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지대 수취자의 계획을 세계 전역으로 확산시키며, 그곳에서 얻은 이익은 주로 월스트리트와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증권거래소, 기타 금융 중심지로 돌아간다. 그러한 정책이 오늘날의 세계적 균열의 핵심에 있다. 그로 인한 금융화와 부채 디플레이션은 양극화를 초래하며, 그 자체로 산업적 번영의 확산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머리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금융의 작동 원리, 5~6쪽」중에서
달러 본위제와 그 배후의 금융자본주의 동력을 거부하려면 경제적 지대의 사유화와 약탈적 금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적 경제를 조직해야 한다. 근로소득(임금과 이윤)과 불로소득(경제적 지대) 사이의 차이점 인식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산업자본주의를 지배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미국의 금융자본주의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려 한다. 금융화한 미국 경제가 이끄는 오늘날의 신냉전은 지대 수취자 기반의 금융자본주의를 전 세계에 강요하려는 싸움이다. 그러려면 미국은 외국의 경제 개혁을 막아야 한 다.
---「서문. 부와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19쪽」중에서
국민소득통계와 경제 이론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많은 서구의 금융화한 경제가 고통받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끊임없이 배출되는데도 왜 더 많은 사람은 내핍 생활을 해야 하는가? 왜 소득은 ‘낙수효과’를 내지 못하고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으로 빨려 들어가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경제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왜 많은 사람이 대체로 더 부유해지지 않고 더 가난해지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역전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교과 과정이 오늘날의 가장 큰 특징을 다루지 않는 데 있다. 경제적 지대라는 개념을 ‘외부’ 요인이라며 배제한 것이 가장 나쁘다. 앞서 언급했지만 경제적 지대는 정치적, 법률적 특혜에서, 공적 규제와 과세의 해체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이다.
---「CHAPTER 01. 왜 억만장자는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낙수효과는 없는가, 35~36쪽」중에서
산업자본주의의 독특한 특징은 임금노동자를 고용하여 생산한 상품을 이윤을 남기고 판매하는 것이다. 금융자본은 노동자뿐 아니라 산업과 정부도 착취한다. 우선 이자를 청구해서, 그리고 독점 지대와 천연자원 지대를 통해 간접적으로, 또 부동산 임대료와 사영화한 기간시설의 사용료를 올려서, 뒤이어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부동산과 기타 재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빚진 정부들의 재산을 (종종 외국의) 채권 보유자들에게 이전하여 착취한다. 마르크스와 그와 동시대를 살아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산업자본주의가 평화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사회주의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자본주의의 목적은 바로 이를 피하는 것이다. 금융자본주의는 주된 착취의 원천이 지대 추구임을 알아냈다. 토지와 천연자원에서 지대를 뽑아냈을 뿐 아니라 차츰 공적 기간시설의 투자를 사영화하고 새로운 독점을 창출하여 지대를 추출했다. 그로써 경제에 높은 비용을 떠넘겼다. 이 때문에 산업가들은 지대와 부채에 덜 얽매인 경제의 경쟁자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중국 같은 혼합경제는 민주주의적 공공 부문이 강하지 못한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CHAPTER 02. 지대 추구와 지대 수취자의 세금 회피를 조장하는 금융자본주의, 75쪽」중에서
미국의 정책은 라틴아메리카와 여타 대륙의 토지와 천연자원, 기간시설의 소유권을 빼앗는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토지 개혁을 방해했고, 기본적인 기간시설을 사영화하는 대신 계속 공적 영역에 남겨두려는 현지의 시도는 물론 농업의 자급자족에도 반대했다. 미국에게 힘이란 타국의 정치에 관여하여 금융과 무역, 군사 부문에서 자신들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을 특권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일종의 세계화, 다시 말해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나라든 그 공업과 농업의 자급자족과 성장을 방해하여 굴복시키려는 세계화다.
---「CHAPTER 03. 금융자본의 민주주의적 제국주의, 103쪽」중에서
부는 중독성이 있으며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르고 타자에게 손해를 끼친다. 금융자본주의는 강박적으로 마지막 한 푼까지 수익을 추구하기에 한계를 모른다. 천연자원과 기간 시설 독점사업을 사영화로 탈취한 자들은 자신들의 지대 추구가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지대는 노동자의 소득을 빨아들이며 산업의 이윤도 빨아들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로마가 속주의 자산을 약탈하고 그 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경제의 암흑기만 남겼을 때처럼 파괴적이다. 오늘날 그리스부터 라트비아까지, 미국의 러스트 벨트부터 텍사스까지 부채를 떠안은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림과 질병, 금융상의 걱정거리 때문에 조기에 사망하는데, 이들은 그것이 전부 자기 책임이라는 말을 듣는다. 워싱턴 합의가 뒷받침한 금융화한 사영화 경제의 희생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CHAPTER 03. 금융자본의 민주주의적 제국주의, 106쪽」중에서
서구의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주류 경제 이론은 중국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미국의 산업 실패도 설명할 수 없다. 서구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맹점을 피하려면 폭넓은 시각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지대, 은행의 신용과 화폐 창출, 보건, 교육, 기타 기본적 서비스의 사영화를 경제가 부유해지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영화의 결과는 공기업을 구매할 대출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공기업이 사영화하자마자 소비자는 독점 지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 서비스를 받으려면 부채를 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등하는 주택 가격과 학자금 융자 때문에 사람들은 소득의 큰 몫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하고, 자동차 할부금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추가로 소득을 빼내간다. 이렇게 개인의 소득에서 채권자들과 그들과 연합한 금융 부문에 지불되는 액수는 점점 더 커진다.
