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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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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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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500g | 153*224*20mm
ISBN13 9788954605984
ISBN10 895460598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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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혜(cocomo@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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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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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태도과 방법론을 취한다면, 누구나 과학자!
최성혜 (cocomo@yes24.com)
과학은 우리와 얼마나 가까울까?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정부와 집회 참가자들이 극단적으로 대치중이다. 그 싸움의 한 가운데엔 항상 '과학'이 있었다. 정부는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자 "미국이 과학적으로 밀어붙여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인터넷 괴담으로 일축한 바 있다. 그 와중에,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국민이 쇠고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과학을 들먹이지만, 서로 다른 말과 주장이 팽배해 과연 누구의 말이 과학에 부합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이렇게 과학은 현실을 판가름하고 인식하는 데 꽤 중요한 도구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쇠고기 문제에서 과학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기성 과학에 올라타 권위에 호소하는 '태도로서의 과학'이다. 과학강국인 미국이 보증하는데 잘 모르는 과학약국의 국민들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또 하나는 그 모든 절차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풀어낼 해결사 또한 과학이라는 '방법론으로서의 과학'이다. 제대로 된 과학적 진단과 처방은 모든 문제에서 갈등을 풀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제는 우리가 과학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데 있다.

이 책은 과학 고전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하리하라의 고전 과학 카페』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한다. 사이비 과학과 진짜 과학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 우리시대에 출간된 명저들 중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친 책들을 골라 읽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두껍고 낯설어 보이는 과학책을 좀더 쉽게 맛보게 하기 위한 에피타이저라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다. 그에 충실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총 4단계에 걸쳐 소개하는데, 이와 같다.

먼저 <핵심 개념 프리뷰>에서는 그 고전의 핵심 개념이 출현하기 전까지 과학계의 지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지도 그리기'를 통해 보여준다. 독자들이 고전에 뛰어들기 전에 과학사적인 배경지식을 갖추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하리하라의 고전탐험>은 해당 고전에 대한 저자의 본격적인 리뷰다. 일반적인 서평의 형식을 벗어나서 저자는 그 책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논쟁이 될 만한 요소들을 뽑아내 자세하게 끝까지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좀더 풍부하게 설명되는 고전의 문맥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깨닫고, 여기서는 핵심이라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세번째 단계 <콘텍스트를 확장하라>는 해당 고전이나 사상가의 주장에 대한 과학계의 반응, 다른 시각, 고전이 출간됨으로써 벌어진 과학계의 논쟁 등을 흥미롭게 요약해주고 있다. 이 코너는 모든 과학적 주장은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과학적 주장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동시대의 다른 이론과의 비교를 통해 왜 그 고전의 주장이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하나의 보편적 관념이 될 수 있었던가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네번째 단계 <생각해볼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고전의 핵심 개념과 어떻게 관계되는지, 독자들이 직접 연관성을 추론해보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각 장의 끝부분에 해당 고전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1~2권씩 간략하게 소개해줌으로써 하리하라식 '고전 탐험'을 마무리짓고 있다.

정확한 용어와 명백한 논지로 현대과학의 쟁점과 역사 짚어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이비 과학'에 휘둘려 왔을까? 마틴 가드너는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서 사이비과학의 특징 중 하나로 "보편적·통계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미국 소의 안전성 검사는 전체 수입 물량중 일부만 골라 검사하는 샘플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전수 검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당연히 일본식에 비해 미국식은 샘플 수가 너무 적어 보편적·통계적 검사라 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일부 샘플 검사로 전체 쇠고기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부분이 안전하므로, 전체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의 검사방식이 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과학은 국가마다, 민족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항상 하나의 얼굴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에 대해 해리 콜린스와 트레버 핀치는 『골렘』에서 과학은 인간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기 마련이며, 그 점을 인정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우주가 에테르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기존 과학계의 정설은 아인슈타인이 등장해 빛의 파동설을 주장하자 한갓 농담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과학적 지식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점차 진보해간다. 이 과정이 점진적이기보다는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루어진다고 지적한 최초의 사람이 토마스 쿤(『과학혁명의 구조』)이다. 이렇게 『하리하라의 고전 과학 카페』는 과학의 명저를 찾아 다니며 과학의 발전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명저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까지 유기적으로 설명
이 책의 목표는 20세기 이후 생물학과 물리학의 혁명적 발전 및 복잡계 과학과 사이보그 이론 등 응용과학의 눈부신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변화의 중심에서 핵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지식의 진원지를 탐독하여 올바른 과학관을 기르자는 것이다. 앞의 책들 외에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스티븐 핀커의 『빈 서판』,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린 마굴리스의 『섹스란 무엇인가』 등 흥미로운 저서들을 두루 망라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 분야의 과학고전이 그 시대의 수많은 과학적 주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명쾌하게 다루었다.

