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열심히 사네?’ 인스타나 블로그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드는 계정을 발견하면 괜히 그들의 나이를 찾아본다. 나보다 언니일 때는 안심하고, 어리거나 동갑일 때는 그 페이지를 얼른 닫아버린다. 내 열등감을 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라도 할까 봐 잽싸게. … 나도 모르겠다. 왜 이런 허상의 열등감을 느끼는지.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나는 내가 아주 특별하고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갑자기 성공할 것 같았고, 주변인에게 “너 진짜 멋있다”라는 소리를 밥 먹듯 듣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유퀴즈’에 나오기도 하는… “걔 그렇게 성공했대”의 ‘걔’가 될 거라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물론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니까 괜한 열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받을 줄 알았던 스포트라이트가 죄다 그 사람한테 옮겨간 것 같달까?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중에서
나는 가끔 (아니 사실 자주)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 맞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삶을 더 이상 이어가려는 의지가 없다는 등의 무거운 감정은 아니고, 그저 ‘헬스는 나랑 안 맞아’ 정도의 담백한 느낌이다. ‘사는 건 내 적성에는 맞지 않아’ 정도랄까. … 며칠에 한 번씩 청소하면서 집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매일매일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골라야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드라이하고 옷장에 넣어놓고, 가끔씩 옷장 정리도 하고, 가까운 이들의 생일 선물을 고르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 인간답게 살려면 해야만 하는 것들, 너무나 당연해서‘ 일’이라고 취급도 안 되는 것들을 어떻게 다 하면서 사는 걸까.
---「사는 게 적성에 안 맞아요」중에서
텐션 높은 술자리에서 은근슬쩍 이루어지는 ‘이런 분위기 기 빨린다, 그쵸?’라는 마음이 담긴 내향인들의 눈빛 교환, 다수가 모인 상황보다 일대일 대화를 할 때 한꺼풀 벗고 표현을 더 잘하게 되는 그 수줍은 솔직함, 말을 뱉는 빈도는 적어도 뱉을 때마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는 것이 티가 나는 단어들. 그들은 자신이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어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그어둔 선이 훨씬 많다는 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드러냈다. 이런 매력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제가 이렇게 연기하고는 있지만 저도 님들과 같은 과에요! 저도 내향인이에요! 껴주세요!’
---「이런 분위기 기 빨린다, 그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