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 내는 일을 직업이라 할진대, 작가이자 번역가면서 출판 편집자이자 명리학 연구가인 지은이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참 하시는 일도 많군요.” 그러자 지은이는 몹시 겸연쩍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작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 보려고 지은이는 이 책을 썼다 광명시 귀퉁이에 틀어박혀 이름 지어 주고 남의 글 교열 봐 주며 하루하루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지은이에게 또 누군가가 물었다. "이름만 짓고 사주는 안 보세요?” 지은이가 대답하기를, 때로는 당의(糖衣)를 입히고 때로는 과장으로 부풀려야 하는 말[言]에 스스로 치여 사는 게 지겹대나 뭐래나……. 요사이는 어디 문화센터 같은 데서 분필 한번 잡아 보려는 야무진 꿈(?)을 마음 한켠에 사리다가, 그러려면 판서(板書)를 해야 할 텐데 워낙 악필이라 어쩌면 좋을꼬 싶어 한숨을 깨문다.
당사주가 미친 악영향 중 하나가 이 띠의 관계로 사람 사이를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말함인데,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달랑 연지 한글자만 가지고 인간관계를 살핀다는 건 한마디로 유치한 난센스지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토끼띠와 닭띠는 해로하기 힘들다." "호랑이띠와 말띠는 찰떡 궁합이다." 앞에서 배운 바와 같이 첫 번째는 명리학에서 말하는 묘유충(卯酉沖)을 끌어다 붙인 것이고, 두 번째는 간합(干合)을 말함이지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위에서 말한 '충'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부모님의 극렬한 반대로), 마흔이 넘도록 아직도 헤어진 여자를 그리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비극이지요.
· 부적(符籍) 제가 사무실을 열고 있었을 때, 가끔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기 철학관이죠? 부적 필요하면 사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네 "부적 말이에요. 인쇄한 건 2천 원씩이고, 직접 쓴 건 만 원짜리부터 있는데요……." 이렇게 부적을 사서 피상담자의 주머니 사정을 봐 가며, 만 원짜리 부적을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뜯어내는 작태라니……. 물론 그래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피상담자 본인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부적 자체의 효험은 아닐 것입니다. 바로 ‘플라시보 효과’지요.
· 아홉수 "아홉수라 그런지 요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살아가면서 흔히 듣게 되는 말입니다. 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신에 불과한 개념인데, 어쩌면 그리도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렸는지요 앞에서 공부했듯이, 매 십 년마다 운이 바뀌는 대운수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1대운에서 순(10)대운까지 열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개중에 9대운인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꼴이지요. 십 년마다 운이 바뀌고 삼십 년마다 절기가 바뀜으로써 새로운 기운을 접한 탓에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숫자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굳이 '아홉수'의 개념을 빌린다면 '하나수 · 둘수 · 셋수……', 이렇게 열 가지 '수'가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