하리하라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어리숙한 과학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혁명과 내부분열을 겪었고,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어떤 변명과 자기위안으로 일관했는지 엿볼 수 있다. 위기에 놓인 과학을 구한 위대한 발상과 과학자들의 업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반드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1) 감탄하지 않고, 2) 늘어놓지 않고, 3)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적 인식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과학적 방법과 과학적 태도가 현대 과학의 대표 저작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과학적 접근이 아닐까?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과학적 인식을 높여주는 책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 / 바다출판사)
유려한 문장과 비유로 리처드 도킨스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불가사의한 존재와 미신에 빠져드는 이유를 특유의 논리적 전개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파헤치며, 우리가 초능력이나 신의 계시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의 문제에 지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 은행나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분자생물학의 주제를 가볍고 경쾌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분자생물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승자 싸움을 훑고,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에이버리처럼 과학사의 그늘에 묻힌 '숨은 영웅'을 소개한다. 은폐와 조작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분자생물학의 세계를 생생하게 포착했다.

살인단백질 이야기 (D. T. 맥스 / 김영사)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단백질의 역사를 추적한 책.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감염성 단백질, 즉 변형 프리온이 된다. DNA 전문가조차 이 프리온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고, 광우병도 이로부터 발생한다. 미국의 손꼽히는 저널리스트 맥스는 살인단백질의 진행방향과 기원을 추적, 이 참혹한 불치병의 전모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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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챕터의 주요 내용 요약

“과학은 움직이는 것이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우리는 흔히 어떤 법칙이 ‘과학적’이라고 불린다면 그 법칙에는 예외나 모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이란 절대적이고 확실한 ‘사실’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1962년에 발간된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의 객관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어놓았을 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철학에도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가장 객관적이라고 여겨왔던 과학 분야조차 주기적으로 개념적인 혁명을 겪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나타난다고 여겼던 쿤의 사상을 통해 과학이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사이비 과학과 과학적 사기를 밝혀내다
마틴 가드너의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이탈리아의 성 시스티나 성당 내벽에는 미켈란젤로의 대작 「천지창조」 벽화가 아직 남아 있다. 성당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이 웅장한 그림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신이 최초의 인간인 아담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아담과 손가락을 마주대고 있는 신의 모습은 ‘생명력의 전달’이라는 의미로써 다양한 분야에 차용될 정도로 유명하다. 여기서 퀴즈 하나. 그런데 아담에게는 과연 배꼽이 있었을까?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질문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는 매우 큰 고민거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배꼽이라고 부르는 푹 패인 홈은 탯줄이 붙어 있던 자리로, 그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빚어내서 만들어진 아담은 배꼽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아담에게 배꼽이 없다면 아담은 ‘완전무결한’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담에게 배꼽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농담거리가 아니라, 신의 인간 창조에 대해 정면으로 따지고 드는 질문인 것이다.

과학의 뒷골목, 불완전한 과학
해리 콜린스 외의 『골렘』

사람들은 과학을 흑백논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즉, 시민들에게 비치는 과학은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과학은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수 있는 좋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과학은 환경을 파괴하고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을 어느 쪽으로 받아들이든 간에 이들은 과학이 사회적 이해관계와는 상관없는 것이며, 본질적으로는 ‘완벽’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사회에서 분리할 수 있는 것도, 완벽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과학의 속성을 ‘골렘’에 빗대어 설명하며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들은 화학적 기억, 상대성 이론의 증명, 상온 핵융합 등 널리 잘 알려진 과학적인 주제들을 예로 들어 이들 이론이 정립되는(혹은 부정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과학이 어떻게 사회 및 정치적인 이해들과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밝혀낸다. 그들의 시각을 통해 과학을 받아들이는 좀더 현명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인류 역사를 뒤바꾼 과학적 원동력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1972년, 생태학자로 조류 연구를 위해 뉴기니에 도착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 얄리에게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받았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토록 많은 화물을 만들어냈는데, 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25년여 후 저자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던 『총, 균. 쇠』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여졌다. 얄리의 질문은 당시 호주의 식민지였던 파푸아뉴기니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고민이 담긴 것이었지만, 이것을 확장하면 세계 전체의 불평등 기원까지도 따지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 짧은 질문에 답하고자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다.
얄리의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하고도 잔인한 대답은 인종적 본성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사회들이 나타내는 차이를 우생학으로 귀결시켜 설명하는 방법은 제국주의가 팽배했던 지난 세기 열강의 식민지 점령을 정당화시키는 방편으로 쓰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설명에 단호히 반대하며 각 대륙에서 역사의 발전 속도가 고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 균, 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문명의 발전과 역사적 진보를 가능케 하는 세 가지 요소로 총(군사력), 균(질병)의 유행으로 인한 인구의 변동, 쇠(금속 문명)를 든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이 유라시아 대륙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은 이 셋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열역학 법칙으로 바라본 인류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십대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 중 하나는 ‘제발 치우고 살아라’일 것이다. 이 또래 아이들이 몸단장에는 많은 시간을 들이는 반면, 청소에는 신경 쓰지 않아서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허물처럼 버려진 옷가지들과 잡동사니가 뒹굴기 일쑤다. 청소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돈된 방을 어지럽히는 것은 별다른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처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무질서하게 어지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적이 있다면, 당신은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을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제레미 리프킨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책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물리학적 실체를 가진 물질세계이기 때문에, 열역학적 법칙인 ‘엔트로피 이론’이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간이 물질적 존재의 틀을 확립하는 데 있어 이 법칙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적 영역, 즉 문화와 역사가 번영할 것인가의 여부를 판가름 짓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리프킨은 모든 정신적 탐구가 시작되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려면 엔트로피 법칙을 보다 철저히 이해한 위에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리프킨이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인 것이다.

