이 쏜 총에 당했대.”
--- pp.118~119

아니, 그럴 리 없다. 내 아버지는 그럴 분이 아니다. 아버지는 그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산 대한민국의 육군일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이 섬을 갈아엎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또다시 미궁 속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나를 풀면 또 하나의 문제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답답했다. 아버지에게 감히 이따위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효 같지만 자꾸만 물음표가 생겼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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