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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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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곽경훈 | 싱긋 | 2023년 12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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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130*200*30mm
ISBN13 979119296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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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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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검은 배는 색목인의 흑선이 틀림없었다. 따지고 보면 정상적인 상태의 흑선은 와에서 온 해적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이었다. 색목인이 흑선에 설치한 대포는 쥬의 어떤 대포보다 정확하고 강력했다. 또한 쥬 의 무기로는 색목인의 튼튼한 갑옷을 뚫지 못했다.
--- p.11

사내는 보통 남자보다 머리 하나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고 특히 쌀 한 섬을 가볍게 지탱할 만큼 허벅지가 튼실했다. 찢어진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얇았으며 피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또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었는데, 무관의 차림과 비슷했으나 관리는 아닌 듯했다.
--- p.15

곽곽 선생은 평범한 암행관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한 다른 암행관과 달리 곽곽 선생은 절도사 같은 부류를 영원히 삼켜버리는 태풍 같은 존재였다. 다른 암행관처럼 뇌물로 매수할 수도 없었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기도 어려웠다. 백색당의 수뇌 가운데 끈이 닿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검은 두건과 검은 옷을 착용한 거구의 사내가 나타나면 지방관 대부분은 체념했다. 쥬의 지방관 가운데 부패하지 않은 자는 거센 비바람에 꺾이지 않는 갈대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
--- p.31

하지만 최근 갑작스레 상황이 변했다. 그 변화는 육지에서 온 암행관이 절도사와 몇몇 관리를 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전에도 암행관이 흑도에 몇 번 왔으나 하급 관리를 처벌한 사례는 있어도 절도사와 그 심복을 참수한 경우는 없었다.
--- p.49

흑도의 중심지는 절도부가 자리한 북쪽 항구였다. 육지를 오가는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항구였고 절도부를 비롯한 관청뿐 아니라 관리의 거주지, 홍등가, 시장도 북쪽 항구에 위치했다. 가운데 시장은 육지에서 온 관리와 흑도 백성, 모두의 삶에 매우 중요했다. 세금과 진상품이라는 가혹한 착취에도 겨우 보존한 물품을 팔고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꼭 필요한 것을 사는 장소였으며 삶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었다.
--- p.65

죽전은 과거 흑색당 과두정의 본거지였다. 따지고 보면 흑색당의 고향에 해당하여 국왕과 백색당은 절도사뿐 아니라 말단 관리와 병사까지 많은 인원을 외부에서 파견했다. 죽전 출신으로 병마관을 맡은 곽무현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였다.
--- p.176

거무튀튀한 쇠몽둥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의 피가 엉겨 붙어 검붉게 변했다. 물론 피만 엉겨 붙은 것이 아니었다. 작은 뼛조각과 두부처럼 부드러운 뇌 조직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그런 쇠몽둥이를 보기만 해도 허리룰 숙이고 반쯤 소화한 음식물을 토했을 것이다.
--- p.184

실상은 국왕을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밀정이었으며 악랄한 사냥개에 불과했다. 애초에 곽곽 선생에게는 선택권도 없었다. 사냥개로 태어나 사냥개로 살다가 사냥개로 죽을 운명이었다. 암행총관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고 암행총관의 임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위선자로 가득한 백색당을 처단하는 것이 곽곽 선생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 p.196

쥬의 기술자도 화승총과 대포를 만들었지만 색목인의 대포와 화승총이 훨씬 성능이 우수하여 왕세자와 은산군은 그들을 이용하여 세력을 넓힐 계획이었다. 북방전쟁에서 카락에게 당한 수모, 열교를 제대로 섬기지 않는 천한 야만인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준다는 명분으로 왕세자는 자신이 통제하는 새로운 군대를 만들려 했다. 그 군대를 바탕으로 국왕을 따르는 백색당 구파를 무너뜨리고 백색당 신파와 함께 실권을 장악하는 것이 왕세자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 p.223

곽곽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 흑도를 떠난 적이 없었던 조근에게는 그 모든 것이 매우 신기했다. 물론 그들 앞에는 녹록지 않은 일이 펼쳐질 것이 틀림없었으나 그때만 해도 조근은 얼마나 엄청난 사건이 기다릴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p.231

쥬의 해안에서 사람을 납치하여 노예로 부리는 것을 은산군이 문제삼았다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쥬의 백성을 납치하여 노예로 부리는 것은 쥬와 와 모두에서 금지하는 범죄였다. 하지만 흑도와 남부 해안은 와의 노예 상인이 좋아하는 공급처였다. 해적뿐 아니라 쥬의 관리들이 가난한 하층민을 팔아넘길 때도 많았다. 암도는 그런 노예무역의 전초기지였다.
--- p.263

구산에서 노예를 사와 모도에 공급하는 시장, 즉 히다의 거래소는 여간해서는 찾기 힘든 외진 곳에 있었다. 곽곽 선생은 거기서도 피바람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면 흑도에서 처음 만나 평해, 죽전, 한벌, 암도를 거치는 내내 곽곽 선생은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불렀다. 암행총관 임무에 꼭 필요한 경우도 있었으나 필요 이상으로 살육을 즐겼다.
--- p.284

조근은 진절머리가 났다. 정말 지긋지긋했다. 인간의 뼈가 으스러지며 근육이 잘리는 소리, 코를 자극하는 피비린내, 날카로운 신음과 거칠게 몰아쉬다가 점차 잦아드는 숨소리 모두 지겹고 끔찍했다. 물론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이었고 후야는 밀정이었다. 그들의 일에는 폭력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지나쳤다. 굳이 피를 보지 않아도 될 일에도 검을 휘둘렀다.
--- p.344

백색당은 거창한 가치와 고결한 도덕을 내세우나 죄다 가식과 위선이었다. 가치와 도덕은 그럴듯한 명분일 뿐이었다. 백색당에게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대대손손 이어가는 것만 중요했다. 물론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이니 그런 백색당의 세상을 지키는 사냥개에 불과했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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