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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만 버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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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만 버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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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66g | 138*190*30mm
ISBN13 9791162850060
ISBN10 11628500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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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님이 떠난 자리에 깨끗이 비워진 그릇은 하나도 없었다. 상을 치우지도 못한 채, 친구들이 건네주고 간 돈 봉투만 만지작거렸다. 엄청난 좌절감과 부끄러움에 정신이 번쩍 났다. 음식깨나 한다는 사람이 밥집을 열면 그런대로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문을 열자마자 무너지고 말았다. ---「개업부터 하고 보자」중에서

어쩌면 지금도 엄마는 손님에게 음식을 판다는 생각 따위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은 아들 같고 딸 같은 청년들만 있을 뿐. 그래, 세상이 어찌 갑을병정만으로 돌아가겠는가. 어떤 날은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사장에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은 날, 엄마 같은 사람이 밥을 해주는 식당에서 점심 한 끼 든든히 먹고 기분 좋게 오후 근무를 마치고 싶다. ---「엄마의 사회생활」중에서

일은 각기 다르지만, 술을 마시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받기로 한 돈을 못 받는다거나,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긴다거나, 돈이 잘 벌리지 않을 때. 속물 같지만 자영업자에게 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수단이다. 들고 나는 돈에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다 보면, 거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밖에 없다. ---「친구가 필요해」중에서

밥도 조금씩만 먹는 할머니가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는지, 손님에게 전화가 오면 아직도 뛰어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부터 엄마는 밥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다. 누가, 어딘가에서 불쑥 찾아오면, 앉을 자리를 안내해주지도 않은 채 밥부터 먹으라며 부엌으로 사라지곤 했다. ---「밤길을 달리는 할머니」중에서

“어쨌거나 빚이 줄고 있잖아. 조금만 더 고생해.”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엄마에게, 가족에게 한다. 괜찮다. 괜찮다. 이번 달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장사를 그만둘까,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렇게 돈 걱정하느니, 엄마랑 싸우느니, 다시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하며 집으로 생활비를 보내는 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육십 넘은 엄마가 한번 해보겠다고 대차게 결심한 건데,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끝은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업부터 하고 보자」중에서

“왜 벌어도 벌어도 돈이 없을까? 월말이면 번 돈보다 낼 돈이 더 많은 것 같아.” “다음 달부터는 남을 거야. 맨날 마이너스인 것 같아도 빚이 줄어드는 거니까. 그게 모으는 거지, 뭐.” “월말만 되면 기운이 빠져. 쉬지도 않고 일하는데, 무슨 팔자가 이래?”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 내가 쉬어야겠다 하면 쉬는 거지. 이것 때문에 저것 때문에 이유 대다 보면, 평생 못 쉬어. 팔자 탓이 아니야 ---「비야, 내려라, 비야」중에서

대학 때 선배가 그랬다. 뱃속 내장까지 뚫어볼 것 같은 눈으로 자기를 쳐다 보면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할 수가 없다고. 별생각 없이 손님 쪽을 멍하니 바라보다 선배 말이 생각나 카운터 위에 있는 시집을 얼른 펼쳤다. 손님이 언제 부를지 모르니 하나의 시를 읽고 또 읽는다. 천천히, 아주 처언처언히. ---「시 읽기 좋은 날」중에서

평소에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님이 오면 엄마는 몇 배나 더 친절하게 응대한다. 혼자 온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노여움을 더 잘 타신다고, 나이 드신 분들께 식사 대접했는데 서운해하시면 엄청 속상하다면서 말이다. ---「고기는 뜯어야 맛이지」중에서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그저 월급만큼만 벌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동네에서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고, 벌 수 있는 만큼만 벌면 된다.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장사가 잘될 리가 없지. 그래도 엄마의 손맛 덕에 단골이 꾸준히 늘어 처음의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이걸 가지고 노하우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도 이번 달만 버티자는 게 최대의 목표이니 말이다.
---「장사 노하우를 묻는 이들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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