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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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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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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152*225*30mm
ISBN13 9791170434832
ISBN10 117043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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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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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승리한 민주주의 시민 혁명’의 사례이기도 하다. 1960년 4월 19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학생부터 교수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성난 시위대는 이승만이 머무르고 있던 경무대를 포위한 뒤 이기붕의 처소가 있던 서대문으로 기수를 돌렸다. 경무대보다 더 위세가 높다던 서대문 이기붕 자택은 시위대에게 점령됐다. 이기붕의 집안에는 온갖 귀중한 물건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냉장고에 있던 참외와 수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름에나 먹어볼 수 있는 과일이 이른 봄, 집안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p.21

그해 12월 사람들 사이에선 대마초를 피운 연예인 이야기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린 청년들이 재판도 제대로 받지 않고 하루 만에 사형 집행을 당한 ‘민청학련 사건’은 금방 잊혔다. 오일 쇼크 때문에 물가가 앙등해 서민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지만, 김추자가 대마초를 펴 그렇게 기이한 춤을 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만 꽃을 피웠다. 마침 그해 박정희 정권이 발표한 ‘긴급조치 9호’는 강력한 문화 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는데, 정권의 음험한 문화적 지배 야욕을 대마초 피운 연예인들 벌주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p.54

우리 사회는 천재의 발굴과 몰락을 지켜보길 좋아하는 관음증을 가진 환자와도 같았다. 허장성세로 드러난 천재 소동이 허무하게 막을 내리면, 어느새 곧 또 다른 신동이 나타났다며 세상 앞에 어린아이를 발가벗겨 내다 놓았다. 자식을 영재로 키우고자 하는 가정과 천재의 등장을 바라는 사회의 욕망에 편승해 사교육 시장의 ‘영재 교육’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가도 정체불명의 ‘인재 육성’ 간판을 내걸고 조기에 천재를 발굴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 p.146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식 밖의 일이라 어떤 사건 사고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다리가 무너지는 현장 주위에 있던 시민이 119에 신고 전화를 했을 때, 장난 전화 취급을 받았던 건 유명한 일화다. “한강 다리가 무너졌다니까요”라는 말에 신고 전화를 받던 사람이 어이없어 하며 “장난전화 하지 말라”는 답을 한 기록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더구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불과 1년 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292명 사망)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발생한 참사였기에 국민은 더욱 참혹한 기분에 휩싸였다.
--- p.200

경찰이 발견한 오대양 집단자살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빨래가 쌓여 있는 것처럼 천장 기둥에 속옷 차림의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잔혹한 범죄를 의심했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하자 타살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시신들에서 저항의 흔적이나 삶의 의지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폭염과 기갈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먼저 죽은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액사(縊死)로 밝혀졌지만, 어느 시신에서도 목이 졸릴 때 반항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인 동시에 공동으로 집행된 죽음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p.251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은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구조적인 측면으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조직 내에서 부적응자로 취급되는 사람들은 쉽게 외톨이가 되어 상실감을 느낀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집단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이내 소외되고 막다른 길로 내몰린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주변의 도움이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감정의 침체가 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감정의 변폭이 커진 개인이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감행하는 이유다. 응어리진 마음을 해소할 길 없는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학대해 스스로 삶을 정지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고, 자신을 무시하거나 괴롭힌 사람들을 향한 복수와 응징을 결행하기도 한다.
--- p.293

1950년대까지도 정조를 빼앗긴 처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순결하지 못하다는 뜬소문에 여학생이 수치심을 느끼고 자살하거나, 애인에게 정조를 잃고 버림받은 딸에게 자살을 권해 죽음에 이르게 한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192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신문 독자들은 젊은 여성들의 자살 소식을 탐욕스럽게 소비했다. 정조를 잃은 여성들은 쥐약을 먹고 죽고, 우물에 빠져 죽고, 기차에 뛰어들어 죽고, 나무에 목을 매 죽었다.
--- p.329

이 두 사건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존재한 근친 성폭행이나 아동 성폭행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가족 간 성폭행이나 아동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와 평생을 괴롭히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범죄였지만, 우리 사회는 이 문제들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할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그간 피해자의 행실만 탓하거나 알면서도 모른 채 쉬쉬한 일들이 김부남, 김보은 사건 이후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의제로 전환된 것이다.
--- p.37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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