환경오염이 침묵시킨 세상에 대한 경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풍성한 가을걷이를 약속하는 황금빛 들녘 너머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이 있었다. 맑은 강물에는 송어가 힘차게 뛰어올랐고,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토끼와 노루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닭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지더니, 양과 소들에게도 병이 번졌다. 병은 동물에서 그치지 않고 점차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하나둘씩 병석에 눕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에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도 동물들도 사라졌고 심지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죽은 듯 고요한 ‘침묵의 봄’이 온 것이다.
모든 생물이 죽어나가자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서 생물체들을 몰아낸 것은 사악한 마술도,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 스스로가 저지른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당신이 하고 있을지 모를 그 행동이 세상을 침묵시킨 것이다. 무엇이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생명의 지저귐을 앗아갔을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위협적인 진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올해 2월에 열린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독특한 인물이 만든 다큐멘터리 한 편이 유명세를 탔다. 미국에서 개봉 당시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2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린 이 작품은 내용 자체도 도발적이었지만, 이것을 제작한 이의 이력이 독특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전문 영화감독이 아니라, 환경론자이자 대중들에게는 정치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다. 결국 아카데미 위원회는 이 다큐멘터리에게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가상을 수여함으로써 그것이 훌륭한 영상물임에 틀림없다는 보증까지 안겨주었다. 전前 미국 부통령 출신인 앨 고어가 만든 『불편한 진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어의 환경 문제에 대한 열정은 아카데미뿐 아니라 노벨 위원회까지 영향을 미쳐 2007년 노벨평화상의 영광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인간은 ‘백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스티븐 핀커의 『빈 서판』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공작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 찰흙은 모두 같은 모양이었지만, 한 시간쯤 지나고 나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아이들은 찰흙을 대충 뭉치고 주무를 뿐이지만, 손재주가 좋은 친구들은 찰흙만으로 제법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재료는 같지만 어떤 힘을 가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 것은 그밖에도 많이 있다.
『빈 서판』의 저자 스티븐 핀커는 우리가 기존에 인간에 대해 지녔던 시각이 바로 이 찰흙놀이와 같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은 순수하고 티 없는 존재로 태어나지만, 어떤 교육과 가르침을 받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성장한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심지어는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J. B. 왓슨은 “나에게 건강한 12명의 아기를 주고, 이들에 대한 교육을 전적으로 맡겨달라. 그러면 이중 어떤 아이라도 그의 재능이나 능력, 인종에 상관없이 의사, 법률가, 예술가, 상인, 심지어는 도둑으로도 키울 수 있다”고까지 말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빈 서판’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핀커는 『빈 서판』을 통해 제목과는 달리 이러한 극단적인 ‘빈 서판’ 이론은 잘못된 것이며, 인간의 본성이란 결코 백지 상태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빈 서판』을 통해 인간 본성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을 살펴보며,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인간이라는 잘못된 척도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킨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미국에서 ‘단종법’은 1924년에서 1972년까지 48년간 시행되었고, 버지니아 주에서만 7500여 명 이상이 강제로 불임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정신박약이나 범죄 성향도 유전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에 일부 권력자들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 이들의 출산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잔인한 법률이 시행된 때는 오히려 생물학과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던 20세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인간은 신이 창조한 존재가 아니라 진화를 통해 형성된 존재라는 사실을 주장하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닌 그저 한 종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린 바 있다. 이로 인해 인간만이 지닌 특권의식은 불식되었고, 인간은 평등한 존재라는 의식이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19~20세기를 거치며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이 한 종의 동물임을 지나치게 인정했으며, 여기에 생물학 이론들을 끌어들여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차별들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다윈은 『비글호 항해기』에서 노예 제도를 비판하면서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에 대한 오해』를 쓴 굴드 역시 이 점에 주목한다. 인간들은 자연법칙에 근거하여 사회 규범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규범에 맞춰 자연법칙을 왜곡해 적용시키곤 했다. 즉, 자연법칙을 ‘인간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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