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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연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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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연애할 때

: 작가 임경선의 엄마-딸-나의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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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92g | 153*224*20mm
ISBN13 9788960901407
ISBN10 89609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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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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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능한 엄마보다 충족된 엄마, 남들만큼 하는 엄마보다 남들과는 다를 수 있는 엄마인 것이 좋았다. 엄마 노릇은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다만, 이기적인 나는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존중하고 싶었다. (…) 어쩌면 엄마라는 존재는 생각만큼 그리 대단하지도, 대단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깨 힘을 빼고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호흡하며 걸어나갈 것이다.---「책을 내면서」에서

엄마들은 때때로 애를 내동댕이치고 싶지만 상상으로만 그럴 뿐이고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데 나는 실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눈가에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로 잠든 구슬픈 모습에 나는 감정이 북받쳐 ‘딸아 미안해’ 이러면서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는데, 울음은커녕 열 받은 가슴은 아직 진정될 기미조차 안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나도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우리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던 것 같다. 윤서는 조금 부은 눈으로 첫날밤을 같이 보낸 애인을 쳐다보듯,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p.96 「괴물」에서

서른일곱 살에 ‘엄마’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줄곧 내 안에서는 이기심과 죄의식이 맞부딪치며 갈등을 일으켰다. 나는 그 둘 다에서 약간 멀리 서 있기로 했다. 그것은 어차피 나의 느낌이었다. 이때만큼은 초점을 아이의 마음에 맞춰보자고 생각을 바꿨다. 무게 중심을 내가 아닌 아이에게 두니 그때그때의 판단이 훨씬 더 명료해졌다. 물론 제3자의 간섭 어린 소음으로부터는 완전히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p.99 「엄마의 죄의식」에서

내가 남편을 가장 ‘내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로 의식했던 것은 결혼식장이 아닌 엄마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남남이었지만 이제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음을 깊이 느꼈다. 멍하니 장례식장 입구에서 돈 봉투를 받으며 사위 처신을 하던 그와, 시뻘건 육개장 그릇을 나르다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우리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상대의 죽음을 지켜보고 책임지는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하는 것은 상대의 삶과 죽음을 좋든 싫든 ‘관리’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p.208 「결혼 생활의 슬픔과 기쁨」에서

나는 아이에게 ‘너는 이런 아이였단다’라며 기억하지 못하는 유아기나 유년기의 일들을 알려주기보다는 ‘나는 이런 엄마였고 여자였고 사람이었어’라며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모로 불완전했지만 그것이 너를 낳은 사람이고, 너를 낳고 키우는 일은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즐겁게 하려고 했다고. 덕분에 꽤 행복했다고.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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