---「CHAPTER 04. 경제적 지대, 가치 없는 가격, 114쪽」중에서
금융 붕괴가 불가피한데도, 금융자본에 돌아가는 수익은 산업의 이윤율보다 높다. 재산을 모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산업과 부동산, 임금생활자, 정부에 부채를 떠안겨 이자와 기타 금융 비용, 상여금으로 경제적 잉여를 빨아들이고 산업 회사의 경영을 ‘금융화’하여 그 주식과 채권의 가격을 부풀리는 것이다. 유권자는 빚을 져서 ‘자본’ 소득을 추구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임을, 신용으로 부동산과 기타 자산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쉽게 ‘자본’ 소득을 얻는 길임을 믿으라고 부추겨진다. 자산 가격이 이자율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조만간 금융 순환의 폰지 사기 국면에 접어든다는 데 있다.
---「CHAPTER 05. 지대의 금융화와 부채 디플레이션, 157~158쪽」중에서
18세기 영국 중상주의 정책과 19세기 말 고전파 정치경제학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본질은 교육과 식품, 생활수준에 대한 공적 투자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독점 착취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국가자본주의라고, 나아가 산업사회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학생들은 이에 관해 배우지 않는다. 주류 무역 이론은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중국이 지난 40년간 어떻게 많은 서구 산업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교재에 제시된 모델들은 공공 투자와 공공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생산성과 생활수준의 향상이 목적일지라도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에 실수라고 가르친다.
---「CHAPTER 06. 보호무역,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179쪽」중에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전 세계적 균열은 금융화한 미국과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 원리 간의 싸움이 되고 있다. 역사상 성공한 사회는 전부 혼합경제였다. 법치라면 모름지기 법을 집행할 권한을 지닌 정부를 필요로 한다. 어떤 사회든 생존하고 번영하려면 사적 이익 추구를 장기적인 공적 목적에 종속시켜야 한다. 미국의 외교는 그러한 원리에 맞서 싸우고 있다. 금융화한 탈산업경제가 붕괴를 모면하기 위해 해외 지대 추출과 달러 외교에 점점 더 크게 의존하면서 그 싸움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구의 모습은 탄광과 구리 광산이 분화구처럼 변하고 지표면의 식생과 표토가 소실되면서 거의 달의 경관처럼 바뀔 운명에 처했다. 이제 법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선거로 구성한 정부가 아니라 군벌 같은 기업들이다. 정부는 그것에 부속된 행정기구가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회주의와 야만 사이의 투쟁이다.
---「CHAPTER 07. 식량과 석유, 광업, 천연자원의 지대, 244쪽」중에서
모든 소득을 다 생산적으로 벌어들인 것이라는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의 국민소득생산계정을 만들어낸 지대 수취자에게 우호적인 경제학의 창설 신화다. 불로소득으로서의 경제적 지대 개념을 무시한다면 착취를 측정할 방법이 사라진다. 따라서 고전경제학이 옹호한 개혁의 필요성도 사라진다. 금융 부문과 지대 수취자가 생산에 관여한다는 주장은 기본적인 생산 기술과 융합된다. 클라크와 그를 뒤이은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에게, ‘시장’은 이미 존재하는 현재 상태다. 부와 재산권의 분포는 아무리 불공정해도 경제적 본질의 일부로 당연시된다. 수입을 가져오는 자산은 그것이 비록 지대 수취자의 특권일지라도 자본으로 여겨진다.
---「CHAPTER 08. 들은 어떻게 정치를 사회주의로부터 멀어지게 했나, 272쪽」중에서
미국은 타국에게 자신들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예외적 국가’로서 타국의 정책을 좌우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선거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자라도 미국의 신냉전 목적에 보탬이 되지 않는 정치적, 경제적 정책을 옹호하는 지도자는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무역협정에서든 순이익을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예외적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주 당당하게 밝혔다). 이러한 단극적 세계 지배의 요구는 공정과 균형이라는 전통적인 규범을 거부하며, 더욱 다극적인 세계 경제를 원하는 반발을 자극했다.
---「CHAPTER 10. 달러 헤게모니, ‘종이 금’을 만드는 특권, 327~328쪽」중에서
국민경제는 일견 영원할 듯한 이러한 경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키 큰 양귀비를 전부 잘라내 모두 동등하게 하라고 조언하는 자는 거의 없다. 누구나 생산적인 경제적 역할로써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 지대 추구를 통한 타인의 착취를 피하고 공동체 전체를 부유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혁신가들이 필수적인 생산비, 즉 노동자와 기계, 물자에 들어가는 비용(비용 가격)을 토대로 이윤을 내는 것이 고전경제학의 이상이다. 금융상의 대출이나 압류로써, 또는 지주제나 채권자와 독점의 권력으로써 기본적인 가치를 초과하는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CHAPTER 11 _ 화폐와 토지를 공공재 취급하는 나라를 겨냥한 전쟁, 361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