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낡지 않고, 해가 잘 들었으면 좋겠어. 따뜻한 느낌이 드는 집 말야. 거기에 적당히 넓으면 좋겠고. 물론 예쁘면 더 좋겠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바라는 집의 모습은 아마도 저런 것들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 앞에 놓인 여러 사정상,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대와는 사뭇 다른 집에 살게 되고는 한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대출받은 2천만 원으로 마련한 전셋집에서 시작됐다. 지은 지 20년이 훌쩍 넘어, 몇 년 안에 허물 예정인 아파트의 5층 꼭대기 맨 끝에 있는 집이었다. 짝이 맞지 않는 창문, 누군가 싸우다 부순 것 같아 보이는 뚫어진 방문이 있는 낡은 집이었지만 화장실이 밖에 따로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다 결혼을 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가 가진 것에 비해 나름 좋은 집을 얻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별 불만이 없었다. 그 집은 하늘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아주 묘한 벽지가 발라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혼이었던 우리는 도배도 새로 하지 않고 그렇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이 하나 둘 결혼을 했고, 우리는 점점 집들이에 갈 일이 많아졌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느 집의 집들이를 다녀오던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말했다. “여보, 왜 우리는 집들이에 갔다 올 때마다 말이 없어지지?”
평소에는 조잘거리며 많은 대화를 나누던 우리였는데, 남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집들이를 다녀오는 길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 입을 꾹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집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던 우리였지만, 아마 다른 부부들의 예쁜 집을 보고 나서 마주한 우리 집의 현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보다. -----p11
‘아니, 이게 정말 같은 집이라고?’, ‘이걸 직접 했다고?’
Before & After 사진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보고 또 보다가 남편을 불러댔다.
“여보, 이것 좀 봐봐. 이 집이 원래 이랬대. 그런데 이 사람이 직접 이렇게 고쳤다는데, 진짜 신기하지!!”
그냥 좀 더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깨끗이 정리할 방법 정도를 기대했던 우리에게 인터넷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들 스스로 집을 손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고무시켰다. 우리는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걸까?
벽지의 종류, 회벽 바르기, 페인팅, 벽에 나무 패널 붙이기 등등, 설명이 부족하면 또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찾아보면 되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너무 신기한 정보들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들여다 보다 아침을 맞기도 했다.
직접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p18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낡은 집에도 장단점이 있다.
모든 것이 낡아서 지저분하고, 단열이 잘 안 되고, 교체하거나 손봐줘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긴 세월을 보내면서 나쁜 환경호르몬은 다 빠져나갔고, 작은 시도로도 확실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 낡은 집이다.
거기에 셀프 인테리어로 집을 손보려고 할 때는 혹여나 망친다 해도 이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별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낡은 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p33
DIY는 “Do it yourself”의 줄임말이다. 생소한 말 같지만 우리는 누구나 어려서부터 DIY를 경험한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만들었던 국기함이나, 수수깡으로 만들어 본 장난감,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까지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DIY이다.
알파벳 그대로 “디?아이?와이”라고 읽는 것이 맞는데 힘들어죽겠다 해서 다이질(?)이라고 장난삼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웃자는 이야기지 그렇게 DIY가 힘들어 죽을 만하지는 않다. 낡은 가구들을 칠하거나 재조립하며 리폼을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나 다른 재료들을 가지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해진 공간 안에 들어갈 마땅한 가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하고, 원하는 스타일이나 기능을 가진 가구를 만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DIY로 직접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우리 집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내가 원하는 크기와 디자인의 가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집과 필요에 딱 맞는 가구와 소품들이 생기면 새길수록 DIY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디서 이런 것을 배우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대부분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도 따로 배운 적 없이 온라인의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익혀왔다. 제대로 공방 같은 곳에 가서 기초부터 배운다면 아마 더 짜임새 있고 튼튼한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겠지만 아껴서 만들어 보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만만치 않다. 공방에서 처음부터 배워서 튼튼하게 잘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런 여건이 안 된다면 온라인에도 정보가 풍부하니 거기서 필요한 것들을 얻고 만들면서 스스로 익혀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혹시 좀 부족해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럴 때도 자체 A/S 시스템을 가동하면 된다.
------p205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