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높이 평가하는 작가들은 전통적인 주제에서 출발하지만, 자신이 창조한 회화적 언어로 영감을 담아내는 사람들이야. 작품이 지닌 고유한 스토리가 미술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문맥 안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다음 그렇게 창조된 스토리가 어떻게 또다른 문맥으로 확장되는지 따라가보는 거야. 작가가 스토리를 적용하고 해석을 내리는 과정을 탐정처럼 끝까지 추적하는 거지. 같은 초상이라도 여기 있는 콘도의 작품과 저기 있는 파티의 작품은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거든.
--- p.19, 「린다 로젠」중에서
나에게 예술이란 종교 혹은 심리 상담과도 같아요. 좋은 예술 경험은 항상 인생의 균형감을 유지하게 해주고 인생의 의미를 회복시켜주거든요. 미술작품을 보는 것은 언제나 순수한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 p.64, 「게일 엘스턴」중에서
완전히 무명이었던 이세현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스위스의 저명한 컬렉터 울리 지그가 직접 작업실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작품에 대해 컬렉터와 소통하고 세계 미술의 현주소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해요. 한국 컬렉터들과는 그런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아쉬워하더라고요. 저도 작가의 말에 공감합니다. 컬렉터는 작가에게 자신이 작가를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베를린 전시가 끝나고 저희 집에서 또 한잔하기로 했어요. 전시회를 마칠 때마다 작가는 쑥 성장해 있고 또 새로운 시도를 결심하더라고요. 인간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너무 멋진 이세현 작가가 이번에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벌써 기대됩니다.”
--- p.92, 「Dr. J」중에서
예술작품을 모으기 위해 꼭 부자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 수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어요. (……) 토드와 저는 둘 다 작가이기 때문에 허버트 부부처럼 수집에만 열중하기보다는 우리 창작활동에 몰두하되, 강한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났을 때 여력이 된다면 소장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지요. 지금까지 이어진 우리의 컬렉팅 과정은 참 재미있었고 작품마다 사연이 없는 작품이 없답니다.
--- p.116~117, 「경미와 토드」중에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거를 수정하고 복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과거의 나와 지나간 시간에 대해 ‘축하할 수’ 있음에 감사해. 예술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출발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부딪히다보면 어느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나’는 ‘우리’로 확장되고 그렇게 ‘시대’와 연결될 수 있더라고. 사실 작가들은 혼자 고립되기 쉽거든. 그래서 사랑하는 작품을 꼭 소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작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격려와 응원이 되거든. 작품 활동을 계속해달라는 신뢰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 p.162~163, 「세실 정」중에서
예술이란 인간 영혼의 물리적 실현이라고 생각해. 작품들이 내게 말을 걸 때면 인간의 영혼이 시간을 초월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느껴.
--- p.177, 「키어와 그레그」중에서
나는 소장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컬렉터는 아니야. 예술은 내게 금전 이상의 가치가 있어. 세상 곳곳의 도시와 자연을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매혹적인 오브제들의 형태, 색깔, 표면, 재료가 주는 실재감 또 그것들과 대면했을 때의 내 감정들을 보존하고픈 욕구가 생기는데, 가끔은 설치할 생각으로 집에 가져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진을 찍고 오브제는 그 현장에 두고 와. 다른 사람들과 그 오브제 사이에 또 어떤 마주침이 생길지 모르니까. 나는 오브제들, 혹은 그 장면을 ‘자연적 조각’ ‘즉흥적 정물화’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나의 수집품들이야. 내게 컬렉팅은 ‘발견’ ‘축적’ 그리고 ‘보존’의 욕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 p.261~262, 「마티아스 셰퍼」중에서
아트 디렉터로서 25년을 살다보니 나와 인연을 맺은 작품을 평생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투자라는 개념은 머릿속에 아예 없고요. 그러다보니 작품이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때까지 참을성 있게 지켜보다가 이때다 싶을 때 설치를 하는 편입니다.
--- p.331, 「아트 디렉터 Y」중에서
나는 처음부터 돈이 되든 안 되든, 남들이 걸작이라 부르든 말든 오직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을 모아왔어. 딱 한 가지, ‘첫눈에 반함’이라는 원칙만 지켜왔고 후회는 없어. 관심이 생기면 공부했고 스스로 터득했어. 마침 미술시장이 호황이었고 결국은 아주 좋은 투자가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컬렉팅의 제1조건은 나의 직관이야.
--- p.459, 「이그나시오 리프란디」중에서