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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중고도서

이현세

: 신화가 된 만화가

이현세 | 예문 | 2006년 11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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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1쪽 | 47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6590882
ISBN10 895659088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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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현세
1954년 경상북도 흥해에서 태어났다. 한국 만화를 대중문화의 반열에 올린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직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다. 1979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데뷔하여,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만화붐을 일으키면서 만화의 보급과 판매에서 전에 없던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고, 만인의 연인 ‘까치’와 ‘엄지’를 남겼다.
이후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오가며 《아마게돈》, 《지옥의 링》,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남벌》,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천국의 신화》, 《이현세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아시아만화인대회 특별상(1999),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특별상(2001),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5)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문화콘텐츠교육센터 대표교수,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를 맡아 한국 만화의 미래와 인재 육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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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북한에 있던 작은 삼촌에게서 어쩌다 조총련을 통해 편지가 오면 할머니는 손짓으로 나를 부르셨다. 아들의 편지를 놓고 며느리에게는 차마 말 못할 미안함에 손주인 나를 불러 세우신 거다. 까막눈이던 할머니께서는 내가 편지글을 읽기도 전에 벌써 눈가가 벌겋게 물드셨다. 그러고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입단속을 하셨다.
가끔은 연좌제만 없었더라면 내가 공부도 좀더 열심히 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연좌제의 피해의식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학창시절 나를 제일 괴롭힌 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난 외국에 못 나간다’는 피해의식이었다. 연좌제의 그늘에서는 공무원도 될 수 없다. 사관학교를 갈 수도 없고, 군대에서는 전방에 배치도 안 되며 기밀도 못 다룬다.
나는 군에서 행정반에 있었는데 신원조회가 상부로 올라가면 그 결과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부대장이 그걸 중간에서 찢어버리고 새로 써서 올린 까닭이었다. 신원을 조회해서 연좌제 집안의 이력이 걸리면 행정반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부대장이 나만 특별보호를 한 것인가. 결코 아니다. 이유는 단지 내가 없어지면 작전지도를 못 그리기에 아니 부대장이 보기에는 나만큼 잘 그리는 놈이 없어서였다. 결국 부대장이 자기 손에서 내 이력을 찢어버리고 다시 올리고 하면서 나는 작전지도를 그리다 제대를 했다.
연좌제의 망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학생들은 시위로 잡혀가도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이러고 말지만 나는 ‘이런 빨갱이 새끼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하니 연좌제와 연관이 없는 이들과는 전혀 본질이 다른 문제다.
나중에 미국에 취재여행을 갔을 때는 비자도 나오지 않았다. 고육지책 끝에 당시 작품을 연재하던 일간스포츠에서 디자이너 앙드레김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각국 대사 부인들의 옷을 만들던 그 사람이 대사 부인에게 전화를 넣었나 보다. 3일 만에 비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걸 들고 비행기를 타던 나는 꼭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놈이 “너는 못타” 하고 뒷덜미를 잡고 사정없이 끌어내릴 것만 같았다.
그 연좌제가 노태우 정권에 들어서야 없어졌으니 내 청춘의 대부분 날들은 연좌제와의 동행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내겐 이데올로기보다 민족이 앞선 개념이다. 극좌나 극우, 심지어는 민족사학자에 대해서도 말하길 꺼린다. 나는 거리에 쓰러져가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거품 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지, 피 흘리는 조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이권을 노리는 순수하지 못한 모습이 얼비치기 때문이다.
--- pp. 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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