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박싱이란, 타임 블로킹time blocking(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시간 관리 방법-옮긴이), 스케줄링, 일간 계획, 싱글태스킹single-tasking(멀티태스킹의 반대말-옮긴이), 일정표 관리, 시간표 작성 등 비슷하게 보이는 시간 관리법들과 뭉뚱그려져서 인식되거나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타임박싱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이 일관성 없고, 서로 다른, 혹은 중복된 타임박싱의 정의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개개의 정의들도, 전체적으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타임박싱을 다음과 같은 방법이자 사고방식이라고 제안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기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하고, 일정표에 각각의 작업과 그것의 시작과 끝을 명시하여, 한 번에 하나에 집중해서 각각의 작업을 완벽하기보다는 허용 가능한 기준까지만 수행할 것.
이 같은 정의는 타임박싱 실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즉 의도성, 집중, 성취, 순서, 완료 그리고 타임박싱 자체의 생성 과정까지모두 아우른다. 또한 이 정의는 대단히 중요한 사항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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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한 일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잊어버린다. 어제나 지난주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아침에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 삶에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떠올릴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탓이다. 타임박싱이 이런 상황의 해법이 된다. 타임박싱은 당신이 기록하기로 선택한 만큼 당신이 한 일을 검색할 수 있는 일지다. 내 경우, 지난 10년 동안 깨어 있던 시간의 대부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특정 정보(이름, 전화번호, 내가 이렇게 했었나 저렇게 했었나 등)나 관련 타임박스를 보면 과거의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풍성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바로 참조할 수 있는 타임박스 형식의 일지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정보는 방어 모드에 있을 때 특히 요긴하다. 직장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언제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가정해보라. 모든 관련 항목이 포함된 타임박싱 일정표가 있다면 바로 확실한 대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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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할 일 목록은 일과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렇게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일을 만족스럽게 완수하기에는 할 일 목록만으로 충분치가 않다. 할 일 목록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타임박싱은 이런 점을 보완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그 일들이 반드시 완료되도록 한다.
--- p.126
많은 생산성 향상 도구들이 ‘어려운 일을 먼저 하라’고 주장한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라 bite the bullet’, ‘대가를 미리 지불하라 pay the price upfront’, ‘개구리를 삼켜라 eat the frog’, ‘무서운 시간 scary hour’, ‘난제에 과감히 맞서라 face the music’(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등의 문구가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인 ‘빠른 승리quick-win 접근법’도 있다. 우선 규모가 작은 작업을 완성함으로써 하루의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크거나 어렵거나 부담이 큰 작업들부터 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루가 점점 쉬워진다는 느낌이 좋고, 이런 식으로 걱정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증거는 나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접근법에 더 우호적이다.53 따라서 이런 일반적인 주장과 연구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려운 작업을 먼저 처리하는 것과 이후에 처리하는 것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결정하라.
--- p.171
제임스 클리어 James Clear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범위의 축소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사실 “스케줄이 아니라 범위를 바꾸라”는 그가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다. 그는 계획보다 시간이 부족할 때 3마일 달리기를 1마일로 줄인 것을 범위 축소의 예로 소개한다. 다른 예에는 인상적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일을 줄이거나, 집 전체가 아닌 방 하나만 청소하거나, 주제와 관련된 과학 논문을 읽을 때 골라두었던 5개의 논문 대신 중요한 한 편만을 읽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유용하고 분명한 휴리스틱 heuristics(복잡한 작업을 간단한 판단 작업으로 단순화시켜 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옮긴이)이다. 하지만 품질을 낮추거나(속도 향상)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상황도 있다(일정 변경). 클리어가 든 사례에 상상을 더 보태, 주말이고 마라톤 훈련을 시작했으며 그날 외부 약속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때는 달리기를 적게 하는 것보다 시간을 몇 분 더 늘리는 것(즉 시간을 연장하고 일정을 바꾸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부족에 대한 적절한 해법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여러 가지가 혼합된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위에 나열된 방법들을 조합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이 책의 이 부분을 편집하는 시간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당신도 짐작했겠지만 나는 이 다섯 개 장을 검토하기 위해 큰 타임박스를 배치하고 몇 개의 장에는 15분, 몇 개의 장에는 30분짜리 작은 타임박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지점부터 계획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 점을 알아차렸을 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일부 장을 다른 날로 미뤄서 범위를 줄이거나, 작업에 신경을 덜 쓰는 접근법을 취해 품질을 낮추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들 대신 나는 타임박스를 늘렸다. 다른 대안들보다 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느낀 경우였기 때문이다.
--- p.203~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